17일 국회 정무위원회는 여권의 현 주소를 여과없이 보여줬다. 세종시 수정안 추진의 돌격대로 '사회주의 도시' 발언 등을 거침없이 쏟아냈던 권태신 국무총리실장을 향한 친박계의 공세는 매서웠다.
권 실장 역시 때로는 고개를 숙이면서도 종종 목소리를 높이며 맞대응했다. 1990년대 초반 3당 합당 직후, 당시 YS 민주계 의원들이 민정계 출신 국무위원들을 공박했던 장면이 20여 년 만에 재연된 모습이다.
"완장 뺐기고 야반도주하는 꼴 안 나길 바란다"
친박계 이성헌 의원은 권 실장이 수 차례 걸쳐 세종시 원안을 '사실상 수도분할'이라고 규정했던 점을 거론하며 "헌재 결정을 부인하는 것이냐"면서 "총 245개 중앙행정기관 중 49개의 이전을 수도분할이라고 하는 것은 눈뜨고 거짓말하는 것"이라고 따졌다.
권 실장은 "헌재의 결정은 이해는 한다"고 답하면서 '이해는 한다는 것이 무슨 말이냐'는 추가 질문에는 입을 꾹 다물었다. 이 의원은 권 실장의 재산 신고에 대해 의혹을 제기하기까지 했다.
친박계인 이진복 의원도 "국민을 협박하고 정치인을 비판하는게 총리실장이 할 일이냐"고 몰아붙였지만 권 실장은 "국민에게 사실을 알릴 의무가 있다"면서 "저는 자리에 연연하는 사람이 아니다"고 응수했다.
이 의원은 권 실장이 참여정부 시절 청와대 경제비서관을 지낸 경력을 언급하며 "노무현 전 대통령이 살아 있으면 배은망덕이라고 했을 것"이라고 했지만 권 실장은 "청와대에 있는 동안 세종시 원안 결정에 관여한 바 없다"고 반박했다.
권 실장이 자신의 발언에 대한 의원들의 공세에 "언론이 잘못 보도했다"는 답변을 반복하자 이 의원은 "총리실장은 불리하면 한 말도 안 했다고 한다. 권한 밖의 일을 스스럼없이 하면서 잘못도 모른다"고 몰아붙였다.
이 의원은 윤흥길의 소설 '완장'을 들고 나와 "총리실장에게 이 책을 권한다"면서 "저수지의 감시원이 완장을 찬 이후부터 안하무인하다가 결국 완장을 빼앗기고 야반도주하는데 이렇게 되지 않기를 기대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친박 의원들이 이처럼 맹공을 가한 반면 친이계인 현경병 의원과 조윤선 의원 등은 권 실장을 엄호했다.
"사회주의 도시 발언, 사과한다"
이날 권 실장은 '사회주의 도시'발언에 대해선 "제 말로 인해 오해가 있었다면 사과 드린다. 오해를 불러 일으켜 죄송하다"고 고개를 숙였다.
그는 그러나 "설 이후 <문화일보>, <동아일보>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수정안 지지가 늘어나고 있고 특히 충청권에서 주목할만한 변화가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수정안 추진의 당위성을 강하게 주장했다.
하지만 이 신문들의 여론조사는 직전 조사에 비해 수정안에 대한 지지도가 급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권 실장은 "우리가 어려운 국제 환경 속에서 국가 백년대계와 관련된 것은 정부가 나서서 국민을 설득시켜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정부 입장을 대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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