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산 참사 유가족과 '이명박정권용산철거민살인진압범국민대책위원회(용산범대위)' 회원은 지난 8일부터 오세훈 시장의 사과를 요구하며 노숙 농성에 들어갔다. 용산4구역 철거민의 생계 대책을 위해 임시·임대 상가를 마련하라는 것이 이들의 주요 요구였다.
그동안 유가족은 잠잘 곳을 마련하기 위해 수차례 천막을 세웠지만, 그때마다 시청 직원들에 의해 강제 철거됐다. 천막을 빼앗기고 다시 세우고를 반복하는 '쟁탈전'이 일상이 되어가는 가운데, 어느덧 용산 참사 발생 반년이 20일로 목전에 왔다.
▲ 지난 8일부터 시작된 용산 참사 유가족들의 서울 시청 앞 농성장 풍경. 스티로폼 두 장으로 만들어진 간이 농성장이 용산에서 희생된 철거민들의 목숨 마냥 위태로워 보인다. ⓒ프레시안 |
쏟아지는 폭우 속, 간이 농성장에서 비를 피하고 있던 용산4지구상공철거민대책위원회 소속 노한나(53) 씨. 며칠째 노숙 농성을 계속하고 있다는 그는 "다섯 명이 목숨을 잃은 지 반년이 다 되어 가는데 누구 하나 책임지는 사람이 없다"며 억울함을 호소했다.
용산 참사로 숨진 고 윤용현 씨의 부인 유영숙 씨는 시청 별관에 들어가려다 경찰들이 이를 제지하자 끝내 울분을 터뜨렸다. 유 씨는 "오세훈 서울시장을 만나러 왔다"며 "서울시의 속도전과 '가진 자'만을 위한 재개발 계획이 내 남편과 동료들을 죽였다"고 성토했다. 유 씨의 남편 고 윤용현 씨는 순화동철거민대책위원회 소속으로, 용산 재개발 지역 주민은 아니었지만 그들의 싸움에 연대하러 왔다가 목숨을 잃었다.
또 유 씨는 "멀쩡한 다섯 명의 목숨을 죽여 놓고도 오히려 그들을 테러범이라 하더니, 이제 검찰은 3000쪽의 수사 기록까지 은폐하려고 한다"고 정부를 비판했다. 그리고 "돌아가신 분들의 억울함을 풀기까지 이 싸움을 끝낼 수 없다"고 의지를 다졌다.
▲ 고 윤용현 씨의 부인 유영숙 씨기 시청 별관에 들어가려다 경찰들이 이를 제지하자 끝내 울분을 터뜨리고 있다. ⓒ프레시안 |
쏟아지는 폭우에도 불구하고 이날 집회 참가자들은 마치 '마지막 싸움에 임하는 것처럼' 비장했다. 신동우 용산범대위 빈민대책위원장은 "오세훈 시장은 6개월 동안 용산 참사를 놓고 한마디도 하지 않고 있다"며 "오늘이라도 용산에 한번 오라"고 꼬집었다.
그는 이어 "오 시장은 자칭 '서민의 아들'이라고 하는데, 정말 그가 서민의 아들이라면 이렇게 철거민을 내쫓고 부자만을 위한 정책을 할 수 있느냐"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집회를 마친 후 참가자들은 오후 3시 30분쯤 오세훈 시장이 근무하는 시청 별관 건물을 향해 함성을 지르고 용산 참사 현장으로 이동했다. 용산범대위는 용산 참사 반년이 되는 20일까지를 '범국민 추모 주간'으로 설정하고, 참사에서 숨진 철거민의 시신 사진을 16일 공개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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