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당 이정현 대표는 28일 "체육, 문화 분야의 많은 사람이 예산이 부족하다고 하니 전경련(전국경제인연합회)이 나서서 돈을 걷었다고 들었다"면서 "김대중 정권 때도 대북 물자 지원한다고 했을 때 전경련이 신속하게 돈을 걷어서 사회 공헌 활동을 했다. 세월호 때도 거의 900억 원을 금방 모금했다고 한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이날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린 방송 기자 클럽 토론회에서 청와대 비선 실세로 주목된 최순실 씨가 개입해 전경련으로부터 약 800억 원을 모아 미르재단과 K스포츠재단이 설립된 것 아니냐는 의혹에 대해 "전경련 산하에 많은 대기업이 있는데 1년에 사회 공헌으로 쓰는 돈이 3조 원이다. 돈 많이 버는 기업은 연말에 불우이웃 성금할 때는 200억 원씩도 내지 않느냐"며 이같이 말했다.
이 대표는 우병우 민정수석을 둘러싼 직위 남용 등 의혹에 대해서는 "밝혀진 게 없는데 의혹에 제기될 때마다 (사람을) 바꾸면 대통령은 국정을 어떻게 운영하고 (참모들은) 어떻게 소신을 갖고 일하나"라며 "우리 대통령은 (부정부패를 저지른) 측근은 갈아치우지만, 이런 식으로 무릎 꿇리고 할 거면 미안하지만 사람을 잘못 봤다"고 했다.
야권은 이 대표가 전경련의 돈 770여억 원이 미르·K스포츠재단으로 흘러들어 간 것을 시민들의 자발적 세월호 모금에 무작정 비유한 것에 대해 곧바로 반박성 비판을 쏟아냈다.
정의당 김종대 원내 대변인은 "대통령을 무조건 비호해야 한다는 강박이 언어도단으로 드러난 것"이라며 "전무후무한 대참사를 맞아 국민이 자발적으로 모은 성금과 정권 실세들이 개입해 기업으로부터 800억 원을 거둔 것이 어떻게 비슷하다는 것인지 아연실색할 따름"이라고 비판했다.
김 원내대변인은 "전두환 정권의 일해재단 비리와 외환위기 극복을 위한 국민의 금 모으기 운동도 다를 게 없다는 말이냐"고 일갈하기도 했다.
국민의당 박지원 원내대표 겸 비상대책위원장은 이 대표의 발언은 '전경련 강제 모금'을 사실상 시인한 것이라고 규정했다. 박 위원장은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비공개 단식 중인 이정현 대표"가 "국민의 자발 모금과 전경련을 통한 강제 모금도 구분 못 하고 강제 모금을 시인했다"고 했다.
한편, 이 대표는 이날 오후 국회 본청 앞에서 열린 '정세균 사퇴 관철을 위한 새누리당 당원 규탄 결의 대회'에서 소속 의원들에게 국정 감사에 복귀할 것을 주문했다. 이 대표는 이날 "국민 여러분 저에게 지혜를 주십시오"라고 한 후 한참을 울먹이다가 "사랑하는 새누리당 의원님 여러분. 내일부터 우리 새누리당은 국감에 임해달라"라고 말했다.
이어 "어떤 상황에서도 국회의원은 국가와 국민을 위해 일해야 한다는 것이 우리 새누리당 의원과 저의 변함없는 소신"이라며 "제가 끝까지 남아서 정세균 의원을 반드시 의장석에서 끌어내고 사퇴시키겠다"고 말했다.
지난 2014년 10월 대정부질문에서 "선거 제도가 정착된 나라 중 단식 투쟁을 하는 국회의원이 있는 나라는 대한민국이 유일할 것"이라면서 단식 투쟁에서 "국회의원의 특권이 시작된 것"이라고 말했던 것에 대해서는 "송구스럽고 죄송하다"고 밝혔다.
그는 "제가 했던 말을 잊지 않고 있다"면서 "그러나 저에게 무슨 방법이 있겠나. 맨입으로는 안 된다는 대한민국 의전서열 2위 국회의장에게 제가 무슨 방법이 있겠나"라고도 했다.
새누리당이 이 대표의 주문대로 국감에 전면 복귀하게 되면 미르·K스포츠 재단 등 민감 현안에 대한 소관 상임위에서의 여야 간 신경전이 일 것으로 전망된다. 조원진 원내수석부대표가 이날 결의 대회에서 "여러분 동의를 바탕으로 내일 정세균 의장을 경찰에 고발하겠다"고 한 만큼 대치 국면도 한동안은 계속될 모양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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