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28 재보선의 공식 선거운동이 시작된 첫날 진보진영도 바닥을 다지며 입지 구축에 혼신의 힘을 쏟고 있다. '이명박 정부 중간심판'이라는 야권의 공통 과제와 진보 정당의 존재감 부각이라는 두가지 숙제를 동시에 풀어내야 하는 셈이다.
민주노동당과 진보신당의 단일화 협상과 당선으로 이어져 주목을 받았던 지난 4월 재보선에 비해 객관적 상황은 좋지 않다. 민노당만이 충북 증평.진천.괴산.음성, 수원 장안, 경남 양산 세 곳에 후보를 냈고 진보신당은 독자 후보를 세우지 못했다.
민노당, 수원 선전에 기대
박기수 전농 충북도연맹부의장과 안동섭 경기도당 위원장, 박승흡 전 대변인을 공천한 민노당은 수원 장안과 경남 양산에서 선전을 기대하고 있다.
민노당은 특히 지난 2000년부터 수원에서 바닥을 다져온 안 위원장에 큰 기대를 걸고 있다. 연세대 제적생 출신으로 구로공단에 투신한 이후 민주노총 수원지역 금속노조 위원장 등을 지낸 안 위원장은 17대 총선에서 두 자리 수 득표율로 만만찮은 기반을 과시했다.
창조한국당과 진보신당의 지지도 받고 있는 안동섭 후보는 15일 '이명박 정부 심판의 대행진을 시작하며'라는 성명으로 공식 선거운동을 시작했다.
안 후보는 "이번 선거는 한나라당의 불법선거로 시작하게 되었지만 사과 한 마디 들어보았나. 그 뿐이 아니라 영통에서 장안으로 옮겨다니며 한 표를 구걸하고 있다"면서 "민주당은 한나라당에서 민주당으로 당적을 옮기며 입신양명을 꿈꾸는 후보를 선택해달라는데 여러분은 이러한 후보에게서 이명박 정권 심판의 진정성을 느낄 수 있냐"고 한나라당 박찬숙 후보와 민주당 이찬열 후보를 싸잡아 비판했다.
민노당에서도 급진파로 통하는 박승흡 전 대변인은 '양산 박'이라는 닉네임으로 양산에서 저돌적 선거운동을 진행하고 있다.
"이번 선거를 계급투표로 만들겠다"는 박 전 대변인은 양산의 중소영세사업장을 집중 공략 중이다. 박 전 대변인은 "노동자의 참정권을 조건 없이 보장해야 한다"면서 "양산시 선관위가 투표율이 떨어지는 것을 걱정한다면 지금 당장 양산시 각 사업장에게 협조공문을 보내고, 사업주들을 설득하러 돌아다녀야 합니다. 노동자들이 투표하고 오전 10시까지 출근할 수 있도록 투표시간을 배려해야 한다"고 양산 선관위와 상공회의소를 압박하기도 했다.
이처럼 후보들이 분투하고 있지만 민노당의 고민은 정작 다른 곳에 있다. 민주당과 각을 분명히 세울 수 있겠냐는 것. 진보 정치권에서도 '반MB 연대'에 가장 적극적인 인물이 바로 강기갑 대표다. 강 대표는 최근 "진보와 민주를 넘어 '반MB'라면 함께 힘을 모으자는 의견이 많다. 정치권에서 국민적 요구에 임하겠다"고 말하기도 했다.
당선 가능성을 걸고 들어오는 민주당 등의 압박이 침투할 여지를 많이 남겨놓은 것이다. 특히 친노진영이 총출동하고 있는 양산의 단일화 요구가 강할 것으로 보인다. 안산 상록을에서 무소속 임종인 후보로 단일화될 경우 민노당에 대한 민주당의 양보 압력은 더 거세질 수 있다. 하지만 지난 4월 재보선 때 울산북구에서 진보신당 단일화 논의조차 반대했던 박승흡 후보가 당내외의 압력을 순순히 받아들일 가능성은 많지 않다.
진보신당, 고민 심각
진보신당은 당 지지율이 정체 상태에 빠져있는 가운데 이번 재보선에 후보조차 내지 못해 더욱 난감한 상황이다.
노 대표, 심 전 대표 등은 안산 상록을 임종인 후보의 지원에 올인하다시피하고 있지만 임 후보가 당선되더라도 진보신당 의석이 늘어나는 것도 아니다.
진보신당 김준수 지방선거준비위원은 지난 14일 '지방선거 무엇을 할 것인가'라는 자체 토론회에서 "여전히 진보신당은 노회찬, 심상정, 조승수 등 진보 스타정치인의 정당이며, 대중의 삶을 바꿀 수 있는 대안정당, 유효정당으로 형성되지 못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그는 "진보신당은 한 석의 국회의원과 3% 미만의 지지율로는 2012년의 비약적 발전은 물론 당의 존립 자체가 어려울 수 있다"고 우려했다.
한편 창조한국당은 강원 강릉에 홍재경 최고위원을 공천해 선전을 기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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