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 TV 토론에서 불거진 '북한 주적론'이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 간 논쟁으로까지 번지고 있다. 두 정당이 대북 정책에 민감한 '호남 민심'을 두고 맞붙은 셈이다.
더불어민주당 송영길 총괄본부장은 21일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기자간담회를 통해 "국방백서에 '주적'이라는 말이 명시돼 있지 않았음에도 자유한국당 홍준표, 바른정당 유승민 후보가 그렇게 공격하는 것은 이해할 수 있지만, 햇볕 정책의 전도사를 자임하는 국민의당 박지원 대표와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까지 주적 논쟁에 참여하는 것은 한심하고 스스로의 존재를 부정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국민의당 박지원 대표는 전날 "엄연히 국방백서에는 주적이 북한"이라며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후보가 '주적'에 답변을 못한 것은 안보 문제를 이해하지 못하는 것"이라고 비판한 바 있다. 하지만 국방백서에는 북한이 '적'이라고 적혀 있지, '주적'이라고 적혀 있지는 않다. '주적'이라는 표현은 2000년 남북 정상회담을 계기로 2004년 국방백서에서 빠졌다.
송영길 본부장의 공격에 대해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는 이날 명동에서 열린 편집인협회 세미나에서 "국방백서에 다른 국가를 대상으로 적으로 규정돼 있는 것은 북한 뿐"이라며 "정치권의 폐해 중 하나가 본질을 보지 못하고 지엽적으로 빠진다는 것이다. 다른 국가를 대상으로 적이라고 표현 된 게 없는데, 이 표현에 대한 논쟁이 무의미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주적'이든 '적'든 마찬가지라는 것이다.
안철수 후보는 "북한은 우리의 적인 동시에 평화 통일의 대상"이라며 "두 가지 다 말씀 드렸는데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거기에 반대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호남 민심과 보수층 민심을 동시에 겨냥한 발언으로 풀이된다.
반면 송영길 본부장은 "주적이 있다면 2차 적은 누구인가? 중국인가?"라며 "우리 당은 북진 통일, 멸공 통일이 아니라, 평화 통일을 지향한다"며 야권 적통 싸움을 했다. 송 본부장은 또 "저는 갈수록 호남은 전략적 투표를 하리라고 본다. 국민의당과 안철수 후보가 갈수록 '줄타기 선거'하고 있지 않나. 도대체 정체가 뭔가. 상호모순된 두 세력을 묶어서 자기 표로 한다는 대통령이 당선돼서 어떻게 일관된 정책을 펼 수 있겠나"라고 반문했다.
더불어민주당 추미애 상임선거대책위원장도 이날 오전 당사에서 열린 선대위 회의에서 안철수 후보를 향해 "북한을 '주적'이라며 차마 눈뜨고 보기에도 애잔한 구애를 하고 있다. 다급한 보수 후보야 그렇다고 쳐도 안보 장사, 안보팔이에 숟가락 얹는 안철수 후보야말로 자격이 없다고 증명됐다"고 날을 세웠다.
추미애 선대위원장은 "이렇게 보수 세력의 구미에 맞추기 위해 김대중 정부가 추진했던 햇볕정책에 대해서도 공과가 있다는 어처구니없는 말을 손쉽게 하는 것을 보며 이 분이 제대로 된 역사 공부, 평화통일에 대한 깊은 통찰과 생각은 했었는지 궁금하다"면서 "더 이상 호남 정신, 김대중 정신을 입에 올리지 마시기를 부탁드린다"고 공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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