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암자 앞에는 붓다가 깨달음을 얻을 때 있었다는 보리수나무, 그리고 매실나무와 대나무 등이 즐비하다. 암자를 방문한 사람들은 보리수나무를 바라보며 "이런 게 있는 암자가 별로 없는데 신기하다"고 놀라워한다.
20여 개의 계단 위에 세워진 암자 안에는 불상이 정가운데 위치해 있다. 큰 불상 좌우에도 조그마한 불상이 촘촘히 세워져 있다. 그리고 그 옆쪽에는 노무현 전 대통령의 영정 사진이 놓여 있다.
김해 봉하마을 봉화산에 위치한 정토원. 노무현 전 대통령의 유골이 49재 때까지 안치될 곳이다. 이곳에는 노 전 대통령의 아버지와 어머니의 위패도 모셔져 있다.
암자에선 '나무아미타불' 소리와 함께 목탁 소리가 흘러나왔다. 영정이 놓인 테이블 위에는 '바보 노무현, 당신의 뜻을 잊지 않겠습니다'란 문구의 피켓이 있었다. 한 시민은 조문을 한 뒤 담배를 향불 대신 태워 영정에 바쳤다. 영정 앞에는 국화와 담배가 놓여 있었다.
▲김해 봉하마을 봉화산에 위치한 정토원. 한 시민이 이곳을 찾아가고 있다. ⓒ프레시안 |
노무현 전 대통령에게 사죄하는 마음으로 108배
노무현 전 대통령의 마지막 가는 길인 28일. 정토원에는 그를 추모하고자 하는 시민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았다. 영정 사진 앞에서 108배를 한 50대의 여성 조순화 씨는 "이렇게라도 하니 마음이 편하다"며 노 전 대통령 서거를 애도했다.
그는 "전날 밤에 초상집에 갔다가 아침 일찍 부산에서 출발했다"며 "108배를 했는데도 오히려 몸이 가뿐하다"고 말했다. 집에서 뉴스를 보며 자신도 그의 죽음에 동조한 것 같아 안타까운 마음에 온종일 눈물을 흘렸는데, 그나마 108배를 하니 마음의 짐을 조금은 덜었다는 것이다.
그는 "노무현 전 대통령이 일할 때는 욕도 많이 했다"고 고백하며 "그렇기에 내가 그를 비난하는 사람들을 거든 것 같아 내내 마음이 아팠다"고 속마음을 드러냈다.
70대의 남성 조일제 씨는 "젊은 나이에 안타깝다"며 "촉 바른 사람은 원래 성을 못 이긴다고 했는데 그 말이 딱 노 전 대통령에게 맞는 말"이라고 씁쓸히 웃었다. 그는 "유골이 이곳에 잠시 안치된다는 소식을 듣고 와봤다"며 "부디 저승에선 주위의 핍박을 받지 말고 살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정토원에서 만난 노 전 대통령 "격없고 소탈한 분"
정토원이 위치한 봉화산은 면적 25만평으로 13개의 봉우리가 있다. 정토원은 노무현 전 대통령 사가에서 약 300m 떨어진 곳에 위치하고 있다. 정토원을 등지고 왼쪽으로는 노무현 전 대통령의 분향소와 사저, 생가 등이 내려다 보이고 오른쪽에는 호미든 관음상이, 뒤쪽으로는 사자바위가 자리잡고 있다.
▲ 정토원에 마련된 노무현 전 대통령의 분향소. 시민 한 분이 향에 불을 붙이고 있다. ⓒ프레시안 |
정토원은 80년 된 암자다. 처음의 이름은 자암사였고 1959년도에 선진규 정토원 원장이 이를 구입한 뒤 봉화사로 이름을 변경했다. 정토원으로 개명한 것은 채 3년도 되지 않았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빈소가 마련된 법당은 절벽을 깎고 새롭게 만든 건물이다.
40대의 여성 전명선 씨는 이곳 정토원을 자주 방문했고 그 과정에서 노 전 대통령을 여러 차례 만났다. 그가 기억하는 노무현 전 대통령도 "격의 없고 소탈한 사람"이었다.
"정토원에 자주 오신 걸로 기억한다. 오면 일반 신도들과 격의 없이 차도 마시고 말도 나누셨다. 말을 마치시면 절 뒤로 해서 한 바퀴 산을 도신 뒤 내려가시곤 했다. 아무래도 이곳에서 사법고시 공부도 했고 부모님 위패도 모시고 있으니 애착이 많이 갔으리라 생각한다."
▲ 정토원에서 조금만 올라가면 사자 바위가 있다. 이곳에서는 봉화마을 전체가 한눈에 보인다. ⓒ프레시안 |
▲ 정토원 모습 ⓒ프레시안 |
▲ 정토원 입구에서 한 시민이 봉화마을 전경을 보고 있다. ⓒ프레시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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