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故) 백남기 농민의 주치의 백선하 서울대학병원 교수가 백 농민의 수술을 집도한 이유에 대해 "사회적 이슈가 될 만한 사고였기 때문"이라면서 그러나 "당시에는 사회적 이슈라는 건 몰랐다"고 밝혔다.
백 교수는 14일 서울 영등포 국회에서 열린 보건복지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증인으로 출석해 이같이 밝혔다.
백 교수는 백 농민이 사고를 당한 지난해 11월 14일 외부에 있던 중 오병희 전 서울대병원장의 연락을 받고 등산복 차림으로 병원에 급히 도착해 수술을 진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윤소하 정의당 의원은 이날 "오병희 전 원장이 뭐라고 하면서 빨리 가라고 했느냐"고 물었고, 백 교수는 "사회적 이슈가 될만 한 사고였는데 그때 병원 차원에서 전공의만 있어 환자에 대한 결정을 내릴 수 없었던 것 같다"고 했다.
"당시 사회적 이슈라는 걸 인지하고 있었느냐"는 질문에는 "그건 몰랐고, 제가 파악한 것은 큰 사고라는 것이었다"고 답했다.
야당 위원들은 백 교수가 백 씨 사망진단서에 '병사'라고 기재한 경위에 대해 재차 물었다. 정춘숙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사망 진단서는 선행사를 기준으로 쓰게 돼 있다. 백 농민의 경우 (선행사가) 급성경막하 출혈"이라면서 "외부 요인 때문이 아니었냐"고 물었다. 이에 백 교수는 "그런 것 같았다"고 했다. 그러나 "급성경막하 출혈이 외부 요인 때문이면, 외인사가 맞지 않느냐"는 물음에 그는 "보통의 경우 그렇지만 이 경우는 다르다고 생각했다"고 답했다.
서창석 서울대학병원장에게는 '레지던트 잠적'에 대한 질의가 이어졌다. 백 농민의 사망진단서를 작성하고 서명한 권모 전공의는 최근 외부와의 연락을 끊고 지내 잠적설이 돌기도 했다. 이에 정 의원은 "전공의에게 외부 접촉을 못 하게 했느냐"고 물었고, 서 원장은 "(전공의와) 접촉한 적이 한 번도 없다"고 했다. 정 의원은 "논란이 있었던 사건인데, 그 자리에 당면한 전공의랑 전혀 이야기를 안 했다는 것이냐"고 물었고, 서 원장은 그렇다고 답했다.
"국회에서 이 정도의 묵념도 못 하는가"
백 농민에 대한 묵념 여부로 언쟁이 벌어지다 여당 의원들이 집단 퇴장하는 사태가 벌어지기도 했다.
질의에 앞서 윤소하 의원은 "국가 공권력에 의해 유명을 달리하신 고 백남기 농민을 위해 30초간 묵념을 하자"고 제안했다. 여당 간사인 김상훈 의원은 "대한민국 공권력이 인정받지 못하는 상황에 대해서도 생각해봐야 한다"면서도 조의에는 동의의 뜻을 나타내 3당 간사 간 합의가 이뤄졌다.
그러나 새누리당의 박인숙 의원과 송석준 의원은 "나라를 위해 목숨을 바친 의경이나 국민이 수없이 많다"며 형평성 문제를 이유로 반대했다. 묵념이 시작되자 두 의원을 포함한 새누리당 의원들은 모두 국감장을 나갔다. 결국 질의 시작하기 전인 개회 30분 만에 정회됐다가 25분 뒤 새누리당 소속 위원들이 재입장하면서 감사가 진행됐다.
기동민 더민주 의원은 "부당하게 공권력을 행사한 정부가 진심으로 망자와 유족에게 사과 한 마디만 했으면 이런 상황이 안 됐다"며 "국회에서 이 정도의 묵념도 못 하는지 슬프다" 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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