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창
한 사람이 광장에 나와 노래를 했다
작고 가냘픈 목소리다
바람이 거세게 목소리를 흔들었다
지나가던 이웃이 발길을 멈추고
한 사람의 옆자리에서 화음을 넣었다
바람은 아주 조금 두 사람의 사이를 비껴갔다
그리고
아이들의 손을 잡은 부부와
연인과 친구들이 한바탕
축제의 광장을 열었고
손에 환한 촛불 한 자루씩 들고 모여
서로의 체온을 어루만지며
목소리를 보탰다
가장 아름다운 노래,
비폭력의 합창이
청기와 너머로 울려 퍼졌다
청기와 창문 안에는 귀머거리 공주가
살고 있는지
좀체 열리지 않았다
광장엔 서로 다른 목소리로
하나의 거대한 합창을 완성했다
권력의 거센 벽을 광장의 합창이 무너트리고
광장 가득 봄을 불러냈다
시작노트
2016년 10월, 그동안 연기만 피우던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이 수면 위로 모습을 드러냈다. 시민들은 하나 둘 광장으로 나와 촛불을 들었고 유래 없는 평화적 행진을 거듭하며 결국 3월 10일 11시, 대통령 탄핵이라는 씁쓸하지만 어쩔 수 없는 선택을 했다. 거짓말로 일관된 행동들은 시민들을 분통터지게 했고, 집단 스트레스를 경험하게 했다. 거대한 권력과의 싸움에서 소시민들의 바람이 이루어진 의미 있는 일이었다. 시민들은 추운 겨울을 이겨냈고 한 목소리로 부정한 대통령을 파면시켰다. 비폭력으로 일궈낸 아름다운 승리였다. 앞으로 많은 과제들이 남아 있다. 대통령 선거와 부정부패를 저지른 위정자들을 제대로 심판해 법 앞에 모든 국민이 평등하다는 걸 보여줘야 한다. 오늘의 이 어수선한 분쟁의 날들이 좀 더 성숙하고 건강한 민주주의로 나아가는 단초가 되길 빌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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