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과 민주노동당 의원들의 로텐더홀 점거와 한나라당 안상수 원내대표의 직권상정 요청 등으로 국회에 긴장감이 감돌고 있는 가운데 국회 사무처는 '요새화' 작업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이달 초부터 의사당 본청 각 상임위 회의실 주변과 복도 등에 84대의 폐쇄회로 TV를 설치 중인 국회 사무처는 전체 CCTV를 통제할 수 있는 상황실을 마련 중이다.
지난해 연말 철저한 통제에도 불구하고 민주당 의원들에게 본회의장이 '뚫린' 이후 사무처는 각종 잠금장치 등 통제 장치 강화에 전념해왔다. CCTV 상황실 설치는 화룡점정의 의미다. 이에 대해 야권은 일제히 "야당 의원 감시용이냐"고 반발했다.
CCTV 예산만 4억 5000만 원
민주노동당이 공개한 '국회시설 방호감시장비 설치(안)'과 추진 현황에 따르면, 국회사무처는 당초 공사비 4억5000만 원을 들여 국회 본관 지하1층부터 옥상까지 고정형 69대, 회전형 15대 등 총 84대의 CCTV를 설치하기로 결정하고, 본관 2층의 13대를 뺀 나머지 CCTV 설치를 완료했다.
또 국회사무처는 기존의 종합상황실을 확장 이전해 CCTV 관련 부대장비 일체를 설치하고 본회의장 출입문에도 무인감지 시스템 10개소를 설치키로 했다.
국회 사무처는 이미 본회의장 및 각 회의장 출입구에 전기자석식 개폐장치를 설치했을 뿐더러 각급 회의장의 잠금장치도 강화했다.
본청 밖과 연결되는 야당 측 사무실의 창문도 사람이 창문을 열고 넘나들 수 있는 슬라이드 형에서 20cm 정도 밖에 안 열리는 프로젝트형으로 교체된 지 오래다.
물리적 저지의 수단이 이처럼 축소되자 민주당 우윤근 원내수석부대표는 29일 'CCTV 상황실' 공사현장을 항의 방문하고 공사 중단을 촉구하기도 했다.
민주당 노영민 대변인은 "국회 사무처의 조치는 야당 국회의원과 모든 국회 출입인들을 잠재적 범죄자 취급하며 일거수일투족을 감시하겠다는 것"이라면서 "이명박 한나라당 정권의 일방독주에 반하는 활동은 모두 차단하겠다는 독재적 발상"이라고 비판했다.
민노당 이정희 원내수석부대표 역시 "국회 본관에 CCTV를 설치하는 진짜 이유는 여당이자 다수당인 한나라당에 의한 국회 폭력 사태의 책임을 오히려 야당에게 돌리고, 야당 국회의원들을 감시하기 위한 것임을 모르는 사람이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 부대표는 "국회사무처가 국회 폭력의 책임을 스스로 인식하지 못하고 오히려 야당 국회의원 감시용 CCTV를 설치하는 등 방호감시시설을 강화하는 것은 야당 탄압의 선봉에 서서 청와대의 꼭두각시 노릇이나 열심히 하겠다는 것으로 밖에 보이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같은 '요새화'에도 불구하고 야당이 본회의장 입구와 주요 상임위 회의장 앞을 선점하고 있어 법안 강행 처리가 시도될 경우 물리적 충돌을 피하기는 힘들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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