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겨울 들어 충북 보은지역에서 창궐한 구제역의 확산 속도는 무서울 정도로 빠르다. 첫 발생 이후 불과 8일만에 무려 7건이나 터졌다.
가축 전염병 '청정지역'으로 불리던 보은군 마로면 관기리의 젖소농장에서 지난 5일 처음 발생한 구제역은 잠시 주춤하는가 싶더니 이제는 파죽지세다.
구제역은 나흘만인 지난 9일 서쪽으로 1.3㎞ 떨어진 탄부면 구암리 한우농장으로 번졌고 이틀 뒤인 11일에는 동북쪽으로 460m 거리의 마로면 송현리 한우농장에서 고개를 내밀었다.
불과 하루 만인 12일에는 첫 발생 농장에서 서북쪽으로 2.4㎞ 떨어진 탄부면 상장리 한우농장에서 터졌다.
13일에는 우후죽순처럼 3건의 구제역이 동시다발적으로 발생했다.
첫 발생 농장에서 동쪽으로 770m 떨어진 마로면 송현리 한우농장에서 발생하더니 같은 날 서남쪽으로 1.7∼1.8㎞ 떨어진 탄부면 구암리의 한우농가 2곳에서도 터졌다.
마치 하늘에서 터진 폭죽의 불꽃이 사방으로 튀는 듯 전방위로 번지는 모양새다.
아직은 최초 발생농가를 중심으로 설정된 반경 3㎞의 방역대 내에서 구제역이 발생하고 있다는 것이 그나마 다행이지만, 시일이 지날수록 점점 방역대 경계선을 향해 번지는 양상이어서 방역당국을 긴장시키고 있다.
첫 구제역이 터진 후 추가 발생 거리가 1.3㎞로 껑충 뛰었다가 460m로 줄어드는가 했더니 2.4㎞나 떨어진 곳에서 추가 발생했다. 다시 770m 안쪽의 한우농장이 구제역에 감염된 것으로 확인되면서 동시에 각 1.8㎞, 1.7㎞ 떨어진 두 농장에서 추가로 터졌다.
추가 발생 농장을 중심 삼아 지금의 양상처럼 바이러스가 퍼진다면 구제역은 걷잡을 수 없이 확산하게 된다. 축산 당국이 차단 방역에 '올인'하는 것은 구제역이 가지치기하듯 번지는 것만큼은 막아야 한다는 상황인식 때문이다.
구제역 발생이 방역대 내 마로·탄부면에 집중되는 원인으로는 이 일대에 101 농장이 밀집돼 있는데다 차량, 야생동물, 바람이 매개 역할을 하기 때문으로 추정된다.
국도 25호선을 사이에 두고 양쪽에 소 사육 농장이 집중된 만큼 경운기 등 농기계가 오가며 구제역 바이러스를 퍼뜨렸을 수 있고, 사료 운반 차량에 의한 확산 가능성도 있다.
보은군은 국도 25호선에 거점 소독소를 설치하는 등 차단 방역을 강화했다.
조류 인플루엔자(AI)와 마찬가지로 구제역 확산 매개체로 야생동물을 빼놓을 수는 없다.
고라니나 멧돼지가 먹이를 찾아 농장 주변을 오가면서 바이러스를 묻혀 이곳저곳에 퍼뜨렸을 개연성도 크다. 두 동물 모두 구제역에 걸릴 수 있는 우제류(발굽이 두쪽인 동물)인데, AI 발생 이후 수렵 중단에 따라 개체수가 많이 늘었을 수 있다.
바람에 의한 바이러스 확산 가능성도 있다. 구제역이 한창 발생하는 보은군 마로면과 탄부면은 구병산에 둘러싸여 있다. 골짜기를 타고 흐르던 북서풍이 마로·탄부면으로 불면서 바이러스를 실어나를 수 있다는 것이다.
충북도 관계자는 "구제역이 마로·탄부면에서 집중적으로 터지는 데 대한 다양한 분석이 나오지만 단정하기는 어렵다"며 "백신 추가 접종에 따른 항체율이 높아질 때까지 앞으로 1주일간 추가 발생을 막는 게 최대 과제"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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