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민들을 위한 주민 자치 행사가 아니라 정치인들을 위한 ‘그들만의 정치 행사’였다.”
경남 창원시가 지난 13일 진해구 웅천동 ‘웅천복지회관’ 공식 개관식을 하면서 주민들의 의견을 묵살한 채 행사를 강행해 논란이 일고 있다.
이날 행사에는 주민 300여명과 함께 김성찬 국회의원(자유한국당), 안상수 창원시장, 김하용 창원시의회 의장을 포함한 시의원 4명, 도의원 3명 등 지역 정치인들도 대거 참석했다.
오후 2시 30분께부터 시작된 식전행사에 이어 오후 3시부터 김 의원, 안 시장, 김 의장 순으로 인사말을 한 뒤 현판 제막식과 커팅식을 끝으로 공식 행사가 끝났다.
이후 주민들 사이에서는 불만의 목소리가 터져나왔다. 주민을 대표하는 주민자치위원장의 인사말과 전 자치위원장에 대한 공로패 수여가 식순에 포함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웅천동 주민자치위원회는 애초에 지난 6일부터 개관해 시험운영에 들어간 웅천복지회관의 공식 개관식을 3개월 정도 지난 뒤 할 계획이었다.
무료급식소와 다목적강당, 체력단련실, 회의실 등을 운영해보고 개선할 사항과 보완해야 할 점 등을 점검한 뒤 개관식을 갖는 것이 좋겠다는 의견들이 많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주민들의 의견은 받아들여지지 않았고 문을 연 지 8일만에 부리나케 공식 개관식이 강행됐다.
또 개관식 식순에 주민자치위원장의 인사말과 회관 유치 및 예산 확보에 공이 큰 전 위원장에 대한 공로패 수여식을 하려던 주민들의 의사도 무시된 채 정치인 일색의 인사말로 진행됐다.
결국, 개관식에 참석한 주민 300여명은 주민 스스로를 위한 자축 행사에서 주인의 권리를 행사하지 못한 채 정치인들의 ‘말씀’을 들어주기 위해 동원된 청중으로 전락했다.
일이 이렇게 되기까지에는 창원시의 의사가 강하게 작용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개관식에 참석했던 한 주민은 “주민자치위원회에서 위원장 인사말과 공로패 수여식은 할 수 있게 해줘야 하지 않나 하고 화를 낸 것으로 들었다”며 “창원시와 진해구청, 비서실에서 관여한 것이라서 이해해달라는 답변이 있었던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이어 “시·비서실·구청이 의전 시나리오를 짜면서 주민자치위원장의 인사는 하지 않는 게 좋겠다는 얘기가 있었다고 들었다”며 “안 시장이 행사를 오래 하는 걸 싫어해서 그렇다는 이야기도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또 “주민들의 자치적 행사인데 정치인들의 일정이나 입장만 고려한 것은 상대적으로 무시당했다는 느낌을 준다”며 “주민들을 위해야 할 정치인들이 격을 따지며 너무 권위적이라는 인상밖에 들지 않는다”고 씁쓸해 했다.
창원시장 비서실은 식순 시나리오 개입설에 대해 부인했다. 비서실 측은 지난 14일 사실 여부를 묻는 질문에 “식순 조율에 관여한 바 없다”며 “참여해달라는 요청이 와서 시장님 일정 등을 조정해 행사에 참가한 것뿐이다”라고 밝혔다.
창원시 노인장애인과도 강요는 아니었다는 식의 해명을 했다. 구무영 과장은 “주민자치위원장 인사말에 관한 부분은 얘기된 게 없었고, 공로패는 주민자치위원장과 의견을 나눴다”며 “예산을 확보 등 복지회관 건립에 있어 많은 분들의 노력이 합쳐진 결과인데, 전 자치위원장만을 특정해서 공로패를 수여하는 것은 맞지 않다는 식의 제안을 한 적은 있다”고 말했다.
구 과장은 또 “주민자치위원장이 공로패 수여식을 공식 행사에서 못할 것 같으면 다과회 때 하겠다고 했다”며 “그것도 괜찮은 방법이겠다고 의견을 나눠서 조율이 된 것”이라고 덧붙였다.
하지만, 이날 공로패 수여를 포함해 어떤 자체 행사도 끝내 진행되지 못했다. 또 주민자치위원회도 좀체 서운한 감정을 숨기지 못하고 있는 표정이 역력하다.
한편, 웅천복지회관은 지난해 4월부터 10개월 동안의 공사를 통해 올해 1월에 완공됐다. 1층은 무료급식소로 운영되며, 2층은 다목적강당과 체력단련실, 회의실 등을 갖추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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