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현대기아차 세타2 엔진 장착 차량 17만 여대에 대해 심각한 엔진 결함이 있다는 조사 결과를 7일 발표했다. 정부가 리콜 결정을 내리기 위한 회의를 열기 직전 , 현대기아차 측은 '자발적 리콜'을 결정했다.
하지만 현대기아차의 자발적 리콜은 '조직적 은폐' 의혹을 덮으려는 최후의 꼼수라는 지적이 적지 않다. 현대차와 기아차가 각각 홈페이지에 올린 공지문 역시 자발적 리콜이라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공지문만 보면, 엔진 결함도 자체적으로 찾아낸 것처럼 쓰여 있다.
"국내 화성 공장 세타2 엔진 생산 공정에서 크랭크 샤프트 오일 홀 가공시 청정도 문제로 인한 비정상 엔진소음 현상을 발견했습니다. 이 상태에서 운행을 지속할 경우 시동꺼짐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 당사는 국토부에 관련 내용을 신고하고 국토부의 권고를 받아들여 자발적 리콜을 하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정작 정부는 이날 "현대기아차의 관련 사실 은폐 여부 조사를 지속할 계획"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나아가 정부는 현대차의 조직적 은폐 등이 확인될 경우 검찰 고발 등의 조치를 취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국토부 관계자는 "차량 문제를 은폐하거나 축소했을 가능성에 대해 사실 조사를 할 것"이라며 "만약 은폐 사실이 조사 과정에서 드러날 경우 법률적인 부분 등을 검토, 검찰 고발 등의 조치를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미 지난해 국토부는 "현대차가 싼타페 차량 에어백 결함을 발견하고도 은폐한 의혹이 있다"며 이원희 현대차 사장을 서울중앙지검에 고발해 현재 검찰 조사가 진행 중이다.
현대차는 지금도 "국내에서 생산된 세타2엔진마저 결함이 있었는지 몰랐다"는 해명을 반복하고 있다. 하지만 리콜 대상이 된 차량 소유자들 중 이런 해명을 믿는 이들을 찾기 어렵다. 수년 전부터 어떤 원인에 의해서든 국내에서 생산된 세타2 엔진에서도 엔진 파손과 주행중 시동 꺼짐 등 치명적인 결함이 나타났다는 고발이 쏟아졌기 때문이다.
최소한 1년 반 전인 2015년 9월 미국에서 47만 대 리콜을 결정할 때만이라도 국내 생산 세타2엔진에 대해서도 문제가 있는지 조사할 수 있었다는 점에서, 현대차는 조직적 은폐 의혹뿐 아니라 '엄격한 규제와 징벌적 배상 제도'가 미비한 점을 악용해 국내 소비자들을 무시해 온 것 아니냐는 비판도 피할 수 없다.
심지어 지난해 9월 현대차에서 25년간 엔지니어로 근무한 김광호 부장이 세타2 엔진 결함을 국토교통부와 언론에 제보하고 자동차 사이트에 글을 올리자, 현대차는 김 부장을 회사 정보 무단 유출 등의 이유를 들어 지난해 11월 해고하는 방어적 조치에 급급했다. 국민권익위원회는 최근 "김 전 부장의 제보는 소비자 권익을 위한 정당한 행위"라며 해고 처분을 취소하고 복직시키라고 권고했다.
현대차는 김 전 부장의 복직을 수용할 수 없다는 입장으로 조만간 권익위 결정이 불합리하다는 내용의 행정소송을 낼 방침으로 알려졌다.
국내 자동차 사상 최초로 '엔진 전체를 교체하는 중대 결함'을 조직적으로 은폐해 왔다는 의혹마저 정부 조사로 확인이 되면, 이미 세타2엔진 리콜 사태만으로 연간 글로벌 판매량 25%에 해당하는 200만 여대(북미시장 130만대 추가 리콜 포함)의 차량을 리콜하는 수준을 넘어 현대기아차의 글로벌 자동차 제조업체라는 위상이 사라질 절체절명의 위기를 맞을 것이 우려된다.
일각에서는 국토교통부가 내부고발로 언론보도까지 나온 지난해 말에서야 늑장 조사에 나섰고, 발표 시점마저 조기 대선을 맞아 혼란스러운 시기로 늦췄다는 의혹도 제기한다.
국토교통부가 이런 의혹을 불식시키기 위해서라도 엄중한 조사가 필요해 보인다. 더 늦기 전에 정몽구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의 대국민사과와 함께 특단의 대책이 나오길 기대하는 것은 무리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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