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시민 전 장관이 친노 인사들이 주축이 된 국민참여당(가칭)에 입당했다. 유 전 장관은 자필로 써 배포한 입당선언문에서 "다른 길이 없기에 이 길을 함께 걷기로 했다"고 밝혔다.
그는 "2010년에는 먼저 지방권력을, 그리고 그 다음에 의회권력과 청와대의 권력을 차례차례 국민의 품으로 찾아와야 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유 전 장관은 자신의 출마 여부에 대해선 확답을 피했다.
이날 유 전 장관은 이명박 정부에 대해선 각을 세웠지만 민주당과 관계 설정 문제 등에 대해선 신중한 태도를 취했다. 창당 주비위 상임부위원장을 맡고 있는 천호선 전 홍보수석은 '로우키로 가는 듯한 느낌이다'는 질문에 "맞다. 지금은 그렇게 해야할 때"라고 답했다.
"민주당 안에서 하라던 노 대통령, 지금은 반대하지 않을 것"
이날 유 전 장관은 "실패와 좌절의 위험을 껴안고 험하고 먼 길을 걸어야 한다"면서도 "2012년에 한나라당 정권을 마감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국가권력을 사유화한 한나라당 이명박 정권을 5년으로 끝내고, 국민이 대통령인 시대를 다시 열겠다"며 이같이 말했다. '국민이 대통령입니다'는 참여정부 시절 청와대 슬로건이다.
유 전 장관은 참여당 입당 이유에 대해 "6년 정도 정당 생활을 하면서 정치인들 자신의 이익이나 소망에 따라 정당을 만들고 없앤다는 느낌을 많이 받았다"면서 "또 하나는 억울하고 힘없는 사람들의 생활, 복지를 중심으로 놓고 정책을 해나가는 정당이 꼭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국민참여당이 그런 방향으로 갈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만약 노 전 대통령이 살아있다면, 유 전 장관의 선택을 공감했겠나'는 질문에 대해 그는 "사실 2007년 초부터 저하고 노 전 대통령의 의견이 많이 달랐다"면서 "노 대통령은 따로 정치세력을 갖고 가는 게 너무 어렵기 때문에 가능하면 민주당 안에서 해보는게 어떠냐는 생각 많이 갖고 있었다"고 답했다.
하지만 그는 "돌아가시기 얼마 전에 '자네 생각이 맞기는 하지만 너무 빨리 판단하지 말라'고 한 게 이 문제에 대한 마지막 대화였다"면서 "아마 지금은 노 전 대통령도 반대하지 않을 것이다"고 말했다.
"출마? 무엇은 한다, 무엇은 절대 안 한다 선 긋지 않겠다"
향후 자신의 계획에 대해 유 전 장관은 "개인적으로 판단하기 보다 앞으로 시간 갖고 당원, 지도부와 상의해 가면서 당과 정치 발전을 위해 필요한 일을 하겠다는 생각"이라면서 "언제 뭘 하겠다는 구체적 계획은 없다. 현재로서 구체적으로 선거와 관련해 계획을 갖고 있지 않다는 말씀을 드린다"고 답했다.
그는 자신의 출마 여부에 대해서도 "아주 먼 길을 떠나는 심정이다"면서 "거취 문제도 그런 차원에서 봐달라. 무엇은 한다, 무엇은 절대 안 한다고 선을 그어놓으면 나중에 뭘 하기 어렵다"고만 말했다.
민주당에 대해 그는 "민주당이 지금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이명박 정부를 이 정도나마 견제하는 것도 민주당이다"면서도 "하지만 저에게는 미래를 잘 보여주지 못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유 전 장관은 "우리는 정치일반의 대원칙인 경쟁의 원리에 따라 모든 정당과 치열하게 정책으로 경쟁할 것"이라면서 "동시에 많은 국민들이 이명박 정권의 종식을 원하고 있다. 따라서 경쟁하면서 필요한 협력을 해야 한다. 두 가지를 동시에 추구하는 방향으로 가는 것이 맞지 않나"고 말했다.
그는 또 "국민참여당은 이제 막 출발하는 작은 정당이다. 생각은 많이 하지만 현실에서 한계가 있다"면서 "뜻이 높다고 하더라도 주체 역량이 감당할 수 있는 범위에서 일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조직이나 인적 구성에 공통점이 많은 과거 개혁당과 참여당을 비교하는 질문에 유 전 장관은 "그 당시 개혁당이 갖고 있던 당원제도나 좋은 프로그램 갖고 많은 국회의원 있는 정치세력과 통합해서 좋은 시스템을 도입하면 당을 장악하지 못해도 좋은 정당이 실현될 것이라는 취지에서 그런 슬로건을 내걸었다. 하지만 잘 안됐다"고 답했다.
민주당과 조기 합당 등에 대해선 선을 긋고 장기적 독자 활동을 천명한 것. 그는 "일확천금 하듯 '정치 M&A'를 통해, 로또 하듯 하면 단기간에 욕심부리면 안 된다는 것이다"면서 "그래서 이제는 새우끼리 좋은 집을 지어야 한다는 생각이다. 이는 지난 시기의 경험에서 오는 쓰라림과 각성이다"고 말했다.
지방선거 돌파 여부가 당 존속 좌우할 듯
이날 기자회견 후 이병완 창당주비위원장, 유시민 전 장관 등은 "우리 당이 금방 쉽게 잘 될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유 전 장관은 "그래도 우리는 덩치는 작지만 민주당이 보여주지 못하는 행동계획과 전략, 비전이 있다"고 강조했다.
다른 주요 당직자들도 하나같이 "어려움을 겪을 각오가 되어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당장 내년 지방선거가 이들 활동의 분기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날 참여당의 한 관계자는 "경기도지사 여론조사를 돌려보니 유 전 장관이 일등으로 나왔다"고 말했다.
실제로 유 전 장관이 수도권 광역단체장이 당선이 된다거나, 그를 축으로 해서 기초단체장 등이 당선되며 가시적 성과를 낸다면 참여당은 도약의 전기를 마련할 수 있다. 하지만 그같은 결과를 내지 못할 경우 당 존속의 동력을 상실할 우려도 있다.
참여당은 곧 창당준비위를 결성하고 내년 2월에는 정식 창당을 해 활동에 박차를 가한다는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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