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이 "2012년까지 신문사든 재벌이든 지상파의 소유와 경영 참여 모두 유보토록 할 수 있다"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미디어법 수정안을 민주당에 제시했으나 이는 야당이나 시민사회의 압박에 대한 양보라기보다 친박계에 대한 시그널로 해석된다.
친박, '미디어법 이후' 고려한 복잡한 속내
박 전 대표는 지난 15일 '강행처리 반대'의사를 표명하며 '매체합산 점유율'이라는 규제안을 대안으로 제시했다. 그럼에도 협상이 계속 파국으로 치닫자 19일에는 "내가 본회의 참석하면 반대표 던진다"고 다시 한 번 쐐기를 박았다. 친박계 의원들도 깜짝 놀란 '작심 발언'이었다.
발언의 진의를 포착하지 못한 친박계 의원들은 20일 낮까지만 해도 "우리도 반대표를 던질 수는 없는 것 아니냐", "뭐라고 말해야 될지 모르겠다"며 혼란스러운 모습을 보였고 친이계 강경파에서는 "친박도 표가 갈릴 테니 밀어붙이자"는 주장이 나오기도 했다.
하지만 이날 저녁부터 친박 측은 "파국을 막기 위해서라도 우리가 행동통일을 해야 한다"는 의견이 우세해지기 시작했다.
한 친박측 인사는 "솔직히 말해 미디어법 자체에 대한 일반 의원들의 이해와 소신이 높지 않은 상황에서 둘 중에 하나를 선택하라면 당연히 박 전 대표 아니겠냐"고 풀이했다.
미디어법 논란을 넘어 한나라당·자유선진당 연대, 친박 인사 입각, 조기전당대회, 이재오 전 최고위원의 전면 부상 등 줄줄이 이어지는 정치 현안에 대응하기 위해서라도 계파가 사분오열하는 모습을 보여선 안 된다는 것이다.
무엇보다 미디어법 발언을 계기로 박 전 대표가 청와대와 대립각을 분명히 한 마당에 미디어법이 주류 진영의 의중대로 강행처리 된다면 여론의 역풍은 물론이고 '미디어법,비정규법 처리→청와대 내각 개편→8.15를 계기로 국민통합안 제시 및 국면대전환'라는 청와대 일정에 그대로 끌려갈 수밖에 없다.
이런 까닭에 친박 중진 의원들은 청와대와 주류 진영에 "여론 독과점 우려를 불식시켜 국민들에게 어필할 수 있는 안을 만들어야 한다", "박 전 대표에게 명분을 줘야 하지 않겠냐"는 메시지를 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여야 협상 목적은 박근혜 다독이기
결국 안상수 원내대표가 미디어법 수정안을 의원총회에서 공개한 것은 박 전 대표 측의 반발을 최소화하려는 일종의 제스처로 풀이된다.
한나라당의 미디어법 협상 목적이 야당과의 타협이 아닌 '박근혜 달래기'에 있는 이상, 여야 협상 결과와 무관하게 한나라당은 박근혜 전 대표가 반대하는 '원안'을 고수할 가능성은 거의 없다. 신문과 지상파의 소유와 경영참여 시기 유보, 사전사후 규제 강화 등을 골자로 하는 수정안은 결국 박 전 대표를 다독이고 김형오 국회의장에게 직권상정 명분을 주기 위한 액션이기 때문이다.
박 전 대표가 이를 인정할 경우 미디어법을 둘러싼 한나라당 내홍은 일단 봉합될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언제까지 박 전 대표에게 끌려다녀야 하냐"는 친이계의 불만이 이번 일을 계기로 증폭된 게 사실이어서 후폭풍이 불가피해 보인다. 친이계에서 힘을 얻고 있는 9월 이전 조기 전당대회가 현실화될 경우 대충돌의 파열음이 생각보다 커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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