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장집 고려대학교 명예교수가 '묻지마 反MB'의 실천적, 이데올로기적 오류를 조목조목 지적했다.
진보신당 조승수 의원의 제안으로 민주당, 민주노동당, 창조한국당 개혁파 의원 26명이 참여하고 있는 진보개혁입법연대 초청으로 1일 오전 국회 귀빈식당에서 강연한 최 교수는 "이명박 정부에 대한 상투적, 정서적 공격에는 진보개혁진영에서 마땅히 선행되어야할 '실제 진보가 무엇인가'에 대한 성찰과 논의가 부족하다"고 말했다.
"MB정부에 대한 집중공격은 역효과 낼 수도"
▲ 지난 해 6월 정년퇴임 기념강연에 나선 최장집 교수의 모습. ⓒ프레시안 |
최 교수는 "이명박 정부에 대한 집중 공격은 기대수준을 너무 낮춰 조금만 뭘 잘하더라도 평가를 크게 높여버릴 수가 있다"면서 "최근 지지율 반등도 그런 결과가 아니겠냐"고 말했다.
또한 최 교수는 '파시즘적이다. 反민주평화세력이다'는 이명박 정부에 대한 일각의 성격규정에 대해서도 동의하지 않는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최 교수는 "예컨대 남북관계에서 반평화세력이라 함은 전쟁을 원한다는 것인데, 이명박 정부는 그럴 용기도, 의지도 없다"고 말했다.
최 교수는 "물론 이명박 정부는 권위주의적 경향성을 갖췄고 한국사회 상층이익의 대변자"라면서도 "이른바 민주파 정부 10년 동안에도 관료들에 의해 사회경제적 보수화의 레일이 깔렸는데 보수를 자임하는 정부가 그 레일에서 더 보수적으로 가는 것은 분명한 것 아니냐"고 말했다.
이에 민주당 장세환 의원 등은 '18대 국회에서 의정활동을 하며서 정책활동보다는 정치투쟁에 더 애를 쓸 수 밖에 없었다'면서 '실제 현장에서는 민주회복 투쟁에 나서야 하는 것 아니냐는 위기감을 느낀다'고 일부 반론을 제기했다.
하지만 최 교수는 "민주 대 반민주 식으로 집중하는 것은 중요한 정책을 펼 수 없는 결과를 낳는다"고 답했다.
또 최 교수는 "그렇게 (이명박 정부를 공격) 했는데 시민들이 진보개혁세력에 대한 지지로 돌아오지 않는다"면서 '정책구체성'과 '노동·민생에 뿌리를 둔 정책'을 주문했다.
최 교수는 "민주정부 10년 동안 이런 저런 위원회를 만들어 교수들을 불러놓고 발표한 것들은 정책 산출이 중심이 아니라 투입이 중심이었다"면서 "정책결정자와 정책수요자의 거리를 좁히고 수요자 중심이 되는 것이 정책구체성을 획득하는 요체"라고 말했다.
그는 "한국에서는 노동을 중심으로 한 생활세계의 문제가 정치의 중심이슈로 역할하지 못한다"면서 "재벌중심 성장정책에 대한 일정한 규율과 민주적 가치가 부과되지 않는 한 변화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집권에 성공한 일본 민주당의 하토야마 대표가 지난 27일 인터내셔널헤럴드트리뷴에 기고한 글을 보면 첫 문장이 근본적 시장중심주의에 대한 공격으로 시작된다"면서 한국 진보개혁 정치인들의 벤치마킹을 주문했다.
"한국보수, 자민당식 장기집권 능력 없다"
최 교수는 "보수우위 양당체제가 굳어지고 투표의 보수 경향화 현상도 나타난다"고 우려했지만 '사회의 보수화'라는 일각의 주장은 분명히 거부했다.
그는 "우리 사회가 전반적으로 보수화됐다고 볼 순 없다"면서 "진보, 중도, 보수의 비율이 다른 나라들하고 비슷할 것이다. 오히려 민주주의 확대를 경험한 우리 국민들은 더 진보적인 면이 있기도 하다"고 말했다.
그는 "정치경쟁, 정책경쟁의 포맷이 바뀌지 못하는 것이 시민들의 선택을 제한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명박 정부, 나아가 보수진영에 대한 과도한 정서적 공격이 내성을 키우고 진보개혁진영의 무능으로 인한 투표의 보수화가 결합한다면 일본 자민당식 장기집권 가능성이 커지지 않냐'는 질문에 최 교수는 "그렇게 되진 않을 것이다"고 답했다.
최 교수는 "보수진영이 장기적 헤게모니를 쥐고 나갈 능력이 있는 것 같지도 않고 한국 국민들의 성향이 그런 상황(장기집권)을 용납하지도 않는다"면서 "투표를 통한 반복적 정권교체가 나타날 것"이라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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