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가 열리자 강이 움직였다
정부가 앞으로 4대강 수위를 1년 내내 지금보다 크게 낮추는 방식으로 16개 보를 운영하겠다 발표했다. 국토교통부·환경부·농림수산식품부가 공동운영하는 '댐보 연계운영 중앙협의회'는 지난 2월 2일 "녹조를 저감하기 위해 댐과 저수지 수량을 비축해 방류하고 보 수위를 탄력 조절한다"는 내용의 '댐·보·저수지 최적연계운영방안'을 결정했다. 보를 열어 지하수 채수가 가능한 최저 제약수위까지 수위를 낮추고 다시 강물을 채우는 식으로 보를 탄력적으로 개폐하면 낙동강의 경우 남조류가 32퍼센트까지 저감되고 고농도로 녹조가 발생하는 날이 25퍼센트 수준으로 감소한다는 것이다. 이 결정에 따라 2월 말~3월 초 한강 이포보, 금강 세종보, 영산강 승촌보, 낙동강 달성보, 합천창녕보, 창녕함안보 등 6개 보에서 시범사업이 진행됐다. 4월부터는 4대강 전 구간으로 확대 실시한다.
<함께사는길>은 이철재 환경연합 생명의강특별위원회 부위원장, 정수근 대구환경연합 사무처장, 김종술 오마이뉴스 시민기자와 함께 낙동강과 금강의 6개 보를 돌아봤다. 보가 열리자 강은 강변 바닥을 드러내 보였다. 강에 유입된 부영양화 오염물질과 녹조라떼로 불린 남조류 사체를 비롯해 생태계의 온갖 생물들의 주검이 썩고 눌러붙은 검은 펄이 드러났다. 물이 빠진 질척한 자리를 뒤집자 붉은 실처럼 개흙을 기는 실지렁이들이 보였다. 마디마디 선명한 적빛을 드러내며 꿈틀거리는 깔따구가 지천이었다. 시궁창의 썩은 냄새가 퍼졌다. 멸종위기 1급인 귀이빨대칭이의 사체도 드러났다.
며칠 동안 열린 보로 강물이 흘러내리자 검게 썩은 펄이 일부 씻겨나가고 드물게 남은 모래 벌도 보였다. 이포보와 여주보 사이에서는 깊은 강물에 가렸던 자갈 바닥과 암반도 다시 보이기 시작했다. 역대급 준설사업으로 모래가 사라진 자리에 개흙이 쌓여 썩은 거대한 낙동강 개펄에서는 여기저기 패류 사체들이 발견됐다. 그 속에서도 끈질기게 살아남은 한 마리 조개가 펄 위에 지문을 내듯이 기어갔다. 보가 열려 강물이 흐르자 강과 강 생태계가 움직이기 시작했다. 흘러야 강이라는 사실을 그 며칠의 풍경이 고스란히 보여주었다. '수위를 낮추는 보 운영이란, 강에 주기적으로 흐름을 허한다'는 뜻이다. 이 결정 자체가 4대강사업의 실패를 웅변하는 증거다. 흐르는 강을 막아 강을 죽인 것이 보다. 녹조를 저감하고 발생을 줄이겠다며 보를 열었다 닫았다 할 일이 아니다. 보가 없던 4대강사업 이전에 우리 강에는 녹조라떼가 없었다. 강은 언제나 흘러야 한다. 보는 열게 아니라 헐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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