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에서 미디어법 표결을 둘러싸고 충돌이 계속되는 사이 국회 밖에서도 전국언론노동조합이 법안 폐기를 촉구하며 범여권 의원들과 격렬한 마찰을 빚었다.
언론노조 조합원 200여 명은 22일 오후 1시부터 국회 본관 앞까지 진입해 표결하러 온 한나라당과 자유선진당 의원들의 진입을 막아섰다.
최상재 언론노조 위원장은 한나라당 유기준 의원, 자유선진당 권선택 의원 등을 붙들고 투표 포기를 요구했다. 격렬한 언쟁이 오가고 나서 유 의원은 국회 경위들의 보호 속에 본청에 들어갈 수 있었지만 권 의원은 결국 발길을 돌려 다른 입구를 찾아야 했다.
언론노조 조합원들은 2시께 아예 본청 진입을 시도했으나 그러나 경위들의 저지로 실패했다. 이 와중에 MBC 노조 조합원 한 명이 발목을 접질려 병원에 후송되기도 했다.
하지만 곧 최상재 위원장 및 20여 명의 조합원이 국회 사무실 창문을 넘어 본회의장 앞을 봉쇄하고 있던 야당에 합류했다. 나머지 조합원들은 본관 앞에서 연좌농성에 들어갔다.
3시경 이윤성 국회부의장이 직권상정에 들어갔다는 소식이 들리자 조합원들이 술렁이기 시작했다. 분노한 이들은 "이윤성은 각오하라!"고 외치며 다시 한 번 본관 진입을 시도했지만 수적으로 두배가 넘는 경위들에게 속절없이 밀렸다. 이들은 한때 본관 앞 계단까지 떠밀리며 아찔한 상황을 연출하기도 했다.
그 후 이들은 삼삼오오 모여 DMB 중계로 표결과정을 지켜보았다. 신문법이 가결됐을 때 실망하는 탄식이 곳곳에서 들렸지만 방송법이 부결됐다는 화면이 뜨자 일제히 환호성을 질렀다.
하지만 곧 방송법이 재투표에 들어가자 분위기가 반전되었다. 처음엔 재투표에 들어간 경위를 알지 못해 어리둥절한 반응이었지만, 이윤성 국회부의장이 가결을 선포하자 착잡한 얼굴로 자리에 주저앉았다. 한 조합원이 "정말 해외토픽감이네"라고 말하고는 더는 말을 잇지 못했다.
최 위원장 등 지도부가 국회 밖으로 나올 때까지 농성을 이어가던 이들은 안타까움을 감추지 못했다.
김혜성 MBC노조 조합원은 "처음부터 미디어산업 발전과는 거리가 먼 법안이었다는 건 모두가 알고 있었고, 그동안의 말도 안 되는 여론 수렴 등 추진과정 역시 정부가 이 법안을 얼마나 마구잡이로 밀어붙이고 있는가를 보여줬다"며 "표결마저도 이렇게 처리하는 걸 보니 언론인을 떠나 국민으로서 착잡함을 느낀다"고 말했다.
국회 본관에서 나온 최상재 위원장은 마이크를 잡고 "방송법 재투표는 명백히 불법이고 따라서 방송법이 부결되었음을 선포한다"고 말했다.
최 위원장은 또 "한나라당 의원들의 대리투표 행위를 수백 명의 취재진이 기록했다"며 "이번 투표는 원천무효"라고 선언했다.
한편, 국회 정문에서는 이날 파업 출정식을 마친 KBS 노동조합 조합원과 보건의료노조, 전국교직원노동조합 등 민주노총 조합원 2000여 명이 국회 의사당 진입을 시도하다 이들을 가로막고선 경찰과 대치를 벌였다. 민주노총은 이날 국회 앞에서 직권상정 규탄 대회를 열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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