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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실 1416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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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실 1416304

[문학의 현장] 시가 현실을 따라갈 수 없다

그들이
그 짓을 하는 동안

익사 당하는
학생들이
부러진 손톱 끝으로
벽을 후벼파며
외쳐불렀다

저 것들을 좀 보라고
죽음에 이르르니
저 것들이 하는 짓이 보인다고

불의는
공공건물 출입문처럼 가까운데
몇 번이나 이 문은 열리고 닫히는가

백주대낮에
경찰에 죽임을 당한 농민이
냉동된 주검안치실에 씨를 뿌려
한 해 농사를 짓고

독재자의
얼빠진 딸은
제 권력의 얼굴 가죽을 뜯어
영세교 교주의 딸에게 넘겨주고
그 얼굴을
제 살에 붙인 선무당은
제 앞에 돈을 쌓아가며 칼춤을 추고

망령들과
좀비들에게 굴종해버린
번쩍번쩍하는 차 안의
고급 넥타이를 맨 인간들을 보라

그 것들이 정한
시급 일당과
비정규직에 시달려
차라리 하늘의 용사가 되어버린
노동하는 영혼들을 보라

슬픔은
바로 곁에 수돗물처럼 흘러 고이고
몇 번이나 손을 적시고
얼굴이 젖고
온몸이 풍덩 빠지는가

얼마나
지독하기에
이백오십명 아이들이
삼백사명이
함께 그 물에 들어가
나오지를 못하는 것인가

ⓒ프레시안(최형락)

시작노트

박근혜 씨가 지도자로 뽑히는 것조차 이성적이지 못하다고, 일찍이 생각했다. 출신 정당의 정권 실적이 결코 다시 지지를 받을 수 없는 상황임에도, 다시 그 정당의 인물을 지도자로 선택한다는 것은 이해되는 현실이 아니었다. 그 당시 박근혜 씨가 나라의 최고 지도자로서는 위험한 요소가 있고, 자질이 안 된다는 것이 가까운 정치인들 사이에서는 이미 공유되고 있었을 텐데도, 자기 자신들의 영달을 위해서 박근혜 씨를 앞세웠던 그 정당과 그 정치인들의 죄질은 아주 악질적으로 나쁘다고 생각한다. 믿기 어려운 현실이다.

박근혜 씨가 대통령으로 근무하는 동안, 국민 대다수는 정신적으로 매우 고통스러운 시간을 보내왔다. 나쁜 일이 발생하면 더 나쁜 일로, 더 황당한 사건으로 그 일을 덮어온, 나쁜 일로 점철된 시간이었다. 그것이 현실이었다. 그러는 동안 경제는 더 나빠지고, 남북관계는 악화되고, 외국 군대는 더 나라에 들어오고, 전쟁의 위험은 높아지고, 국가부채는 상상 초월로 많아지고, 젊은이들은 헬조선을 부르짖고, 국격은 곤두박질치고, OECD 국가 중 나쁜 것은 거의 독차지했다. 사건이 발생하고, 대통령의 발언이 있을 때마다, 도저히 이성적으로는 믿을 수가 없는 사건이고, 발언이었다. 정말 기가 막힌 현실이었다.

시가 현실의 상황을 따라갈 수가 없다. 시 창작의 기법들인 '낯설게 하기'와 '상상력의 극대화' 그리고 이질적인 단어의 충돌에 의한 '이미지 발생'들이 박근혜 정권 하에서는 시를 훨씬 넘어서 버렸다. 정말 황당한 현실이다. '상상할 수 없는 사건과 언술, 처리 과정 그리고 그 이질적인 낯섦과 비극적 이미지 발생'이 바로 그것이다. 박근혜·최순실 정권 하에서 시는 기절해 있거나, 신음하거나, 울거나, 비명을 내지를 수밖에 없다. 이것이 현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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