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이 오기 1시간 전부터 모든 시장 입구에는 경찰관들이 서 있었다. 화재 현장 주변에도 폴리스라인이 쳐져 사람들의 접근을 막았다. 영업 중인 다른 상가를 찾은 손님들의 접근도 막은 과도한 '의전'은 계속됐다.
서문시장은 박 대통령이 선거 때마다 방문해 상인들을 비롯해 인근지역 주민들의 호응을 얻었던 곳이다. 지난해 9월에는 민생행보 차원으로 또 다시 찾아 상점에 들르기도 했다. 때문에 이번 시장 방문이 국정농단 사태로 악화된 대통령 지지 여론 반등을 위한 형식적 일정이라는 비판이 나오는 상황이다.
자신을 동산지구 상인이라고 소개한 최모(70)씨는 "화재 현장에 대통령이 오는 것은 당연하다"면서 "잘못한 것이 있으면 임기가 끝나고 내려가면 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4지구에서 찻집을 하는 박정자(69)씨도 "하루 빨리 수습되길 원한다"면서 "대통령도 방문했으니 좋은 소식이 들릴 것"이라고 기대했다.
그러나 쓴소리도 이어졌다. 박 대통령이 화재 현장을 찾은 순간, '박근혜 정권 퇴진 대구시민행동'은 동산네거리에서 1시부터 대통령 방문에 항의하는 피켓시위를 벌였다. 이들은 박 대통령이 탄 차량이 지나가는동안 '박근혜는 퇴진하라', '대구에 왜 왔냐' 등의 구호를 외쳤다. 대구 시민사회단체 관계자 60여명이 구호를 외치는 동안 태극기를 든 60대 남성이 항의를 하기도 했다.
권택흥 민주노총대구지역본부장은 "상인들이 화재로 삶의 터전을 잃었다. 엄청난 아픔에 빠져있다"면서 "자격을 상실한 대통령은 인기몰이를 하러 올 것이 아니라 퇴진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인순 정신대할머니와 함께하는시민모임 사무처장도 "대구경북에 남아있는 마지막 민심을 끌어모아 정치적으로 이용하려는 것"이라며 "재난으로 고통받고 있는 민심을 이용하는 것을 봤을 때 스스로 퇴진할 생각은 없어 보인다"고 했다.
한편, 박 대통령이 떠난 자리에서 '박근혜를 사랑하는 모임(박사모)' 회원 20여명은 '박근혜 대통령님, 환영합니다'라고 쓰인 현수막을 들고 30분가량 집회를 열었다.
프레시안=평화뉴스 교류 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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