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유재경 주(駐)미얀마 대사에 대한 자격심사도 끝내기 전에 미얀마에 아그레망을 요청한 것으로 드러났다. 공관장 임명의 기본적인 절차도 무시한 채 대사 임명을 밀어붙인 셈이다.
13일 더불어민주당 김경협 의원은 "외교부가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외교부는 지난해 3월 10일 유재경 대사 내정자에 대해 아그레망을 요청했지만, 정작 자격심사는 한 달여가 지난 4월 14일 서면으로 진행된 것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아그레망은 외교사절을 파견할 때 상대국에 사전 동의를 얻는 절차다. 본국에서 대사 내정자에 대한 심사가 끝난 뒤 상대국에 아그레망을 보내는 것이 일반적인 절차다.
김 의원은 "외무공무원법상 특임공관장은 '자격심사'를 하도록 정하고 있는데, 유재경 내정자에 대해서는 자격 심사도 하지 않은 채 아그레망을 요청한 것"이라며 "일의 앞뒤 순서가 바뀌었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외교부 관계자는 김경협 의원실에 "청와대가 주미얀마 대사 자리를 특임공관장으로 요청해와 부득이 아그레망을 먼저 요청하고 사후에 자격심사를 서면으로 진행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그러나 김 의원은 "유재경 씨가 최순실에게 대사로 추천한 이상화 씨에게 보낸 문자메시지에서 '자격이 되는 자리인지 모르겠다'고 할 정도라면 본인 스스로 대사 적격 여부가 의아스러웠을 것인데, 외교부가 법률상 정해진 자격심사 없이 미얀마 정부에 아그레망을 먼저 요청한 것은 상식적으로 납득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그는 "최순실은 유재경 씨를 미얀마 대사로 심층 면접까지 봤는데, 정작 외교부는 공관장 자격심사 없이 유 씨의 이력서만 가지고 미얀마 정부에 아그레망을 요청했다"며 "이는 심각한 외교적 결례"라고 꼬집었다.
김 의원은 "윤병세 외교부 장관이 청와대에 '아닌 것은 아니다'라고 말하지 못하며 유 씨의 대사 임용을 막지 못한 것은 장관으로서의 책무를 다하지 못한 것"이라며 윤 장관의 사퇴를 촉구하기도 했다.
앞서 지난 10일 국회 외교통일위원장인 더불어민주당 심재권 의원은 제대로 된 검증 절차 없이 대통령이 전적으로 임명하고 있는 특임공관장제도를 보완하기 위해 '인사청문회법', '국회법', '외무공무원법'등 3법의 개정안을 발의했다.
심 의원은 "나라의 얼굴인 대사임명까지 비선 실세의 입김이 작용할 정도로 특임공관장 인사검증시스템이 취약하다는 점이 확인된 만큼 제도의 수술이 꼭 필요하다"며 개정안 발의 이유를 설명했다.
개정안은 특임 공관장 지명자의 검증 절차를 강화하고 지명자를 국회 외통위 인사 청문회 대상자로 규정하는 것을 골자로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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