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최영희 의원이 27일 보건복지부로부터 제출받아 공개한 '신종인플루엔자 가을철 대유행 대비 방안'(2009년 8월 16일 실시한 관계부처 회의자료)에 따르면 정부는 적극적 방역대책을 실시할 경우에도 '입원환자 10~15만 명, 사망자 1~2만 명'을 목표로 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는 항바이러스, 백신 등 방역대책이 없을 경우에는 전체 인구의 20% 감염 발생, 입원환자 20만명, 사망 2만~4만명(0.04~0.08%) 정도가 발생할 것으로 예상했다. 유행시기는 10월, 11월에 정점에 달할 것으로 전망됐다.
"사회경제적 비용이 27조 6000억 원 달할수도"
▲ 관계부처 회의자료의 일부ⓒ최영희 의원실 |
이같은 예측에도 불구하고 물량 부족 등으로 인해 백신접종은 오는 11월부터 내년 2월까지 실시될 예정이다. 하지만 이같은 계획도 달성이 쉽지 않다는 전언이다. 또한 짧은 시간에 대량으로 환자가 발생할 경우 '외래, 입원환자의 폭발적 증가로 기존 의료시스템이 마비'되고 '직장결근으로 인한 노동력 상실로 사회경제적 부담이 급증'한다는 것이 정부의 우려다.
최영희 의원은 "지난 2006년 12월 질병관리본부가 실시한 '신종 인플루엔자 대유행의 사회·경제적 영향 추계 및 대응방안'(서울대학교 이철희 교수)에 따르면, 신종 인플루엔자가 대유행할 경우 발병률을 30%로 가정할 때, 27조 6200억원의 사회·경제적인 비용이 들 것으로 추계된 바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또한 최 의원은 "국가 재난단계 상향조정(주의→경계)시 개최할 예정이었던 중앙안전관리위원회(위원장 국무총리)와 중앙인플루엔자정부합동대책본부(본부장 행정안전부장관)가 7월 21일 격상된 이후에도 아직까지 가동되지 않았다"고 "정부가 안이한 대응을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방역을 담당하는 정부와 치료를 담당하는 일선 의료기관간 긴밀한 협조체계가 이뤄지지 않아 국민의 불안과 우려가 증폭되고 있다"면서 "즉시 중앙안전관리위원회 및 중앙인플루엔자정부합동대책본부 등 국가재난안전관리체계를 가동시켜 범정부차원의 대응체계 마련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사망률 자체는 일반 계절성 독감 수준"
이같은 상황에 대해 전문가들은 "문제가 엄중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패닉'에 빠질 것도 아니다"고 입을 모았다.
방역당국의 한 관계자는 "1, 2만 명 혹은 3, 4만 명이라는 숫자는 (사망) 예측치가 맞다"면서도 "일반인이 보면 당황스러울 수 있지만 잘 따져봐야 한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평년에도 날씨가 쌀쌀해지면 독감 사망자가 많이 발생한다"면서 "노년층이나 다른 병으로 투병 중이라 면역력이 떨어져있는 고위험군들의 직접 사인이 독감이 될 수 있고 신종플루의 경우에도 마찬가지다"고 설명했다.
을지의대 예방의학 교실의 김명희 교수도 "중세 시대 페스트 창궐로 수많은 사망자가 나타나는 식은 아니다"면서 "신종플루의 경우 조류독감, 일반 유행성 독감에 비하면 사망률이 오히려 더 낮은 것 같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평년 일반 유행성 독감 사망자에 비해 신종플루 사망자 숫자가 아주 높아진다고 볼 수는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김 교수는 "면역력이 떨어지는 노년층 등이 위험한 것은 맞지만 신종플루 같은 경우에는 2, 30대의 발병률도 독특하게 높다"면서 "패닉도 안 되지만 손 놓고 있는 것도 안 된다"고 강조했다.
진보신당 김종명 건강위원장(가정의학 전문의)도 이날 자체 토론회에서 "대유행의 예고에도 불구하고 다행인 것은 신종플루의 독성이 매우 낮다는 점이다. 실제로는 계절형 인플루엔자의 사망률 정도(0.1%미만)이거나 그보다 약간 상회하는 정도로 추정할 수 있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신종플루 감염으로 인한 입원과 사망은 주로 천식, 당뇨병, 비만, 심장질환, 취약한 면역 상태 등 기저질환이 동반된 경우에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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