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정부 최장수 총리였던 정홍원 전 국무총리가 17일 '국민 여러분께 드리는 글'을 발표하고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마녀사냥을 중단하고, 냉정을 되찾으라고 촉구했다.
정 전 총리는 "지금은 (박 대통령에 대한) 검찰 수사가 진행 중이고, 진실규명 작업이 한창인데도 실체와 증거보다는, 추측과 확인되지 않은 의혹들에 힘이 실리고 있는 상황"이라며 "바로 이것이 우리가 그렇게도 금기시하는 마녀사냥이 아니고 무엇이겠느냐. 참으로 안타깝다"고 말했다.
정 전 총리는 "진실 규명도 되기 전에 대통령에게 무한 책임을 지라는 요구와 주장, 그 또한 결코 법 앞에 평등이 아니다. 그것은 일시적 분풀이에 불과할 뿐"이라고 '훈계'했다.
정 전 총리는 박 대통령과 대화를 해본 경험을 언급하며 "대통령이 오랫동안 공부를 많이 해서 너무 많이 알고 있다는 느낌을 받을 때가 자주 있었다. 대통령이 너무 많이 알면 국정이 일방적으로 경직되기 쉽다는 걱정을 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정 전 총리는 "그런 점에서 '외부의 조력이 없이는 판단도 제대로 못하는 대통령'이라는 인식을 심어주고 있는 일부의 주장은 저로서는 도저히 납득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박 대통령을 한때 직접 보좌했던 전여옥 전 의원이 평가한 박근혜 대통령의 '지적 능력 부족' 주장과는 배치되는 주장이다.
전 전 의원은 2012년 출간된 자신의 자서전인 <i 전여옥>에서 "박근혜는 대통령 될 수도, 되어서도 안 된다. 정치적 식견·인문학적 콘텐츠도 부족하고, 신문기사를 깊이 있게 이해 못한다. 그녀는 이제 말 배우는 어린 아이 수준에 불과하다"고 평가한 적이 있다.
정 전 총리는 "사실관계가 확인되지 않은 상태에서 법적, 정치적, 도의적 책임을 일방적으로 추궁하는 일이 있어서는 안 된다"며 박 대통령의 2선 퇴진을 반대했다.
정 전 총리는 "산업화와 민주화에 성공한 세계 10위권 경제대국이라 칭송받는 대한민국의 위상에 걸맞는 국민적 성숙함을 보여야 할 때"라며 "다시 말씀 드리자면 검찰 수사 결과 발표를 지켜보는 인내심이 필요한 때"라고 국민들을 향해 훈계했다.
정 전 총리는 "국민 여러분께 다시 한번 호소한다. 냉정을 되찾아 이성적이고 합리적인 판단을 해주시기를 간곡히 부탁드린다"고 했다.
정 전 총리는 2014년 4월 27일 세월호 침몰 사고와 관련해 대국민사과를 한 뒤 사퇴를 발표했다. 그러나 두 달 동안 안대희, 문창극 후보자 등 후임 총리 후보자들이 줄줄이 낙마하면서 결국 유임되는 진기록을 세웠던 인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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