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화 공원
그녀가 운다. 나도 울고 오래전의 시간도 와서 운다.
사람은 얼마나 다른 얼굴을 할 수 있는 걸까?
깊이를 알 수 없다.
포성이 들리니 온갖 짐승들이 출현한다.
자칼이 그녀의 뺨을 할퀴고
단도가 그녀의 입에 들어오고
독수리가 그녀의 가슴살을 뜯는다.
배에는 개똥지빠귀가 둥지를 틀었다.
한 생애는 운명이 나를 흘깃 보고 가고
한 생애는 운명이 뺨을 후려치고 가고
한 생애는 운명이 나를 오랫동안 꼭 안아 준다.
시작 노트
신은 세상을 만들 때 자신을 조각내서 사람들과 함께 빚었다고 한다. 그래서 우리는 영원을 꿈꾸기도 하고 우리 안에 있는 별 조각 때문에 가끔은 무한을 꿈꾸기도 하고 독수리의 눈으로 지평선 너머를 바라보기도 하고 사자가 되어 초원을 거닐어 보기도 하는 것이다.
하지만 신은 실수로 어둠도 조각내서 빚으신 것 같다. 그래서 포성이 들리면 이들이 모두 잠에서 깨어나는 것이다. 흑인 노예의 아내를 겁탈하고 야지디족 처녀를 화형하고 그을린 사랑이 태어나고 아이를 바위에 쳐 죽이고......
블루 노트북*에 눈물이 떨어지고......
포성은 무서운 것들을 깨어나게 한다.
*아동 성폭행
전체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