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 연휴가 끝나자마자 친이 직계들이 세종시 수정 드라이브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이명박 대통령이 당론 변경 추진을 주문한 것이 신호탄이 된 것이다. 설연휴 직후로 예고됐던 여권 내부의 세종시 논란의 1차전이 당론변경 문제로 집중되는 양상이다.
최근 지방선거기획위원장을 맡고 청와대에 다녀온 것으로 알려진 정두언 의원은 16일 오전 <MBC> 라디오와 <SBS> 라디오에 잇달아 출연해 "내일 아침에 의원총회 소집요구서를 제출하겠다"면서 "일주일 내에 의총을 소집했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박근혜가 미디어법 당론 뒤집지 않았나"
정 의원은 '의총이 열리면 큰 분란이 일어나지 않겠냐'는 질문에 대해 "주요 법안을 논의하면 당이 갈라선다는 건지 이해를 못하겠다. 일종의 억지정치다"고 답했다.
그는 "지난번 미디어법 때도 당론으로 다 결정을 해놓았는데 박근혜 전 대표께서 갑자기 '이건 국민을 고통스럽게 하는 법이다'면서 수정안을 내놓았다. 너무나 막강한 박 전 대표가 수정안을 내놓으니 아무 이야기도 못하고 받아들였다"고 박 전 대표를 겨냥하기도 했다.
하지만 그는 '의총 자리에서 당론이 바로 변경되나'는 질문에 대해선 "그랬으면 좋겠지만 그렇게 되겠나. 시간이 걸릴 것"이라며 장기전을 각오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당론 변경의 마지노선인 113명의 동의를 얻어낼 수 있을지와 관련해 그는 "일일이 세보지 않아서 잘 모르겠지만 어쨌든 결론은 날 것"이라면서 "승복을 하면 되는 것이다"고 답했다.
한나라당 전체의원은 169명으로 당론 변경에는 2/3 이상의 찬성이 필요하다. 이중 친박계는 50여 명 이상으로 꼽히고 세종시에 대해 공개적인 찬반 입장을 유보하고 있는 의원들이 15~20여 명 정도다.
한편 정 의원은 '의총에서 수정안이 통과되지 않으면 이 대통령이나 친이계가 상당한 타격을 받지 않겠냐'는 질문에 대해선 "물론 타격도 있겠지만 어떻게 하겠나. 봉합하고 갈등을 정리해서 가는 것"이라고 답했다.
이는 세종시 수정안이 설사 통과되지 않더라도 최대한 조기에 이 문제를 마무리 지어야 한다는 뜻으로 의총이 일종의 출구전략이 될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은 발언으로 해석된다.
그는 "오히려 이런 세종시 국면이 정리가 되면, 이제 더 이상 우리가 이렇게 나가선 안 되겠다는 공감대가 있기 때문에 다시 대화가 시작되고 신뢰가 다시 회복되는 노력이 시작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친박 "당론화되도 본회의 통과 못한다"
한편 박근혜 전 대표의 대변인 격인 이정현 의원은 이날 오전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이번 주 안에 다 끝낼 것처럼 몰아붙인다. 국민들이 정신없을 것"이라며 "이게(수정안이) 당론이냐? 당은 뭐하는 데냐? 다 결론 내놓고 홍보해놓고 이제 와서 당에서 논의해라, 이렇게 하면 당이 어떻게 보이냐? 당이 주도적으로 보이냐, 들러리로 보이냐"고 의총 소집 자체에 대한 거부감을 숨기지 않았다.
그는 "이것을 갑자기 백지화하기 위한, 당론 변경이 아니라 당론 폐지 의총을 한다는 게 의미가 있냐"며 이같이 말했다.
이 의원은 "이렇게 당에서 (의총을 통해 당론 변경을) 억지로 해서 했다고 하자. 그렇다 하더라도 세종시 백지화 불가능하다"면서 "국회에서 법사위 통과해야 되고 본회의 통과해야 한다. 의석구조상 불가능하다"며 당론 변경 이후에도 상임위와 본회의장에서 저지선을 치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한나라당 의총에서 수정안이 당론으로 확정된 이후 친박 측이 이에 승복하지 않고 야권과 공조를 이어갈 경우 여권 내 갈등은 더 심각한 국면으로 접어들 수 있다.
'친이계 분위기가 친박에 절이 싫으면 중이 떠나라는 식 아니냐'는 질문에 대해 이 의원은 "그런 사람들은 굴러온 돌이다. 외부에서 잘 먹고 편안히 지내다 온 분이다"면서 "누구보고 나가라고 하냐"고 응수했다.
한편 <평화방송> 라디오 '열린세상 오늘 이석우입니다'에 출연한 이한구 의원은 "세종시 수정을 하기 위해 지금 강제당론 채택하자는 것"이라며 "만일에 수정안이 채택이 된다면 박근혜 전 대표는 한나라당 대통령 후보가 될 수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한구 "세종시 문제, 차기 대권구도와 직결"
이 의원은 "이게 지금 단순한 세종시 문제라고 생각할 수 없는 상황"이라며 "자꾸 소수파 의원들을 코너로 몰아가는 것은 당의 발전을 위해서 또 당이 재집권하기 위해서 정말로 위험한 일을 하는 거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수정안을 받아들일 것이냐, 아니면 한나라당 후보가 되지 않을 것이냐 이런 선택을 강요한다는 얘기냐'는 질문에 그는 "지금 그런 상태로 가고 있다. 굉장히 위험한 일을 하는 것"이라고 답했다.
이 의원은 "지금 하는 걸 봐서는 강제당론을 가자는 뜻은 굳이 박근혜 전 대표의 대통령 후보 문제를 건드리는 것"이라면서 "우리 당을 생각하는 사람 같으면 거기에 쉽게 동조를 못한다. 정권 교체하려면 박근혜 전 대표가 꼭 필요한데…"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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