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시를 행정복합도시 대신 '경제도시'로 추진하겠다는 정부의 기획은 다방면으로 파장을 일으키며 논란을 확산시키고 있다.
20일 국회보건복지가족위원회 전체회의에서는 정부가 행정기관 이전 백지화의 '반대 급부'로 세종시에 '의료과학시티' 건설을 추진하며 해외 업체와 양해각서(MOU)를 체결한 사실이 도마에 올랐다.
정운찬 지명 전부터 세종시 수정 치밀한 기획
이날 회의에서 변웅전 보건복지위 위원장은 "세종시 수정 추진은 여러 기업에 투자를 구걸하는 정부 행태로 세종시가 누더기가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변 위원장은 "현 정부는 국가균형발전의 도시가 될 수 있는 세종시를 누더기로 만들고 있으며 첨단의료복합단지보다 큰 규모의 의료과학시티를 추진하며 이중플레이 하고 있는 정부의 행태를 질타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현재 정부는 세종시에 '의료과학시티'를 건설하겠다며 외국계 투자회사인 CCI와 240만평 규모의 '의료과학그린시티'를 조성하는 MOU를 체결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대구 신서와 충북 오송의 첨단의료복합단지 조성 예정지보다 규모가 오히려 더 큰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는 CCI 외에도 독일 솔라인포센터(그린인포센터) 등과 3건의 MOU를 체결했고 지난 7월에는 (주)케이투비에 '바이오메티컬그린단지 조성'을 위한 연구용역도 발주했다. 모두 정운찬 총리가 세종시 수정의 운을 떼기도 한참 전의 일이다.
변 위원장의 말대로라면 신서와 오송 첨단의료복합단지는 노무현 정부 시절이던 2005년 8월 초안이 마련된 뒤 전국 10여 곳의 지자체가 경쟁한 끝에 지난 8월 확정됐음에도 '정부의 이중 플레이'에 뒤통수를 맞은 것이나 다름 없다.
게다가 세종시와 MOU를 체결한 업체는 "세종시에 의료과학시티 MOU를 체결한 것은 세종시가 한국의 워싱턴 DC가 될 것이라는 기대 때문"이라며 행정부처 이전을 사실상 백지화한 정부의 '약속 위반'을 문제삼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때문에 이 업체는 오송과도 MOU를 맺어 양다리를 걸친 상태다.
'오송 죽이기' 논란이 거세지자 충청북도 측은 "정부가 이제 와서 세종시와의 MOU 이행을 요구하며 업체를 압박하는 것은 충북 오송을 유령도시로 만들려는 것이나 마찬가지"라며 정부의 외압을 의심하고 있다. 대구 지역의 한 방송사 간부도 "요즘 세종시에 엮인 첨단의료복합단지 문제로 이 동네 민심이 심심찮다"고 전했다.
이같은 상황에서 주호영 특임장관은 이날 "최근에는 '세종시에 대한 인센티브를 줄 때 다른 지역과의 형평성을 고려해야 한다', '혁신도시·첨단의료복합도시 등 다른 지역들과 무관하지 않은 만큼 전체적으로 봐야한다'고 조언했다"고 '퍼주기'에 브레이크를 걸었다.
대구가 지역구인 주 장관은 이날 출입기자들과 간담회에서 "세종시 문제는 주로 국무총리실과 청와대 국정기획수석실에서 다루고 있고, 나는 지역여론이나 당의 의견을 전하는 일을 하고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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