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2일 정정길 대통령실장 주재 수석비서관 회의에서 나온 "빈부격차가 완화되고 있다"는 발언은 '일회성 실수'가 아니라 정부와 청와대의 공통된 인식인 것으로 드러났다.
밖에서 평가야 어떻든 현 집권층은 자신들을 "서민 정부"로 규정하고 있는 모양새다.
한승수 국무총리는 15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고위당정협의회에서 "노무현 정부 때보다도 소득분배가 나아졌다"고 주장했다.
대통령·총리·수석 "우리는 서민 위한 정부"
정부의 서민대책이 부족하다는 여당 의원의 지적에 대한 반박이었던 것. 정정길 대통령 실장도 "현 정부가 전임 정부보다도 훨씬 더 많이 극빈층을 위한 재정지출을 확대하고 노력해오고 있다. 정부 정책 중의 70% 이상이 서민을 위한 정책"이라면서 "그럼에도 부자정책이라고 호도하고 있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힘을 보탰다.
이에 앞서 이동관 청와대 대변인은 지난 12일 김대중 전 대통령의 대정부 비판을 반박하는 과정에 "'빈부격차는 앞선 정권에서 더 심화됐다. 현 정부 들어서는 오히려 완화되는 추세이다"는 수석 비서관의 발언을 전달했다.
청와대와 정부 고위 관계자들이 한결같이 입을 모으고 있는 이같은 주장의 뿌리는 이명박 대통령이라는 지적이다.
이 대통령은 이날 오전 라디오 연설에서 "지금까지도 서민 정책에 가장 큰 신경을 써 왔습니다만 앞으로도 더욱 그렇게 할 것"이라며 "일부 감세 정책 때문에 정부가 부자를 위한 정책을 쓴다는 비판도 있지만 사실 이 정부 들어와서 추진한 감세의 약 70% 가까운 혜택은 서민과 중소기업에 돌아가고 있다"고 주장했다.
"양심과 도덕성마저 포기한 주장"
이들의 주장은 직관적으로도 동의를 얻기 힘들 것으로 보이지만 무소속 강운태 의원은 통계자료를 인용해 반박했다.
강 의원은 보도자료를 통해 "빈부격차를 나타내는 지니계수(도시가구)의 경우 2008년 0.325로 사상 최악이었고 올해에는 실업, 주식, 부동산 등 자산시장의 버블 영향 등으로 더욱 악화될 가능성이 많다"며 "지니계수가 0.35 이상이면 소득분배가 매우 불평등한 것으로 평가되는데 우리나라의 0.325는 상당히 불평등한 단계에 들어섰음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 "절대빈곤층의 경우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의 보고서에 의하면 올해 98만~120만명의 새 빈곤층이 늘어나 전체 빈곤층이 14.2~4.98%에 이를 전망인데도 현 정부에서 완화되는 추세라고 주장하는 것은 최소한의 양심과 도덕성마저 포기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강 의원은 또 "올해 1분기 가계의 조세납부액을 분석한 결과 소득세 경감액의 77%가 상위 20% 계층에 몰려있어 정부의 감세정책이 양극화를 완화하기는 커녕 오히려 부채질하고 있다"며 감세 혜택이 서민에게 돌아간다는 이 대통령의 주장을 반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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