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회생 절차를 밟고 있는 STX조선해양이 신규 선박 수주가 끊인 지 1년5개월 만에 수주에 성공해 회생 가능성에 파란불이 들어왔다.
STX조선은 28일 국내 선사 2곳으로부터 옵션 1척을 포함해 탱커 4척을 수주하는 데 성공했다고 밝혔다.
이로써 지난 2015년 11월 회생계획안 인가 후 수주절벽에 가로막혀 신규선박 수주가 없었던 상황에서 탈출하게 됐다.
계약 선박은 1만1,200DWT급 석유화학제품 운반선으로 길이 120m, 폭 20.4m 규모의 탱커이다. 화물 적재 용량은 12,550㎥ 규모이다. 경남 창원시 진해구에 있는 진해조선소에서 건조돼 오는 2018년 4분기부터 1~2개월 간격으로 인도될 예정이다.
STX조선 측은 그동안 약 60%의 인력 감축과 잔류 임직원에 대한 30% 이상 급여 삭감, 자산매각 등 자구안을 시행해왔다. 또 소형가스선(LNG선, LPG선)과 중형선박 수주에 집중해 원가경쟁력 확보에 치중해 왔다.
STX조선 관계자는 “600여 척의 풍부한 건조경험과 기술력을 바탕으로 한 가스선과 중형탱커 분야 강자로서 더욱 성능이 개선되고 안전한 선박을 건조하는 등 수주를 위한 필사의 노력을 하겠다”고 말했다.
STX조선 노동조합 측도 반기는 분위기이다. 금속노조 STX조선 고민철 지회장은 28일 통화에서 “최근 몇 년간 생산직과 사무직 근로자들이 2,500명 정도 회사를 떠났다. 현재는 1,400명 정도만 남았다”며 “예전에는 1년에 40척 가량 생산했는데, 이제는 이 인원으로 10척 정도 만들 수 있다. 하지만 그것이라도 할 수 있게 된다면 차츰 희망이 보일 것”이라고 말했다.
해결돼야 할 문제도 있다. 계약은 체결했지만 ‘선수금 환급보증(RG)’이 발급돼야 한다. 이번 수주 계약의 필수조건이고, 아직 발급이 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RG란 조선업체가 선박을 제 시기에 건조하지 못하거나 파산했을 경우, 선주로부터 받은 선수금을 은행이 대신 물어주는 지급보증을 말한다. 즉, 조선업체가 배를 정해진 시기에 납품하지 못하게 되면 선박회사는 피해를 보게 되고, 이때 보증을 선 보험공사나 은행이 대신 피해액을 지불하는 것이다.
따라서 이번에 STX조선에 선박건조 발주를 한 국내 선사 4곳도 국책은행 등에서 RG를 발급해야 선수금 지급을 시작하게 된다. STX조선도 선사들로부터 선수금을 받아야 자재구매 등 본격적인 선박 건조 작업에 들어갈 수 있다.
고 지회장은 “몇몇 조선소들의 경우 선박 수주를 했음에도 RG 발급이 안돼 청산 절차를 밟기도 했다”며 “국책은행 등에서 발급을 거부하면 공사를 하고 싶어도 하지 못하게 된다”고 말했다.
사실 그동안 정부가 중소형 조선소에 대해 산업적으로 정리하려는 정책을 취해온 터라 국책은행 등에서 RG 발급 자체를 꺼려 왔다는 게 조선업계의 공통된 불만이다.
고 지회장은 “이번 대선을 통해 새로 들어서게 될 정부가 어떤 정책적 기조를 가지느냐에 따라 STX조선도 기사회생하느냐, 아니면 더욱 나쁜 상황으로 빠지느냐가 결정된다”며 “사측도 RG 발급을 위해 최선을 다해야 하며, 정부가 정책적으로 선회하지 않는다면 이 또한 바꿔낼 수 있도록 다각도의 노력도 병행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STX조선 사측도 이번 계약을 회생의 발판으로 삼기 위해 RG 발급에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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