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그런 걸 묻고 다니나."
이병기 전 대통령 비서실장이 '미르 재단'에 대해 거론하자, 박근혜 전 대통령이 했다는 말이다. 이 전 실장은 지난 2015년 11, 12월에 열린 수석 비서관 회의에서 안종범 당시 청와대 경제수석에게 "미르 재단이 뭐냐"고 물었다. 안 전 수석은 '전경련이 자발적으로 지원하는 재단'이라는 취지로 대답했고, 이 전 실장은 "문제가 될 수 있다"며 우려했다.
이런 대화가 오간 뒤, 박 전 대통령은 이 전 실장을 불러 "안 좋은 소리"를 했다. 이 전 실장은 이런 이야기를 김성우 전 청와대 홍보수석에게 전했고, 김 전 수석은 박영수 특별검사팀 조사 과정에서 그대로 진술했다.
대통령이 기업인과 '윈윈'하는 자리?
14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7부(김진동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등에 대한 뇌물 혐의 3차 공판에서, 박영수 특별검사팀이 공개한 내용이다. 김 전 수석의 진술 조서에 따르면, 그는 박 전 대통령이 이 전 실장에게 '더 이상 미르재단에 대해 알아볼 필요가 없다'는 취지로 말했다는 이야기를 이 전 실장으로부터 들었다.
아울러 김 전 수석은 지난해 10월 박 전 대통령, 안 전 수석과 우병우 전 민정수석과 함께 미르·K스포츠 재단 관련 논란 대응을 논의하는 자리에도 참석했다. 당시는 최순실 씨가 이들 재단 설립을 주도했으며, 재벌로부터 돈을 받았다는 사실이 언론에 공개됐을 때였다. 이 자리에서 김 전 수석은 '박 전 대통령이 기업인들과 윈윈하는 자리를 만들었다'라는 취지로 회의 참가자들이 이야기하는 걸 들었다. 박 전 대통령이 재벌 총수들과 독대한 자리를, 당시 청와대 수뇌부는 '기업인들과 윈윈하는 자리'라고 이해했던 것이다.
이는 '박 전 대통령 측이 일방적으로 돈을 요구했고, 삼성 등 재벌은 마지못해 응했을 뿐'이라는 이재용 부회장 측 변호인단의 주장에 대한 반박 근거가 될 수 있다. '윈윈(win-win)', 즉 박 전 대통령과 재벌 모두에게 이익이 되는 거래가 이뤄졌다는 정황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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