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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대통령이 쌀라면만 먹어도 소용 없다?

국산쌀값 1/3불과한 수입쌀 증가분 따라잡기도 벅차

쌀 재고 증가에 따른 쌀값 폭락 문제를 놓고 이명박 대통령이 쌀 소비진작책을 강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대통령은 13일 인천 강화군의 쌀 가공업체에서 비상경제대책회의를 열고 쌀 라면, 쌀 막걸리, 쌀 건빵 등을 예로 들었다.

하지만 쌀 의무수입물량이 올해만 해도 30만 톤이 넘고 그 중 대부분이 가공용 쌀인 상황에서 이같은 소비진작책이 유효할지 의문이라는 지적이다.

매년 증가하는 가공용 쌀수입…가격차이도 엄청나

이날 이 대통령은 "국내 쌀 소비가 감소하는 상황에서 연간 16만 톤에 이르는 쌀 잉여량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적절한 소비진작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고 면서 "나도 앞으로 쌀 라면을 먹을 생각"이라고 말했다.

농수식품부도 이날 가공용 쌀 공급가격을 30% 낮추고, 쌀 제분공장 설립 등을 통해 쌀 소비를 활성화시키는 것을 골자로 한 '쌀 가공산업 활성화 방안'을 마련해 발표했다.

현재 한국은 구조적 쌀 공급초과 상황에 처해있다. 2008년 기준으로 수입물량을 합한 쌀 공급량이 534만 6천톤에 달하지만 수요량은 467만 1천 톤에 불과하다. 나머지 67만톤 정도가 재고로 돌아가는 것.

수요량 중 가공용으로 투입되는 것이 65만 5천 톤에 불과하기 때문에 2008년도 재고량을 소진시키기 위해서도 가공 소비를 100% 이상 늘려야 한다.

하지만 가공 소비를 100% 늘린다손치더라도 국내쌀 재고를 소진에 모두 투입되는 것은 아니다. 아니다. 지난 2004년 쌀 수입협상 합의에 다르면 올해 최소수입물량은 30만 7천 톤이다. 이 중 밥쌀이 7만 9천 800톤이고 가공용이 22만 7천 200톤에 달하는 것. 이 최소수입물량은 매년 2만 톤 씩 증가해 2014년에는 40만 8천 톤에 달하게 된다.

게다가 가격 차이가 엄청나다. 정부양곡판매 가격이 2008년 기준으로 국내산 일반쌀은 80KG 한 가마당년 165200원이지만 가공용 수입쌀은 56400원에 불과하다. 정부 보조고 인해 국산쌀 판매가격을 30% 인하해도 두배 차이다. 정부가 각종 쌀가공 정책을 추진할 경우 업체들이 수입물량을 더 늘릴 수도 있다.

민주노동당 강기갑 의원실의 이미자 보좌관은 "가격차이가 엄청나기 때문에 정부가 어떤 보조금이나 정책적 지원을 한다손 치더라도 가공업체들이 국내산 쌀을 사용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지적했다.

게다가 예컨대 쌀라면, 쌀건빵 등의 소비가 증가하면 대신에 밥쌀 소비가 줄어들 것이라는 지적도 있다. 제로섬 관계를 벗어니가 힘들다는 것.

이날 한나라당 안홍준 의원의 경우 "시중 막걸리가 대부분 수입산 쌀을 사용한다"면서 "출고량 상위 20위 중 국내산 쌀 사용 막걸리는 단 1곳에 불과하다"는 보도자료를 발표했다.

하지만 안 의원실 관계자도 "가공용 수입산 쌀과 국내산 쌀의 가격 차이를 감안할 때 쌀먹걸리 자체가 우리 쌀 소비 증가방안이 된다는 이야기는 아니다"면서 "과자나 다른 가공용과 의미가 다른 전통주라는 개념, 소비자들에게 원산지가 제대로 알려지지도 못한다는 점 등을 지적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답은 대북지원 재개 밖에 없다"

민주당 박지원 신임정책위의장은 이날 고위정책회의에서 "인도적 차원에서 대북 식량지원을 한다고 하면 농촌문제가 크게 문제되지 않을 것"이라며 "농수산위에서 이런 문제를 강구해달라"고 말했다.

강기갑 의원실 이미자 보좌관은 "경제적 차원에서 보더라도 대북 쌀 지원 밖에 답이 없다"고 주장했다. 이 보좌관은 "수입물량의 경우 대북지원도 못하게 되어 있다"면서 "쌀 소비 촉진책도 나쁘진 않지만 실효성이 있을지 의문이고 재고 보관 비용을 감안하더라도 지원하는 게 나을 것"이라고 말했다.

진보신당 노회찬 대표는 "정부가 현재 공공비축미를 시장에 지속적으로 내놓고 있음으로 인해 오히려 쌀값이 폭락하고 있으며 이는 필연적으로 쌀 농가의 파산으로 이어질 것"이라며 "정부의 공공비축 쌀 재고 증가의 원인이 정부의 인도적 대북 식량지원 등이 중단된 데 기인하고 있는 만큼, 대북 식량지원을 포함한 인도적 지원을 재개함으로써 남북관계도 발전시키고, 쌀값 안정, 쌀농가 소득안정을 이뤄야 한다"고 강조했다.

현재 정부 기조나 경색된 남북관계 속에서 대북 쌀지원 재개가 쉽진 않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국내 쌀값을 안정시키고 농가를 보호하기 위해서라도 북한에 쌀을 줘야 한다는 주장을 반박하긴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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