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가 혹시 대통령이 오셨었다는 그 집인가요?"
대답은 의외였다.
"아니요"
분명히 그 집이었다. 맞은 편에 이미 언론에 노출된 슈퍼마켓이 보였다.
"그럼 거기가 어딘가요?"
"몰라요 여긴 아니에요"
분식집 아주머니는 눈도 마주치치 않았다.
"떡볶이 사진 한 장 찍어가도 돼죠?"
찰칵, 찰칵, 찰칵….
"그렇게 많이 찍으면 안돼요. 한 장만 찍어야지"
"많이 불편하셨나 봐요"
"……"
"안녕히 계세요"
"네"
▲ 지난 6월 25일 이명박 대통령이 다녀간 분식집의 떡볶이. ⓒ프레시안 |
25일 이명박 대통령이 동대문구 이문동의 대학교 앞 골목 상가를 찾았다. 이 대통령은 한 분식점에서 학생과 분식을 먹었다. 이를 두고 여야 간 이른바 '떡볶이 공방"이 벌어졌다. 한 야당 의원은 "대통령이 방문한 분식집에 손님이 안 온다"는 말을 했다가 여론의 질책을 받았다. 대학에 다니는 분식집 아들은 장문의 글로 불쾌감을 나타내기도 했다.
분식집 앞에는 '이명박 대통령이 다녀간 집'과 같은, 어떤 표시도 없었다.
플래카드
찾아간 골목은 조용했다. 대통령이 방문한 새마을금고에서 내건 플래카드만 요란했던 25일의 파장을 말해줄 뿐이었다.
▲ 이명박 대통령이 다녀간 새마을금고는 이 일대 세 곳에 플래카드를 걸었다. ⓒ프레시안 |
이경시장
이문동 이경시장. 대통령이 방문했던 골목 상가 기찻길 건너에 있는 오래된 재래시장이다. 이곳에서 40년째 장사를 하는 홍준길(가명·70) 씨 내외는 철길 건너 대통령 방문 소식이 서운하다.
"오시면 여길 오셨어야 했는데 그나마 사람 많고 장사 되는 곳만 왔다 갔어요."
"우린 하루 3~4만원 벌다가 마트 생기고 나서 지금은 하루 1만원도 못 벌어요."
"그나마도 재개발 된다고 해서 시장은 곧 없어질 거에요."
"우리네 인생은 촛불 같아요. 힘 있는 사람들이 숨을 좀 천천히 쉬어줘야 하는데…."
"대통령을 원망하는 건 아니에요. 나름대로 어려운 상황이라고 봐요."
"그래도 마트 규제에 대해서 '어렵다'고 대답하고 갔다니 안타까울 뿐이지요."
"사람들은 대통령 같은 사람을 위대하다고 하겠지만 진짜 위대한 건 서민이에요."
"서민은 어떤 상황에서도 잘 살아나가거든."
▲ "하루 만원벌이도 어려운" 형편이라는 이경시장의 한 상점. ⓒ프레시안 |
대통령의 골목 방문이 있은 뒤 청와대 윤진식 경제수석비서관은 비공개 회의를 열고 사전조정제 도입을 논의했다. 사전조정제는 대기업이 중소기업 영역에 진출해 중소기업의 피해가 예상될 때 이를 연기하거나 사전 조정해 피해를 줄이는 방안이다. 그러나 법적 강제성은 없어 실효성 논란이 있다.
지척까지 왔지만 대통령이 미처 보지 못한 이경시장. 이곳은 재개발 촉진 지구로 지정돼 주거 단지가 들어설 예정이다. 곧 사라지는 이경시장의 마지막 모습이다.
▲ 동대문구 이문동 이경시장. ⓒ프레시안 |
ⓒ프레시안 |
▲ 손님 발길이 뜸한 한 상점에서 한 아주머니가 졸린 듯 눈을 감고 있다. ⓒ프레시안 |
▲ 한 남자가 자전거를 타고 시장 골목을 나가고 있다. 이경시장은 주거 지역으로 재개발된다. ⓒ프레시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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