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편의 대표 사진이었던 단원고등학교 운동장 계단의 노란리본은 이제 지워지고 없습니다. 하지만 2편의 세계는 훨씬 더 넓어졌습니다. 세월호에서 살아난 사람, 형제자매를 잃은 이들, 희생자 수습에 참여하고 누명을 썼던 민간 잠수사, 거짓과 은폐로 책임에서 벗어나려는 사람, 망각과 싸우며 3년째 촛불을 드는 연극인, 추모와 교육의 기억공간을 만드는 유가족. <망각과 기억2-돌아봄>은 이렇게 여섯 개의 이야기로 구성되어 있습니다.(안창규 감독의 <승선>, 박수현 감독의 <오늘은, 여기까지>, 박종필 감독의 <잠수사>, 김환태 감독의 <세월 오적五賊>, 김태일·주로미 감독의 <걸음을 멈추고>, 문성준 감독의 <기억의 손길>)
글을 쓰기 위해 가편집본들을 보는데, 아무리 긴 시간이 지나도 눈물 없이 세월호를 기억하는 날은 오지 않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지금은 잠깐 쉬고 있지만 저 또한 미디어위 활동을 했었습니다. 2년 전, 고 김관홍 님을 포함한 민간 잠수사들을 처음 만났을 때, 변변한 치료도 받지 못한 채 후유증으로 고생하던 그분들이 검찰에 의해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로 기소되었다는 얘기를 처음 들었습니다. "왜 이런 이야기를 알리지 않습니까?" 물으니, 산처럼 큰 몸집의 고(故) 김관홍 님이 눈가가 빨개진 채로 이렇게 대답했습니다.
"유가족들이 있는데 어떻게 우리의 어려움을 말할 수 있겠습니까? 모두 모셔 오겠다는 약속도 못 지켰는데…."
그해 4월 16일 광화문 광장에서 상영되었던 세월호 참사 1주기 추모 영상에는 일반인 생존자와 민간 잠수사가 등장해서 희생자들을 구해 내지 못했던 순간을 회상하며 오열합니다. 미디어위 위원장 김일란 감독은 그 영상을 만들면서 무척 조심스러워했는데 고 김관홍 님의 마음과 다르지 않았던 것 같습니다. 알려야 할 것과 지켜야 할 것 사이를 가늠하며 살얼음판 위를 걷듯이 아슬아슬한 마음으로 걸어왔던 미디어위 감독들은 그렇게 쌓인 신뢰 덕분에 2편에서는 더 넓어진 이야기들을 담을 수 있었습니다.(☞프로젝트 후원하기 : 세월호 3주기 416프로젝트 <망각과 기억2 : 돌아 봄>)
인터뷰를 시작하는 순간부터 쉴 새 없이 재잘대던 희생자들의 누나, 혹은 언니들은 "웃음과 밝음, 개그 이런 것이 나의 보호색. 그렇지 않으면 죽을 것 같으니까"라고 말하면서도 자신들보다 더 어린 형제자매들을 걱정합니다.
"나는 언제까지나 '내 동생은 고2예요'라고 하는데 그때의 언니 오빠보다 더 커버린 동생들이 '우리 오빠는 고2예요'라고 말할 수 없는 그 기분은 어떨까."(<오늘은, 여기까지>)
세월호 진상규명을 위해 자신들이 할 일을 찾던 배우들의 도움으로 유가족 어머니들은 연극 무대에 섭니다.
"잘 키우려고 바쁘게 살다 보니까 너를 깜박 죽을 정도로 사랑한다는 것을 표현을 못 했어요 그런데 연극에서 계속 손으로 쓰다듬고 하는데… 만져 보고 싶어요."(<걸음을 멈추고>)
"15일 날 마지막으로 탑승을 하고 16일 날 마지막으로 탈출을 했다"고 자기를 소개한 김성묵 님이 아주 천천히 어떤 기억을 털어놓습니다.
"한 아이가 구명조끼를 안 입었더라구요. '왜 안 입었어?' 그러는데 너무 당연하다는 듯이 '모자라서 친구 줬어요.' 그 얘기를 듣고도 아무것도 해 주지 않았어요."(<승선>)
제 아들이 변성기에 접어들었습니다. 아들의 목소리를 들을 때마다 어떤 분이 생각납니다. 참사 직후부터 하루도 빠지지 않고 리본공작소를 지키던 분. 그분에게 활동의 계기를 물으니 이렇게 대답했습니다.
"세월호 아이들의 마지막 목소리를 들어보셨어요? 변성기가 막 지난 목소리로 '엄마', '엄마' 부르던 그 목소리. 제 아들이 그 애들 하고 동갑입니다."
세월호의 기억은 이렇게 모습과 계기를 달리하며 오래오래 각자의 삶에 머물 것입니다. 3년 전, 304명의 죽음, 304개 우주의 소멸을 함께 경험하며 같은 세상을 살아가는 한 사람의 구성원으로서 우리는 함께 슬퍼했습니다. '우리 모두는 세월호입니다.' 이 외침은 안전과 존엄을 보장받지 못하는 지금을 고발하는 말이기도 하지만 우리 모두가 평생 동안 세월호의 기억을 안고 살아가야 한다는 고백이기도 합니다. <망각과 기억> 시리즈는 그런 우리들에게 위로와 격려가 될 것입니다. 1년 동안 기억의 최전선에서 전국을 누비던 미디어위 감독들이 1편보다 강력하고 넓어진 이야기로 다시 찾아왔습니다. 이 영화는 멀리멀리 퍼져 나가야 합니다. 3월 28일 인디다큐페스티발에서 일반에게 처음으로 공개된 이 영화를 함께 봐 주시고 함께 퍼뜨려 주세요.
(문의 : 인디다큐페스티발 사무국 02-362-3163)
전체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