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 함양군(군수 임창호)이 슬레이트 처리 지원 사업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면적과 금액이 부풀려진 채 공사 발주가 이루어졌다는 의혹이 제기돼 논란이 일고 있다.
이 과정에서 담당 공무원들이 실제 측량을 하지 않았거나 현장 확인도 형식적으로 했다는 의혹도 덧붙여졌다. 또 이런 일들이 수년째 지속돼 왔다는 주장도 있어 진위 여부를 놓고 파문이 확산될 조짐이다.
함양군은 지난해 12월 8일부터 올해 2월 10일까지 11개 읍·면 사무소를 통해 2017년 슬레이트 처리 지원사업 신청서를 접수했다.
함양군이 공개한 개인별 확정내역을 살펴보면 올해 총 179가구를 대상으로 4억5,696만 원이 지원된다. 국비 50%와 도비 15%, 군비 35%이며, ㎡당 1만7,500원이 책정됐다. 가구당 한도는 192㎡에 336만 원이다.
슬레이트 처리 지원사업은 신청서 접수, 담당 공무원의 현장 확인 및 측량, 신청자 개인별 업체 선정, 공사 진행, 준공 검사 후 지원금 지급 등의 순서로 진행된다.
의혹이 제기된 것은 이 내역서에 표시된 개별 지원 확정 면적과 실제 면적이 다르다는 것이다. 또 면적 산출 방식과 측량 주체 등 논란이 되고 있는 문제점은 한두가지가 아니다.
지원사업 대상 중에는 일반건축물대장에 건물 바닥 면적이 89.99㎡로 표시돼 있는 건축물이 있다. 하지만 이 건축물의 슬레이트 지붕 철거 지원 대상 측정면적은 180㎡로 돼 있다. 바닥 면적의 배이다. 지원금액도 한도액에 가까운 315만 원으로 책정돼 있다.
또다른 곳의 경우도 함양군에서 인정한 면적이 146㎡에 지원금액은 255만5,000원이다. 하지만 이 역시 재측정 결과 92㎡ 정도인 것으로 나타나 실제 지원해야 할 금액은 160여만 원에 불과하다.
함양군에서 석면해체제거업을 하고 있는 A 업체는 개별적인 재측량을 통해 이같은 문제점을 지적하면서 “샘플링을 통해 확인된 것처럼 올해 사업 또한 전반적으로 부풀려졌을 가능성이 크다”며 “군에서 지원 대상으로 확정한 면적이 실제 면적보다 30~40% 이상 부풀려 발주됐을 것으로 추정된다”고 의혹을 제기했다.
함양군은 지난해에도 예산 5억6,100만 원을 투입해 슬레이트 건축물 224곳을 철거하는 등 해마다 지속적으로 지원 사업을 해오고 있다.
함양군은 A 업체가 제기한 의혹과 관련해 측량 방식에 따라 결과가 다를 수 있다는 설명이다.
함양군 담당 부서 관계자는 “철거 대상 슬레이트 면적은 건축물 (바닥)면적에 지붕 경사도(1.45)와 이음부분의 겹침비율(1.16)을 곱해 계산한다”라고 말했다. 실제 지원 신청서에도 슬레이트 면적 부분에 ‘지붕(슬레이트 건축물 면적×1.45×1.16)’과 ‘기타(벽체 등)’로 표시돼 있다.
하지만, 이같은 함양군의 계산방식은 일반적인 것이 아닌 것으로 알려졌다. A 업체 측은 “세금 즉 돈이 드는 부분이라 넓이 계산은 정확하게 해야 한다”며 “슬레이트의 가로와 세로 길이를 곱한 값에 이음새 부분의 겹침비율인 할증요율 1.16 또는 1.18을 곱한 것으로 넓이를 계산하는 게 일반적이고 정확한 것”이라고 말했다.
창원시 슬레이트 철거 지원사업 담당 부서에서도 “건축물의 바닥 면적을 가지고 계산하는 방법은 사용하지 않는다”며 “슬레이트의 실제 크기를 측정해 할증요율을 곱하는 것이 가장 정확하고 올바른 방법”이라고 설명했다.
또, 함양군의 방식대로 계산한다 하더라도 재측량 건축물의 경우 지원 신청서 면적과 실제 면적이 상당한 차이가 난다. 따라서 함양군의 주장은 설득력과 신빙성이 떨어진다.
A 업체 측은 “아무리 계산 방식이 다르다고 하더라도 측정한 넓이의 결과들이 근소한 차이를 보여야 한다”며 “지원사업 대상 건축물 중 무작위로 15곳 정도를 재측정해본 결과 모두 납득하기 힘들만큼 상당히 부풀려져 있었다”고 설명했다.
업체 측은 “일감을 따기 위해 어느 지역 건축물 주인에게 갔더니 측정 면적이 지원한도보다 넓어 70만 원 가량을 자비부담 해야 한다고 하더라”며 “그러나 알아보니 지원 면적 내에 들어 있는 경우도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측량 자체가 부풀려진 것이니 다른 업체에 일감을 줄 수가 없었던 것”이라며 “해당 업체가 건축물 소유주들을 대상으로 다른 업체에 일을 주지 말라고 회유한 것”이라고 의혹을 제기했다.
지곡면의 경우에는 취재가 진행되는 동안 재측정 사례의 건축물들에 대해 슬레이트 면적을 축소 조정해 신청서를 다시 군으로 보내기도 했다.
이에 대해 함양군과 지곡면사무소 측은 “지곡면의 경우 이번 사업을 진행하면서 마을에 널려 있던 폐슬레이트를 한곳에 모은 뒤 신청한 각 집마다 조금씩 분배하다보니 실제 면적과 차이가 났다”고 설명했다가 “문제가 될 소지가 있어서 해당 마을에 그 부분을 빼고 다시 신청서를 작성하라고 했다”고 밝혔다.
면적 부풀리기 의혹뿐만 아니라 지원서 접수 과정에서도 읍·면 사무소에서 직접 측량을 하지 않거나 현장 확인을 하지 않은 경우도 상당수였던 것으로 드러났다.
A 업체 측은 “어느 면사무소 담당 공무원을 찾아가 확인해본 결과 이미 특정 업체 측에서 측량을 해와 신청서를 접수해버렸다고 말하더라”며 “실제 측량과 확인을 해야 하는 과정을 어기고 특정 업체가 해온 것을 제대로 된 확인 절차도 없이 그대로 인정해준 것은 쉽게 납득하기 힘들다”고 말했다.
실제, 해당 면사무소 담당 공무원은 기자와 만나 직접 측량을 했냐는 질문에 “그랬다”고 답한 뒤 현장 확인을 요청하자 “사실은 직접 하지는 않고 업체의 측량이 끝난 신청서가 들어온 뒤 현장 몇군데 확인만 했다”고 말바꾸기를 했다.
또다른 면사무소 담당 공무원도 “애초에 신청자가 업체에 연락을 해서 측량을 했다. 면에서 직접 실측한 것은 몇 집 안된다”며 “업체가 측량할 때에도 직접 참가해서 감독을 하지는 않았다”고 털어놨다.
A 업체 측은 “국비와 도비, 군비 등 소중한 국민의 세금으로 진행되는 주거환경 개선 사업이 부풀리기와 눈감아주기 등으로 업체 배불리기에 이용되고 있다는 의심을 충분히 할 수 있다”며 “함양군 측에 이같은 불투명하고 불공정한 일들에 대해 시정을 지속적으로 요구해왔지만, 몇 년째 아무런 개선도 없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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