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선 실세' 최순실(60·구속기소) 관련 의혹을 수사하는 검찰이 또 다른 축으로 꼽혀 온 '문화계 황태자' 차은택(47)씨를 27일 구속기소 하면서 특검 체제 전까지 사실상 '8부 능선'을 넘었다.
최씨의 최측근으로 거론되며 이번 사건의 '주연급 조연'으로 등장한 차씨까지 재판에 넘기면서 남은 검찰 수사는 그간 제기된 각종 의혹을 특검으로 넘어가기 전 '큰 그림' 위주로 정리하는 수순으로 진행될 전망이다.
아울러 정리된 사실관계를 토대로 어떤 법리를 적용할지 막판 결정하는 단계가 남아있다.
애초 이번 사건은 미르·K스포츠 재단의 설립·모금 과정에 청와대와 최씨 등이 개입했다는 의혹이 불거지면서 그 개입 여부를 밝히는 데 집중됐다.
시민단체 고발 사건을 받아 든 검찰은 재단 전·현직 관계자, 문화체육관광부 관계자를 불러 조사하는 등 속도를 냈다. 조사할 부분과 인원이 점차 늘면서 검찰은 서울중앙지검 내에 사실상 '특별수사팀'을 꾸렸다.
지난달 24일 최씨 것으로 추정되는 태블릿 PC에서 대통령 연설문을 비롯해 청와대 문건으로 추정되는 자료가 발견됐다는 보도가 나오면서 '국정 개입' 논란도 본격화했다. 이후 특별수사팀은 '특별수사본부'로 확대했다.
외국에서 행방이 묘연했다가 지난달 30일 전격 귀국한 최씨는 이튿날인 31일 검찰에 출석해 조사를 받았다. 검찰은 재단 모금과 관련해 최씨를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과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혐의의 '공동정범'으로 보고 구속했다.
안 전 수석은 이달 2일 검찰에 나와 조사를 받던 중 긴급체포됐다. 이후엔 최씨에게 청와대 문건을 전달한 인물로 꼽힌 정호성 전 부속비서관도 구속됐다. 차은택씨도 8일 중국에서 전격 귀국해 공항에서 바로 체포됐다.
최씨, 안 전 수석, 정 전 비서관을 중심으로 진행되던 수사는 이달 20일 검찰이 이들을 일괄 기소하면서 큰 변곡점을 맞았다. 검찰이 공소장에 박근혜 대통령의 공모관계를 적시하고, 대통령을 피의자로 입건했다고 밝히면서다.
사상 초유의 '피의자 대통령'이 현실화한 이후 검찰은 대면조사를 여러 차례 요구하고, 박 대통령 측은 수사 결과에 크게 반발하며 검찰의 요구를 거부해 갈등이 이어졌다.
이는 김현웅 법무부 장관의 사의 표명과 이어진 최재경 청와대 민정수석의 동반 사의 표명까지 몰고 왔다.
검찰은 이날 차씨와 송성각 전 한국콘텐츠진흥원장 등을 기소하면서도 박 대통령이 차씨, 최씨, 안 전 수석과 공모한 부분을 적시했다.
박 대통령은 KT 광고 담당 임원을 차씨가 원하는 사람으로 앉히고, 최씨 등과 함께 세운 업체가 KT 광고를 수주하도록 안 전 수석에게 지시한 것으로 조사됐다.
검찰은 23일 대통령 변호인인 유영하 변호사를 통해 '29일까지 대면조사를 요청한다'는 취지의 요청서를 보내고 답변을 기다리고 있으나 박 대통령 측은 이날 오후까지도 이렇다 할 답을 주지 않은 상태다.
이번 사건의 주요 인물을 대부분 재판에 넘긴 검찰은 특검 출범 전까지 총력전을 펼쳐 각종 의혹의 큰 그림을 그린다는 계획이다.
특히 박 대통령의 제3자 뇌물수수 혐의를 밝혀내는 데 방점이 찍힐 거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검찰은 최근 삼성그룹과 국민연금, 롯데·SK그룹 등을 연이어 압수수색하면서 국민연금의 삼성물산 합병 지원, 면세점 추가 인가 정책과 박 대통령의 연관성을 파헤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롯데·SK 압수수색 영장에는 최씨와 안 전 수석의 제3자 뇌물수수 혐의가 처음으로 적시돼 본격적인 수사를 예고했다.
최씨 딸 정유라(20)씨의 이화여대 부정입학 및 학사 특혜 의혹, 최순실씨의 약품 대리처방 의혹 등에 관한 수사도 관심을 끄는 부분이다.
검찰은 이달 22일 이화여대를 압수수색하고, 최근 교수와 교직원 등 관계자들을 줄소환 조사했다. 교육부가 최경희 전 총장을 비롯한 이대 관계자 등 17명을 고발·수사의뢰한 사건도 25일 특별수사본부에 배당됐다.
최순실씨 자매 이름으로 박 대통령의 주사제를 처방한 것으로 드러난 대통령 자문의 출신 김상만 녹십자아이메드병원 원장도 검찰에 고발돼 관련 수사도 이어질 전망이다.
기업 후원 강요 혐의 등으로 구속된 장시호(37)씨의 어머니이자 최씨 언니인 최순득(64)씨도 26일 참고인으로 부르는 등 검찰은 막바지 관련자 조사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이밖에 차은택씨가 문화계 인사나 이권에 개입한 의혹, 우병우(49) 전 청와대 민정수석이 '비선 실세의 국정농단'을 묵인·방조한 것 아니냐는 의혹 등도 향후 수사할 부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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