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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과 일본 검찰, 달라도 너무 다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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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과 일본 검찰, 달라도 너무 다르다

[기자의 눈] 한국 검찰에 헌정하고 싶은 김수영의 시

공교롭게 한일 양국에서 동시에 검찰이 뉴스의 중심으로 떠올랐다. 하지만 그 양상은 참으로 다르다.

#1. 일본 도쿄지검 특수부는 집권 여당 민주당의 최고실세인 오자와 이치로 간사장을 정조준했다. 오자와 간사장이 자신의 정치 스승인 다나카 가쿠에이 전 총리처럼 특수부의 제물이 될지 여부가 관심사다.

도쿄지검 특수부의 과녁이 된 오자와 간사장은 '검찰과 전면전'을 선언하며 강하게 반발했었다. 하지만 집권 민주당에 대한 지지율이 40%대 초반으로 떨어지고 자신의 간사장직 사퇴여론이 높아지자 결국 그는 "참고인 조사를 받겠다"며 물러섰다. 수사 진행과정과 공판을 지켜봐야겠지만 중간평가를 해보자면 도쿄지검 특수부의 압승이다.

#2. 한국 검찰은 법원과 전면전 상태다. 서울남부지검은 민주노동당 강기갑 대표에 대해 공무집행방해, 폭력 등의 혐의로 기소한 이후 징역 1년 6개월의 중형을 구형했지만 법원은 벌금 꼬리표도 없는 완전 무죄를 선고했다. 또한 "사생활을 보호해야 한다"면서 법원의 명령에도 불구하고 공개치 않던 용산참사 수사기록을 재정신청 재판부가 공개해버리자 재판부 기피 신청을 했다.

강기갑 공판, 용산 공판 이전에도 정연주 전 KBS사장 사건, 미네르바 재판 등 '중요 시국 사건'에 대해서도 법원은 줄줄이 무죄를 선고했다. 망신도 이런 망신이 없다. 검찰의 긴장감이 높아질 만하다. 강기갑 대표 무죄판결 직후에는 김준규 검찰총장이 긴급 간부회의를 소집해 "도저히 묵과할 수 없다. 신속하고 철저하게 대응하라"고 말했다고 한다.

검찰의 선배, 친구, 후원자

▲ 21일 검찰은 전국 검사를 대상으로 첫 화상회의를 연다ⓒ대검
거칠게 정리하자면 '살아있는 권력과 대립한 일본 검찰은 압승, 군소정당과 대립한 한국검찰은 패배'했다. 하지만 그건 표면적 양상일 뿐이다.

19일 국회 법사위에서는 박민식, 이한성, 주성영, 최병국 등 한나라당에 포진한 검찰 O.B(Old Boy)들이 침을 튀겨가며 현직 대법관인 법원행정처장을 압박했다.

주성영 의원은 박시환 대법관을 '배후'로 지목하며 "위선자"라고 인신공격을 가하기도 했다.

역시 검찰 출신인 안상수 한나라당 원내대표는 연일 '사법개혁'을 강조하고 있다. 연일 사법부를 맹공하는 <조선일보>, <중앙일보>, <동아일보>도 든든한 우군이다.

게다가 무리한 기소로 인해 무죄 판결이 나온들 해당 검사들이 불이익을 받는 것도 아니다. 주요 시국 사건에서 줄패소해 '무죄 대왕'이라는 오명을 받았던 검사는 검사장으로 영전했다. 이건희 전 삼성회장의 특별사면을 브리핑하며 '비판여론이 있지 않겠냐'는 지적에 "구더기 무서워 장 못 담근다라고 해야 하나"는 명답을 내놓은 최교일 법무부 검찰국장은 정연주 전 KBS사장을 기소했고, MBC PD수첩 사건을 사실상 지휘했다가 영전한 인물이다. 알다시피 검사장급 이상 인사에는 청와대의 의중이 강력하게 반영된다.

여당, 언론, 인사시스템으로부터 이처럼 충분히 보상 받고 있지만 어쨌든 최근 검찰의 심기가 매우 불편해 보인다. 21일에는 전국 1700여 명 검사 대상의 첫 화상회의도 열린다고 한다. 19일자 동아일보는 "20일 열리는 PD수첩 판결 결과에 따라선 법원 성토장이 될 수도 있다. 대검찰청 관계자는 '총장이나 대검 차원에서 법원 판결에 대해 언급하지는 않을 것'이라면서도 '각본 없는 자유토론이기 때문에 일선에서 어떤 발언이 나올지 알 수 없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점쟁이가 아니라도 21일 회의에서 어떤 이야기들이 나올지 짐작이 간다. '성찰', '반성'이 아니라 '성토', '반발'이 주가 될 것이 분명하다.

"바람아 먼지야 풀아 나는 얼만큼 적으냐?"

왜 나는 조그마한 일에만 분개하는가/ 저 왕궁(王宮) 대신에 왕궁의 음탕 대신에 50원짜리 갈비가 기름덩어리만 나왔다고 분개하고/ 옹졸하게 분개하고 설렁탕집 돼지 같은 주인년한테 욕을 하고/ 옹졸하게 욕을 하고 // 한번 정정당당하게/ 붙잡혀간 소설가를 위해서/ 언론의 자유를 요구하고 월남 파병에 반대하는/ 자유를 이행하지 못하고/ 20원을 받으러 세 번 씩 네 번 씩/ 찾아오는 야경꾼들만 증오하고 있는가 // …중략… 모래야 나는 얼마큼 적으냐/ 바람아 먼지야 풀아 나는 얼마큼 적으냐/ 정말 얼마큼 적으냐…

절창으로 꼽히는 김수영의 시 <어느 날 고궁을 나서며…>의 일부다. 기억에, 검찰은 지난 정권 때까지만 해도 '조그마한 일에만' 분개하지 않았다. 평검사들은 무려 '대통령과 대화'에서 막 임기를 시작한 현직 대통령이 정치인 시절 일선 검찰청에 '청탁성' 전화를 한 사실을 폭로하는 결기를 보였다.

정권 중반기에도 천정배 당시 법무장관이 강정구 교수에 대한 불구속 지휘를 하자 김종빈 당시 검찰총장은 미련 없이 사표를 던졌고 일선 검사들도 총장을 옹위하며 정권과 대립했다. 당시 청와대가 야심차게 추진하던 검경 수사권 독립,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 등은 모두 없던 일이 되버렸다.

그런데 신기하다. 정권이 바뀌자 검찰은 '(정부의 심기를 불편하게 하는) 언론', '(정부와 관계가 좋지 않은) 구 정권 인사', '(정부에 그악스럽게 저항하는) 소수 야당과 철거민'들과만 싸우더니 이제는 법원의 멱살을 잡을 태세다.

현 정권 출범 후 정연주, 미네르바, 박연차, 용산 등 권부의 의중이 반영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있는 석연찮은 사건은 줄줄이 나오고 있지만 검찰과 살아있는 권력이 '건강한 대립'이나마 연출했다는 말은 아직 못 들어봤다. 검찰총장, 법무부 장관의 사시 선배가 청와대 민정수석으로 버티고 있지만 "자존심 상한다"는 이야기가 나온 적도 없는 듯 하다.

"법리상 PD 수첩을 기소할 수 없다"고 버티다 사표를 낸 임수빈 전 서울중앙지검 형사2부장이 유일한 '별종'이었나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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