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이르면 내년부터 다주택자 보유자들이 전세를 낼 때 임대소득세를 부과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그러나 전례 없는 감세정책을 추진해온 이명박 정부가 뒤늦게 세원 확보를 위해 고육지책 식 과세를 추진한다는 비판도 나온다.
7일 서울 명동 은행회관에서 열린 '주택임대차 관련 과세체계 개편방안' 토론회에서 기획재정부와 조세연구원은 세원 발굴과 조세형평성의 차원에서 전세에도 임대소득세를 도입하는 방안을 논의했다.
정부 용역을 맡은 조세연구원은 전세 임대소득세 과세 대상을 3주택 이상 보유자로 한정하고, 전세보증금 3억 원 이하에 대해서는 비과세하는 방안을 내놓았다. 또한 공시가격이 9억 원을 초과하는 1주택 보유자가 전세를 낼 때 임대소득세를 부과하는 방안도 함께 제시했다.
또한 조세연구원은 연간 급여 3000만 원 이하인 무주택 근로자를 대상으로 월세·사글세 비용의 40%(300만 원 한도)까지 소득공제 해주는 방안도 내놓았다.
"조세 형평성· 불로소득 환수 위해 필요"
내년부터 전세 임대소득세 과세를 시행하게 되면 9년 만에 이 제도가 다시 부활하는 셈이 된다. 현행 주택임대소득 과세제도는 월세의 경우 다주택 보유자와 9억 원 초과 1주택 보유자에게 임대소득세를 부과하고 있다. 그러나 전세의 경우 2002년부터 주택 수와 관계없이 비과세하고 있다.
이는 당시 은행금리가 낮아지면서 임대업자들이 전세를 월세로 전환, 세입자들이 피해를 보자 정부가 전세 임대소득을 비과세해 세제상 혜택을 주는 방식으로 전세를 유도한 데 따른 것이다.
그러나 같은 부동산 임대소득인데 월세는 과세대상에 포함되고 전세만 비과세 한다는 것이 조세형평의 원칙에 어긋난다는 의견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
또한 내년 말까지 다주택자에 대한 양도세 중과제도가 폐지되면서 세원 확보와 고소득층 고통분담을 위해서라도 전세 임대소득 과세를 정상화해야 한다는 의견도 존재한다.
조세연구원은 "주택을 다수 보유하고 있으면서도 종합부동산세, 임대소득세 등 세금을 부담하지 않는 사례를 방지하기 위해 다주택 보유자에 대한 임대소득세 과세를 정상화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경실련 "부동산 조세 정상화가 선행돼야"
이러한 뒤늦은 과세 방침에 대해 일각에선 각종 감세정책으로 부족해진 세수를 만회하려는 '뒷북' 정책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최근 이명박 정부의 중도강화론과 맞물려 고소득자의 비과세ㆍ 감면 축소를 내년도 세재 개편의 원칙으로 제시한 '고육지책' 식 방침이라는 것이다.
전세 임대소득세가 과세되면 조세 부담이 세입자에게 전가될 위험성도 지적된다. 집주인들이 전세를 월세로 들려 세입자의 부담이 더욱 늘어날 우려도 크다.
한편,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은 이날 성명을 내고 "조세의 형평성 확대, 투명한 세원 확보, 전세 보증금을 이용해 여러 채의 주택을 구입하는 투기적 수요를 완화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이번 정부의 전세 임대소득세 과세 방침에 대해 일단 "환영한다"라는 입장을 발표했다.
그러나 경실련은 "'부자 감세', '기업 특혜', '슈퍼 추경' 등 98조 원의 전례 없는 감세정책을 추진한 결과 엄청난 세수 부족과 국가 부채에 직면했다"며, 이번 과세 방침이 "편향된 감세정책의 결과로 나타난 부족한 세수를 확보하려는 정책이라는 비판을 면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꼬집었다.
이어 경실련은 "전세 임대소득세 정책이 국민의 지지를 받기 위해서는 부동산 관련 조세들의 정상화와 함께 추진해야 한다"며 종합부동산세, 양도세, 상속세 등 사실상 유명무실해진 부동산 관련 조세정책을 원래 취지에 맞게 정상화할 것을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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