협동조합의 조합원이 되려면 출자금이라는 경제적 부담이 따른다. 조합원이 되면 매달 조합비도 내야 한다. 그런데 일부 조합원은 최소 출자금보다 훨씬 많은 금액을 낸다. 주식회사가 아니라 출자금을 얼마나 냈건 1인1표의 권리를 가지는 협동조합에서 이런 조합원들은 아무래도 주목을 받게 된다.
언론협동조합 프레시안의 협동조합팀으로부터 조합원을 소개하는 인터뷰 대상으로 주병기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를 추천받았다.
출자금을 많이 낸 조합원들 중에는 프레시안과의 개인적 인연이 깊은 분들도 있기에, 주 교수도 프레시안에 지인이 있나보다는 생각을 했다.
알고보니 협동조합팀이 단순히 출자금만 많이 냈다는 이유로 주 교수를 인터뷰 대상으로 추천한 것은 아니었다. <프레시안>에 연재되는 여러 기고들이 읽을 만했다는 감사 표시로 적지 않은 출자금을 낸 조합원이라는 것이다.
인터뷰를 앞두고 주병기 교수에 대한 정보를 찾아보니 조합원 인터뷰만으로 소화해내기 쉽지 않은 인물이었다. 주 교수는 지난해말 서울대 교수 382명이 역사교과서 국정화를 취소하라는 성명에 참여하는 등 '행동하는 지식인'이자 자본주의 시장경제의 실패를 비판하며 정부의 관리와 재분배 기능 그리고 '사회적 경제'의 역할을 연구하는 학자로 알려져 있다.
'사회적 경제'는 이윤이라는 획일적 가치가 지배하는 자본주의 시장경제에서 탈피해, 인도주의적 가치가 우선하는 경제를 지향한다고 주 교수는 말한다. 사회적 경제에서는 사회적 기업, 협동조합 형태의 기업들이 이윤과 사회적 가치를 균형있게 추구하는 중심기업이 된다.
서울대 분배정의연구센터(http://cdj.snu.ac.kr) 대표이자 사회적 경제연구자로서 주 교수는 언론협동조합 <프레시안>이 각종 현안에서 견해를 듣고, 기고를 받을 전문가라는 점에서 <프레시안>에 어떤 기사들이 읽을 만했다고 생각했는지 궁금했다.
“복지, 통일, 평화, 자본주의와 재벌 비판에서 좀 더 진보적인 매체”
주 교수는 "평소에 <프레시안> 사이트에 들어가 자주 기사를 읽는 편"이라면서 <프레시안> 초기부터 미국의 이라크 침공과 신보수주의(네오콘) 비판, 남북통일과 관련된 기사들을 유익하게 읽었고 지금도 장기 연재 중인 <서중석의 현대사 이야기> 등 근.현대사와 관련해 심층적인 내용이 담긴 무거운 기사들을 즐겨 읽는다고 밝혔다. 또한 사회복지, 인권, 한반도 문제, 통일, 한미관계 등을 주제로 다룬 기고나 인터뷰들이 다른 매체들과 차별화된 내용을 담고 있다고 평가했다.
주 교수는 "<한겨레>와 <경향신문>보다 <프레시안>은 복지, 자본주의 비판 등에서 좀 더 진보적인 매체라고 생각한다"면서 <프레시안>의 존재 이유에 대해 긍정적인 평가를 해주었다.
독자로서 어떤 매체에 긍정적인 평가를 한다고 해서 협동조합 체제인 특정매체에 상당한 액수의 출자금을 내면서 조합원이 되는 것은 별개의 문제일 것이다.
이에 대해 주 교수는 "<프레시안>이 존재할 가치가 있는 매체라고 생각해, 후원하는 마음에서 조합원으로 가입했다"고 말했다.
"현재 수많은 매체들이 있지만, 워낙 시각이 편중돼 있다. 다양한 스펙트럼이 존재하는 건강한 매체환경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그래야 세상을 바라보는 균형 잡힌 창을 언론이 제공할 수 있다. <프레시안>은 독자들이 균형 잡힌 시각을 갖도록 하는데 기여할 수 있는 매체로서 존재할 가치가 있다고 본다."
주 교수의 평가는 요즘 <프레시안>을 비롯한 언론의 존재 가치에 대해 자괴감이 들게 한 '박근혜-최순실 게이트' 사태에서 약간의 힐링을 주는 느낌이었다.
그러나 착각이었다. 주 교수는 "프레시안 기자들이 쓰는 기사는 많이 보는 편이 아니다"면서 "<프레시안>이 보도할 만한 사건을 시의성 있게 소화해내지 못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다만 주 교수는 "프레시안이라는 조직 자체가 탄탄하지 않고, 인력이 많이 부족해서 오는 아쉬움이 아닌가 한다"고 위로의 말도 잊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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