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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러스틴 "온두라스 쿠데타, 중남미 우파 역습의 신호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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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러스틴 "온두라스 쿠데타, 중남미 우파 역습의 신호탄"

"역사적 맥락으로 읽어야…배후엔 오바마 아닌 미국 우파 있어"

'세계체제론'의 이매뉴얼 월러스틴 예일대 석좌교수는 15일 중미의 온두라스에서 지난달 28일 발발한 쿠데타가 중남미 우파세력의 '복수'가 시작되는 상황을 보여주고 있다고 경고했다.

월러스틴 교수는 이날 미 빙햄턴대 페르낭브로델센터 홈페이지에 올린 '우파의 역습(The Right Strikes Back) 제하 논평에서 "조지 W. 부시 전 미 대통령 시대에는 남미에서 좌파 정부가 출현했는데,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재임 기간은 우파세력들이 복수하는 시간이 될 위험에 처해있다"고 말했다. (☞원문 보기)

"재선 노리고 개헌하려 했다고? 완전 날조"

월러스틴은 이번 쿠데타의 원인에 대해 "온두라스의 과두적 지배세력(oligarchy)이 마누엘 셀라야 대통령을 '계급의 배신자'로 여겨 본보기로 처벌받아야 할 대상으로 보았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 마누엘 셀라야 온두라스 대통령 ⓒ신화=뉴시스
월러스틴은 셀라야 대통령이 지배계급의 배신자로 낙인찍히게 된 배경으로 그의 정책 전환을 들었다.

셀라야는 본래 온두라스의 과두 지배세력이 내세운 대통령이었지만 이전 대통령과는 달리 학교와 진료소를 짓고 최저임금을 인상하는 등 좌파적인 정책을 펴 나갔다는 것이다.

그 외에도 셀라야는 임기 초 미국과 자유무역협정(FTA)을 체결했지만 2년 후에는 우고 차베스 베네수엘라 대통령이 중남미 좌파정부끼리 연대하기 위해 만들었던 '미주(美洲)를 위한 볼리바르 동맹'(ALBA)에 가입하면서 미국의 눈밖에 났고, 지배세력의 기득권 구조를 위협하기도 했다.

하지만 쿠데타 세력은 셀라야가 재선을 위해 헌법을 개정하려 했기 때문에 그를 축출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에 대해 월러스틴은 "거짓말"이라고 일축했다. 개헌을 위한 국민투표는 후임 대통령이 선출되는 날 실시하기로 돼 있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남미 선거에서 우파 집권 가능성 높아"

월러스틴은 특히 이 쿠데타를 단순하게 볼 것이 아니라 중남미 좌파 정부 전체가 흔들리는 상황으로 이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근 세계적인 경기침체가 남미 좌파 정부의 경제 정책에 대한 지지를 약화시키면서 다음 선거에서 우파가 다시 등장하는 상황을 맞을 것이라고 주장이다.

월러스틴은 "온두라스의 우파는 셀라야 대통령의 임기가 끝날 때까지 시간을 끌고 있고 그렇게 되면 이기는 것"이라며 "그 경우 과테말라, 엘살바도르, 니카라과의 우파 세력들 역시 쿠데타를 벌이고 싶어 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이어 "온두라스 쿠데타는 라틴 아메리카라는 커다란 맥락에서 봐야 한다"며 "아르헨티나와 브라질, 아마도 우루과이를 포함해 칠레까지 올해나 내년 예정된 선거에서 우파 후보가 승리할 가능성이 높다"고 예상했다.

월러스틴은 또한 "미국이 신경 쓸 틈이 없으면서 경기가 좋았을 때 라틴 아메리카에서 좌파 정권이 들어섰지만 현재는 중남미에 신경을 쓰지 못하는 건 마찬가지인데 경기는 나빠진 상황"이라며 "중도좌파 정부가 세계 경제 위기에 할 수 있는 일이 거의 없었지만, 그들을 탓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고 좌파의 선거 패배를 예상했다.

'오바마의 쿠데타'가 아닌 '미국 우파의 쿠데타'

또한 월러스틴은 에보 모랄레스 볼리비아 대통령 등 일부 좌파 지도자들이 '쿠데타의 배후에 미 행정부가 있다'고 주장하고 미국의 좌파들도 쿠데타의 책임을 오바마 대통령에게 지우려는 것에 대해 "사실과 다르다"고 반박했다.

그는 "셀라야나 지지자들, 심지어 차베스 대통령이나 피델 카스트로 전 쿠바 국가평의회 의장조차도 오바마와 미국 우파가 다르다는 것을 알고 있다"며 "온두라스 쿠데타는 오바마 행정부가 절대 원하지 않았던 상황이었고 오히려 미국 우파들의 핵심 세력이 부추겼다"고 반박했다.

그는 "쿠데타 세력과 미국의 우파는 미국의 정책을 (좌파 정부 전복 시도를 조장하거나 묵인했던 과거로) 돌려놓으려 했지만 성공하지 못했다"며 "온두라스 과두 세력의 외무부장관 엔리케 오르테즈는 오바마를 '아무것도 모르는 깜둥이'라고 부르기도 했다"고 말했다.

월러스틴은 "미국 우파들은 그보다 덜 무례했지만 비난의 강도는 덜하지 않았다"며 "짐 드민트 공화당 상원의원, 쿠바계 미국인인 일레나 로스-레티넨 공화당 하원의원, 보수파인 마누엘 에스트라다 변호사 등은 하나같이 온두라스 쿠데타는 헌법을 방어하기 위해 일어났기 때문에 정당하다고 주장했다"고 말했다.

▲ 온두라스 수도 테구시갈파 내 대통령 관저 부근에서 쿠데타에 항의하는 시위대가 최루탄을 던지고 있다 ⓒAP=뉴시스

"오바마는 쿠데타를 쿠데타라고 말하라"

그러면서도 그는 오바마 대통령을 향해 "지금 사태를 공식적으로 쿠데타로 명명하라"며 보다 적극적인 조치를 요구했다.

그는 "그렇게 되면 미국법에 따라 온두라스에 대한 지원을 중단하게 된다"며 "미 국방부가 온두라스군과 맺고 있는 관계를 끊을 수도 있고, 대사를 소환할 수도 있다"고 소개했다.

월러스틴은 "그렇지만 오바마 행정부가 나서고 있지 않은 이유는 간단하다"며 4가지 긴급한 현안을 들었다. 소니아 소토마이어 판사의 대법관 임명 문제, 혼란이 계속되고 있는 중동에 대한 정책, 의료보험 개혁안, 부시 행정부의 불법행위에 대한 조사가 바로 그것이다.

그는 "미안하지만 온두라스는 5번째"라며 "셀라야 대통령은 정부를 회복시키려 하지만 3개월밖에 남지 않아 너무 늦은 상태"라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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