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익위 직원들이 암행어사가 되어야 한다", "부패 척결이 중요하다"는 등의 발언과 이를 뒷받침하는 광폭 행보로 관심을 끌어온 이재오 국민권인위원장이 급기야 '5대 사정기관 연석회의' 정례화를 주장하고 나서자 야권과 시민사회가 맹공을 가하고 나섰다.
"관계기관 대책회의의 재판이 될 수 있다"
13일 이 위원장은 "올해부터는 기관들의 청렴도를 순위별로 발표하고, 고위공직자에 대한 청렴도 평가기준을 세워 순위를 공개할 것"이라며 "권익위, 감사원, 검찰, 경찰, 국세청 등 5대 사정기관 연석회의를 정례화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민주당 노영민 대변인은 "이재오 위원장은 자신이 소통령이라도 되는 줄 착각하는 것 같다"고 질타했다.
노 대변인은 "국민권익위원회가 언제부터 사정기관이 되었는가. 또 국민권익위원장이 무슨 권한으로 5대 사정기관 연석회의를 정례화하겠다는 것인가"라면서 "혹시 '공직자비리 수사기구 신설 검토' 발언의 저의가 이들 사정기관을 자신의 휘하에 두고,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둘러보고 싶은 것인가"라고 의혹을 제기하기도 했다.
그는 "그러나 고위공직자 청렴도를 공개하겠다니 이는 환영할만한 일인 것 같다. 그러나 무엇보다 총리, 장관들의 청렴도 점수부터 공개해야 할 것"이라며 "총리, 장관들이 각종 위법과 탈법의 꼬리표를 줄줄이 달고 있는 마당에 청렴을 말하는 것은 언어도단이다. 우선 이들의 청렴도를 공개하고 책임을 묻는 것이 순서"라고 역공을 가하기도 했다.
진보신당 김종철 대변인도 "국민권익위원회가 해야 할 일이 어떤 것인지 파악하기도 전에, 사실상 권력기관을 어떻게 장악할까 궁리하는 몰상식한 행태"라고 지적했다.
김 대변인은 "이재오 위원장의 오늘 발언은 국민권익위원회가 아니라 무소불위의 정권권익위원회, 국민사정위원회를 만들겠다는 발언에 다름 아니다"면서 "5대 사정기관을 좌지우지해 사실상 정권 내부 국무총리 행세를 하겠다는 것에 다름 아니다"고 덧붙였다.
최근 4대강 사업 관련 국정감사에 증인으로 출석해 위법성을 지적한 바 있는 중앙대 법대 이상돈 교수는 <프레시안>과 통화에서 "말도 안 되는 소리"라고 비판했다.
이 교수는 "권익위 법에 임무가 규정되어 있지만 어쨌든 자기들끼리 모여서 간담회를 하겠다면 그것은 개인의 자유에 속하겠다"면서 "감사원은 헌법기관이고 검찰도 명목상으로는 독립성을 보장받고 있고 경찰도 계통이 다른데 어떻게 불러다놓고 연석회의를 하겠다는 것인가"라고 말했다.
이 교수는 "미국의 경우에도 과도한 기본권 침해를 막기 위해, 예컨대 이민국과 연방수사국 사이에는 철저하게 벽을 둔다. 우리도 합당한 이유가 있을 때만 국세청과 검찰청이 정보를 교환하지 않냐"면서 "과거 5공식 관계기관 대책회의의 재판이 될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오는 19일 국회 정무위는 권익위에 대한 국감을 실시할 예정이다. 이 위원장의 최근 일련의 행보가 도마에 오를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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