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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환, 촛불집회 무대 올라 "하야하라 박근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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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환, 촛불집회 무대 올라 "하야하라 박근혜"

[현장] 87년 이후 최대 규모 집회...전국 곳곳 촛불 타올라

87년 민주화 항쟁 이후 최대 규모의 인원이 광화문 광장에 가득 모였다. 민주노총은 효자동주민센터 앞까지 행진을 신고했으나, 경찰이 경복궁 앞을 가로막아 12일 오후 9시 30분 현재 집회 참여 측은 광화문 광장 일대를 가득 메우고 집회를 이어가고 있다.

집회 참여자는 광화문 광장을 중심으로 종각 일대 도로까지 가득 메웠다. 시민이 워낙 많이 모여 이동 자체가 어렵다. 주최 측에 따르면 이날 광화문 인근에는 약 100만여 명의 시민이 박근혜 대통령 하야를 요구했다.

100만 시민 모여 촛불집회 즐겨

주최 무대와 시민 행렬의 거리가 워낙 멀어 무대 발언을 듣지 못한 시민을 배려해 주최 측은 광화문우체국 앞에 대형 스크린을 설치해 무대 상황을 생중계 중이다. 이동 중이거나 도로에 앉은 시민은 무대를 통해, 혹은 스크린을 통해 집회에 참여하고 있다. 멀리 떨어져 아예 주최 측의 스크린도 보기 힘든 시민은 자체적으로 풍물 놀이를 하거나 "박근혜는 하야하라"고 소리치며 종로와 광화문 일대를 여전히 도보 행진 중이다.

특히 시민들은 박근혜 대통령의 두 차례에 걸친 대국민 담화를 절묘하게 편집해 큰 웃음을 준 영상 '박근혜 대통령 '대국민 담화'의 재구성'이 스크린에 나오자 크게 박수치며 박 대통령의 퇴진을 요구했다. "박근혜 하야" 함성이 워낙 커 청와대에서도 함성은 또렷이 들렸을 것으로 보인다. 지난 2008년 이명박 대통령은 촛불 집회가 한창일 때 시민의 목소리를 들었다고 말한 바 있다.

▲ 촛불집회에 참석한 시민이 광화문 일대를 가득 메웠다. ⓒ프레시안(최형락)

노래패 우리나라의 공연에 이어 무대에 오른 윤미현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 사무총장은 "일제 치하에서 해방될 때, 사람들은 만세를 외쳤으나 (정신대 피해자) 할머니들은 그때부터 정부 없는 국민으로, 나라 잃은 일제 치하 백성처럼 스스로 외쳐야 했다"며 "이런 할머니를 이처럼 괴롭힌 정부가 없다. 박근혜 대통령은 그냥 물러나시라"고 말했다. 일본과의 졸속적인 정신대 문제 협상은 박근혜 정부가 궁지에 몰리면서 다시 외교적 문제로 커질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가수 이승환의 무대가 이어지자 집회에 참여한 시민은 크게 환호했다. 이효리, 전인권과 함께 부른 '길가에 버려지다'가 흐른 후, 이승환은 곧바로 무대에 올라 '세상에 뿌려진 사랑만큼', '덩크슛' 등의 곡을 불렀다. 시민들은 후렴구를 크게 따라 부르며 박수쳤다.

이승환은 "문화계 블랙리스트에도 오르지 못해 마냥 창피한 이승환"이라며 자신을 소개한 후 "영문도 모른 채 정신적인 폭력을 당하는 느낌"이라고 현 세태를 한탄했다.

이어 고영태, 우병우, 차은택, 최순실, 박근혜 대통령 등 박근혜-최순실 게이트의 주요 인물을 거론한 후 "이들로부터 너무 많은 폭행을 당하는 느낌"이라고 언급했다.

특히 이승환은 다음 곡으로 '덩크슛'을 부르겠다고 한 후, 노래 중간의 주문 같은 후렴구를 "'하야하라 박근혜'로 바꿔 부르자"고 말해 큰 박수를 받았다. 실제 시민들은 그의 말을 따라 이 곡의 후렴구를 바꿔 부르며 박근혜 대통령의 퇴진을 요구했다.

▲ 가수 이승환이 집회 무대에 올라 열창하는 모습. ⓒ프레시안(최형락)

광화문 인근 이모저모...지방에서도 '박근혜 퇴진' 촛불

한편 경복궁 앞에서는 청와대 앞으로 행진하려는 시민과 경찰의 대치가 이어졌다. 일부 시민은 밤 10시경 길을 막은 경찰 버스 위로 올라가 경찰을 밀쳐 긴장 상태가 조성됐다. 경찰 측에서 부상자가 나왔다는 소식도 들려왔다. 버스 앞에서 경찰과 대치하던 시민들은 해당 시민을 "(경찰의) 프락치"라고 부르며 "평화 시위"를 요구했다.

하지만 집회에 참여한 시민 대부분은 평화적으로 역사에 남을 시위를 즐겼다. 가족 단위로 나온 이들이 많았다. 인파에 휩쓸려 일행과 헤어진 시민을 위해 주최 측은 일행을 찾는다는 광고를 내는 한편, 안전을 위해 천천히 움직여 줄 것을 당부했다.

한편 시민이 워낙 많이 모인 만큼, 광화문 일대에서 이날 문을 연 상가는 '대목'을 맞기도 했다. 종로구청 앞 한 설렁탕 가게는 오후 6시경 일찌감치 준비해 둔 식재료가 동나 문을 닫았다. 대부분 식당마다 집회에 참여한 시민이 길게 줄을 서 저녁을 먹는 풍경이 이어졌다. 일부 시민은 패스트푸드를 구입해 길거리에서 끼니를 때웠다. 시민을 대상으로 하는 노점상이 인근에 들어서 손님을 맞기도 했다.

외국인들도 이번 집회에 관심을 보였다. 일부 관광객으로 보이는 외국인은 휴대폰으로 페이스북 생중계를 하거나, 시민의 모습을 사진에 담았다. 외국인 외에도 많은 집회 참여자가 페이스북을 이용해 집회 상황을 주변에 알리려 했다. 이처럼 무선 데이터 사용량이 크게 늘어나면서, 광화문 광장 주변 인파가 밀집한 곳에서는 좀처럼 스마트폰 이용이 쉽지 않았다.

밤 10시 25분경, 공식적인 이날의 집회는 끝났다. 하지만 대치가 계속 이어지는 만큼 집회에 참여한 이들의 행렬은 밤 늦게까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주최 측은 계속해서 시민의 자유발언대를 유지하기로 했다. 집회 측은 공식적으로 밤 11시까지 집회를 신고했으나, 문화 예술인들은 인근에 텐트를 치고 1박 2일 농성을 이어가기로 했다. 이에 따라 밤 늦게까지 광화문 일대에서는 공연 등의 형식을 갖춘 집회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심야 들어 경찰과 시민 사이 충돌이 이어질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서울을 포함한 전국 곳곳에서 촛불이 타올랐다. 부산에서는 주최 측 추산 약 2만여 명의 시민이 서면에 모여 박 대통령의 퇴진을 요구하는 행진 시위를 벌였다. 전주 풍남문 광장과 광주 5.18 민주광장, 울산 롯데백화점 앞 등에서도 촛불이 타올랐다. 대구·경북 일대는 물론, 강원, 제주 등지에서도 촛불 시위가 이어졌다.

박 대통령의 하야를 요구하는 이번 집회는 다음 주에도 주중 내내 이어지며, 주말(19일)에는 광화문 광장에서 다시 크게 열릴 예정이다.

특히 일부 대학생들이 만든 조직 '숨은주권찾기'는 오는 15일 저녁 7시 신촌 창천문화공원, 대학로 마로니에공원입구, 청량리 한국외대 정문, 강남 강남역 11번 출구 앞에서 동시다발 시위를 제안했다. 숨은주권찾기는 지난달 29일 서울대학교 커뮤니티에 올라온 의경 출신 대학생의 제안을 받아 자발적으로 만들어진 조직이다.

▲ 광화문 인근을 가득 메운 시민. ⓒ사진공동취재단

▲ 경복궁 앞까지 가득한 집회 참여자. 사진 위로 청와대가 보인다. ⓒ사진공동취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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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대희 기자
서어리

매일 어리버리, 좌충우돌 성장기를 쓰는 씩씩한 기자입니다. 간첩 조작 사건의 유우성, 일본군 ‘위안부’ 여성, 외주 업체 PD, 소방 공무원, 세월호 유가족 등 다양한 취재원들과의 만남 속에서 저는 오늘도 좋은 기자, 좋은 어른이 되는 법을 배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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