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 '위안부' 합의가 이뤄진 지 꼭 1년이 된 28일, 외교부 청사 앞에서 열린 '한일 일본군 위안부 합의 무효를 위한 시민행동'에 참석한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김복동 할머니는 박근혜 대통령이 "역사를 팔아먹었다"며 이같이 목놓아 외쳤다.
김 할머니는 "우리들이 1억 원 받겠다고 싸우고 있는 줄 아는가? 우리들은 돈이 필요해서 싸운 것이 아니다. 나라에 힘이 없어 국민들이 억울하게 잡혀가서 너무나도 분통이 터져 일본 정부로부터 사죄를 바라고 싸운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그런데 (박근혜 정부는) 일본 정부로부터 합의를 하라고 해 놓으니까. 사죄도 아니고, 배상도 아닌 그냥 10억 엔을 받고 합의했다"며 "믿었던 도끼에 발등 찍는다고, 대통령을 믿었던 것이 우리의 불찰이다"라고 말했다.
김 할머니는 "옳은 정부를 세우려면 과거의 묵은 것은 다 청산해야 한다. 새 정부가 들어서면 전부 다 모가지다"라고 외치며 "일본에서 진실로 사죄하고 배상할 때까지 같이 싸우자"고 호소했다.
위안부 합의, 이미 폐기됐다
이에 앞서 이날 정오에는 주한 일본대사관 앞에서 제1263차 수요시위가 열렸다. 이날 수요시위에서는 올 한해 유명을 달리한 피해자 할머니들을 추모하는 시간을 가지기도 했다.
시위 현장에는 올해 사망한 고(故)최옥이(91)‧김경순(91)‧공정엽(97)‧이수단(96)‧유희남(88)‧박숙이(95)‧김 모(90) 할머니 등 총 7명의 피해자 영정이 놓여졌다.
추모사에서 이명숙 해남나비 대표는 "땅끝 해남에 살고 계셨던 공정엽 할머니의 소원은 생전에 (일본 정부로부터) '미안하다. 다시는 그 전쟁 같은, 위안부 같은 거 하지 않겠다'는 사과를 받는 것, 그것 하나였다"며 고인을 추모했다.
이수정 경주여고 학생은 "좀 더 빨리 이 자리에 함께하지 못한 것에 용서를 구한다"며 "저희는 나비가 되어 날아가신 할머니들을 잊지 않겠다. 곁에 남아 있는 39분의 할머니에게 존경과 사랑을 표한다"고 밝혔다.
이날 수요시위에는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비롯해 박원순 서울시장, 심재권‧표창원‧박경미‧정춘숙 더민주 의원 등 정치인들도 참석했다. 이 자리에서 추 대표는 "24년 전 수요시위를 시작한 지 오늘이 9122일이 되는 날이다. 24년간 진실을 밝히지 못한 채로 위안부 할머니들은 하나둘씩 한을 품고 저세상으로 가셨다"며 안타까워 했다.
그는 "박근혜 표 국정화 교과서에는 이제 '위안부'라는 용어도 사라지고, 위안부 할머니 사진조차 제거해 버렸다. 그리고 국민들에게 한일 합의를 강요하고 있다"며 "박근혜 정부는 한일 위안부 합의와 함께 사라져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추 대표는 "기억을 지우려는 세력과 기억을 되살려서 다시는 그와 같은 끔찍한 일이 일어나지 않아야 한다는 평화세력이 맞붙어서 싸우고 있다"며 "일본 정부의 사과를 받아내고 일본 정부에 대해 당당하게 책임을 묻는 그날까지 여러분과 함께 연대하겠다"고 밝혔다.
윤미향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 상임대표는 경과 보고에서 "괴로웠고 고통스럽고 슬펐던 1년이었지만, 우리는 새로운 희망을 발견했다"면서 "전국 각지에 소녀상을 세우고 세계 각지에서 할머니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노력하겠다는 시민들, 동포들이 있었기 때문"이라고 지난 1년 간의 소회를 밝혔다.
윤 대표는 "2016년에는 그 어느 때보다 국제사회에서 위안부 문제에 대한 문제제기가 많았던 때였다"라며 "이것이 이미 한일 합의가 무효화 되었다는 것을 보여주는 증거"라고 지적했다. 그는 "지금부터는 괴로워하지 않고, 지난 25년 동안 할머니들의 손을 잡고 걸어왔듯이, 그렇게 힘차게 걸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날 수요시위 참가자들 300여 명은 시위가 끝난 뒤 올해 유명을 달리하신 할머니들의 영정을 들고 외교부 앞까지 행진을 벌였다. 참석자들은 풍선으로 만든 대형 소녀상과 함께 외교부 앞에서 위안부 합의 폐기와 화해 치유 재단 해체를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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