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 창원시(시장 안상수)가 시 정책에 대해 방송 프로그램에서 '쓴소리'를 한 시의원·기자 등을 상대로 거액의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해 논란이 되고 있다.
창원시청 안팎에서는 시가 해당 프로그램 방송 후 언론중재위원회 제소를 포함해 법적 소송 등 강력한 대응을 준비하고 있다는 말들이 이미 무성한 상태여서 예고된 일이라는 반응이다.
창원시는 지난 23일 창원지방법원에 KBS창원 기자 1명과 보도국장, 김동수·노창섭 창원시의원, 강기태 여행대학 총장을 대상으로 1명당 1억 원씩 총 5억 원의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특혜 논란에 휩싸였던 창원문화복합타운 조성사업과 북면 오폐수 무단방류 사건을 다룬 KBS창원 ‘감시자들’ 프로그램과 관련해 '사실을 왜곡한 허위발언' 등을 했다는 이유이다.
창원시는 소장에서 ‘지난 3일과 10일 방영된 프로그램을 통해 허위발언 등을 함으로써 창원시의 명성에 치명타를 입혔고, 행정 신뢰도 실추와 함께 시 업무 수행에 막대한 지장을 초래하게 했으므로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소송 제기 이유를 밝혔다.
김동수·노창섭 시의원과 강기태 총장 등 패널 참석자들은 이에 대해 7일 창원시청 프레스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창원시의 소송 제기와 관련해 ‘표현의 자유’에 대한 탄압(정치탄압)이라고 규정했다.
지난 3일과 10일 방영된 프로그램에서 두 사안에 대한 문제점을 지적하고 비판한 것은 시민의 알 권리 보호와 시정 감시·비판의 차원으로 받아들여야 한다는 것이다.
이들은 “관련 내용은 시의회 시정 질문과 5분 발언, 경남도 감사 결과 발표 등을 통해 널리 알려진 공지의 사실”이라며 “그런데도 이를 빌미로 민사소송을 제기하는 것은 지방자치의 근간을 훼손하는 도발행위”라고 규탄했다.
이들은 또 “지자체의 정책 결정이나 업무 집행과 관련된 사항은 감시와 비판의 대상이 돼야 하며, 이는 언론을 통해 표현의 자유가 보장될 때 정상적으로 수행될 수 있다”며 “제기한 민사소송을 즉시 취하하고 공개사과를 하라”고 촉구했다.
안 시장에 대한 질책도 이어졌다. 김동수 시의원은 “해당 사안에 대해 문제 제기를 하는 것은 최소한의 소통을 하자는 것이지, 안 시장과 창원시를 욕보이려 한 것이 아니지 않느냐”며 “그런데도 이런 식(소송)으로 대응하는 것은 중앙정치와 큰 정치를 한 안 시장이 취할 태도가 아니다”라고 비난했다.
그는 또 “동료 시의원들도 우리의 생각에 동의하는 분들이 많다. 일단 시의회 차원에서 문제 해결을 위해 노력할 것”이라며 “만약, 제대로 풀리지 않는다면 결국 법적 대응도 고려할 수 있다”고 밝혔다.
창원시의회 수장인 김하용 의장도 불편한 입장을 감추지 않았다. 6~7일 이틀간 출장 중이던 김 의장은 기자와의 통화에서 “관련 방송 내용을 다 봤다. 시정질문이나 5분 발언 내용과 방송 내용이 같았다”며 “그런데도 일이 이렇게까지 된 데는 다소 감정적인 부분이… 그래서 나도 감정이…”라고 말끝을 흐렸다.
김 의장은 이 문제와 관련해 새해 들어 안 시장과 만났다고 했다. 이 자리에서 그는 법적 싸움으로까지 가서는 안된다는 의견을 전달했고, 안 시장은 끝내 뜻을 굽히지 않을 것임을 시사했다고 한다.
김 의장은 “안 시장이 방송국 PD쪽에 여러차례 만나자고 얘기를 했는데, 만나주지를 않는다고 하더라”며 “한 가지 사안을 가지고 6~7번 방송하는 게 어딨느냐. 나는(안 시장) 더 이상 생각할 부분이 없다고 하더라”고 전했다.
김 의장은 “최대한 시의회 차원에서 해결하도록 노력해볼 생각”이라며 “내일(8일) 시의회 의장단 모임을 소집해서 대책을 논의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KBS창원 측은 사내 법무팀 등을 통해 다양한 대응 방안을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시정에 대한 비판과 감시의 목소리에 ‘재갈 물리기’를 한다는 비난과 위법한 행위로 시와 행정의 명예를 크게 실추시켰다는 주장이 소송전으로까지 비화하며 정면으로 충돌하고 있다. 어떤 결말로 이어질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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