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민주노동당 강기갑 대표를 향해 "물리력을 행사해 국회 권위를 실추시켰다"면서 징역 1년 6개월의 중형을 구형했지만 법원은 집행유예나 벌금 등의 꼬리표도 없는 '무죄'를 선고했다.
발단은 지난 해 1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국회 사무처는 물리력을 동원해 국회 본회의장 앞에서 한미FTA 비준 반대 농성을 벌이던 민노당 당직자들을 강제로 해산했다. 민주당 당직자들에 대한 대응에 비해 훨씬 '엄정'했다.
이에 격분한 강 대표는 박계동 사무총장실로 달려가 탁자를 발로 구르며 거친 언사를 퍼부었다. 이에 강 대표는 추후 유감을 표명했으나 보수언론은 '국회 폭력'의 대명사로 강 대표를 지목했고 한나라당과 국회 사무처는 강 대표를 고발했다.
이에 대해 법원(서울 남부지법 형사1단독 재판부)은 당시 국회 사무처의 강제 해산과 관련해 "적법한 질서유지권 발동이 아니었다"며 공무집행방해 혐의에 대해 무죄 판결을 내렸고, 강 대표가 탁자로 뛰어올라간데 대해서도 "폭행이 아니라 항의하는 과정에서 일어난 행동"이며 "박계동 사무총장이 본래 직무가 아닌 신문을 보고 있었기 때문에 공무집행 방해도 아니다"라고 봤다.
이처럼 강 대표에 대한 법원의 무죄 선고로 '국회 폭력 근절' 캠페인으로 소수 야당을 옥죄어 온 국회 사무처와 한나라당, 보수 언론은 난처한 입장에 처했다. 또한 검찰의 무리한 구형량 자체에 대해서도 뒷말이 적지 않다.
국회 외통위의 한미 FTA 비준안 상정 과정에서 잠긴 문을 해머로 내리친 민주당 문학진 의원에게 벌금 300만 원을, 텅 빈 회의장에서 박진 위원장의 명패를 바닥에 내동댕이 친 이정희 의원에게 100만 원을 구형한 것과 비교할 때 강 대표에 대한 징역 1년 6개월 구형은 심한 처분이라는 것이다. 문 의원은 결국 벌금 200만 원을, 이 의원은 50만 원을 선고 받았다.
검찰과 강 대표의 악연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강 대표는 지난 2008년 총선 직후에도 선거법 위반 혐의로 기소됐고 1, 2심에서 의원직 유지 형을 선고받았지만 검찰은 상고했고, 결국 대법원이 벌금 80만원을 확정해 강 대표의 의원직은 유지됐다.
법원의 이날 판결에 대해 강기갑 대표는 "사법부의 정의가 살아있다. 입법부의 입법과정에서 정치행위가 가지는 의미와 역할에 대해 참으로 올바른 유권해석을 내린 판결"이라고 자평했다.
강 대표는 "입법과정에서 일어난 정치활동을 사법부에 판단을 넘겨 제재를 하는 것은 안될 일"이라며 "앞으로는 입법과정에서 일어나는 것들이 입법부내에서 판단되기 바란다"고 했다.
강 대표는 또한 "다수당이 힘과 물리력으로 입법을 관철시키려고 할 때는 이런 일이 다시 일어날 수 밖에 없다"면서 "소수정당의 의견이 무시되는 일이 있어서는 안된다"고 강조했다.
우위영 민노당 대변인은 "꼬리표 없이 완전 무죄가 나온 것은 다른 (문학진, 이정희) 의원과 비교해도 아주 전향적이다"면서 "진보정치인들을 과도하게 기소해 구형하는 검찰에 대한 사법부의 경고가 아닌가 한다"고 평가했다.
사법부의 이같은 판단이 야당 의원들의 행동을 제약할 수 있는 이른바 '국회선진화법안'을 추진하는 한나라당의 행보에 어떤 영향을 미칠 수 있을지도 관심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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