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 측이 고영태 씨가 측근들과 나눈 대화 녹음 파일 2000여 개(일명 고영태 파일)를 입수, 분석 작업에 돌입했다. 앞서 검찰은 헌법재판소의 요청에 따라 수사 과정에서 확보한 '고영태 파일'을 제출했다.
박근혜 대통령 대리인단은 '고영태 파일'을 통해 고 씨의 개인 욕심으로 재단을 장악, 사익을 추구한 것이 이번 '국정 농단 사건'의 핵심이라고 주장할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문제는 '고영태 파일' 곳곳에 최순실 씨의 전횡과 관련된 증언들이 산재해 있다는 점이다. 오히려 박 대통령이 최순실의 '꼭두각시' 역할을 했다는 증언들이 부각되면, 박 대통령 측에 불리할 수가 있다.
해당 파일이 새로운 내용이 아니고, 이미 검찰에 의해 분석이 끝난 파일이라는 점 등을 미뤄봤을 때 해당 파일이 공개되더라도 탄핵 심판에 별다른 영향을 끼치지 못할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경향신문>이 13일 보도한 데 따르면 '고영태 파일'에는 국정농단 사건이 드러나기 1년 반 전 고 씨가 "VIP(대통령)는 이 사람(최순실) 없으면 아무것도 못해. 뭐 하나 결정도. 글씨 하나 연설문 토씨 하나 여기서 수정을 보고 새벽 늦게라도 다 오케이하고. 무슨 옷을 입어야 하고"라고 자신의 측근들에게 말한 내용 등이 담겨 있다.
고 씨는 자신의 측근에게 "VIP가 쳐낼 놈은 소장 말 한마디면 다 따내는 거야. VIP가 믿는 사람은 소장밖에 없어. 소장이 믿는 사람이 VIP하고 나밖에 없어"라고 말하기도 했다.
고 씨는 또 "(문체부) 1차(관) 누구냐? 박민권? 얘를 먼저 없애려면 사람이 있어야 해"라는 말을 하기도 했다.
이같은 발언들은 오히려 박 대통령이 최 씨의 '꼭두각시'였음을 뒷받침해주는 것이다. 박근혜 대통령 대리인단이 해당 녹취록을 활용해, 고 씨의 '개인 비리' 의혹을 제기하더라도 탄핵 심판의 본질인 박 대통령의 헌법 위배 여부 판단에는 큰 영향을 미치지 못할 것 으로 보인다.
이때문에 박 대통령 대리인단이 박 대통령의 탄핵 심판 당사자 출석을 위해 명분 쌓기에 돌입한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혹은 해당 녹취록과 관련한 추가 증인 신청을 해 탄핵 심판을 지연시키는 전략이라는 분석도 있다.
현재 헌법재판소는 22일까지 증인 신문을 마치고, 23일 최종 입장을 들은 후 변론을 종결할 예정이다. 그러나 박 대통령 측이 '고영태 녹취록' 등에 대한 반박을 위해 직접 헌재에 출석하겠다며 변론 기일을 늘려달라고 할 경우 헌재 측이 이를 거부하기 쉽지 않을 것이라는 게 중론이다.
이런 식으로 '지연작전'을 펴 3월 중순 이후로 탄핵 심판을 미루면 7인 체제로 탄핵 심판이 이뤄진다. 재판관 두 명만 탄핵 반대 입장을 보이면, 탄핵은 기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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