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정청탁 및 금품수수 금지법(일명 김영란법) 시행 전 마지막 명절인 추석을 앞두고 택배 물량이 급증했다.
김영란법 시행과 관련, 시범 케이스로 걸릴 수 있다는 우려 때문에 몸을 사리느라 선물이 줄면서 택배 물량도 감소할 것이라던 전망과는 전혀 다른 양상이다.
우체국 택배 물량뿐 아니라 대형 민간 택배 업체들의 배달량도 지난해보다 대폭 늘었다. 그 배경을 놓고 김영란법 시행 직전 마지막 명절이니만큼 '성의'를 표시하려는 심리가 작용한 것 아니냐는 분석과 함께 법에 저촉되지 않는 저가 상품을 여러 곳으로 쪼개 선물하는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8일 우정사업본부에 따르면 추석 선물 물량이 본격적으로 몰린 지난 1일부터 이날까지 전국 우체국에 접수된 배송 물량은 976만 상자다.
추석 선물세트를 중심으로 예약 접수량이 꾸준히 늘면서 지난 5일 하루에만 무려 195만 상자가 접수돼 우체국 택배 사상 하루 치 물량 최고치를 경신했다.
지난해 추석 관련 배송 물량 하루 치 최고 기록인 183만 상자보다 6.46%가량 증가한 수치다.
우정사업본부는 이런 추세라면 지난 1일부터 추석 연휴 전날인 오는 13일까지 이번 추석 성수기 배송 물량이 1천280만 건에 이를 것으로 예측했다.
작년 추석 때보다 43만 상자(3.5%)가 더 늘어난 물량이다. 작년보다 경기가 더 악화해 주머니 사정이 여의치 않은 것을 고려하면 선뜻 이해하기 어려운 현상이다.
우정사업본부는 배송 물량이 대거 몰리자 오는 13일까지 비상근무 체제로 전환, 인력 2천300여명과 차량 2천여대를 추가 투입한 상태다.
이런 분위기는 민간 택배업체에서도 확인된다.
민간 택배업체들 역시 비상근무 체제를 선언, 인력과 차량을 추가로 투입하는 등 쉴 새 없이 밀려드는 배송 물량을 소화하느라 안간힘을 쓰고 있다.
CJ대한통운은 올해 물동량이 지난해 추석보다 20% 이상 늘어날 것으로 보고 이달 20일까지를 특별 수송 기간으로 정해 비상근무 하고 있다.
한진택배는 이번 주에만 무려 135만 상자 이상의 물량이 쏟아져 나올 것으로 예상, 본사 직원까지 택배 현장에 투입해 분류작업과 운송장 등록 업무를 지원한다.
이번 추석을 앞두고 택배 물량이 이처럼 증가한 이유는 무엇일까.
김영란법이 세간의 관심에 쏠려있다 보니 이를 두고 해석하려는 의견들이 많다.
법 시행 전 마지막 명절이니 '성의'를 표시하려는 심리가 작용, 선물 배송이 급증한 것 아니냐는 분석이 대체적이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확실하지는 않지만 아무래도 김영란법 시행 이후에는 할 수 없으니 이번 추석에 마지막 선물을 하려는 것 아니겠냐"고 해석했다.
김영란법에 저촉되지 않는 저가의 상품으로 갈아탄 고객들이 더 많은 곳에 선물하면서 택배 물량도 덩달아 늘었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왔다.
물론 김영란법과 택배 물량과는 직접적인 상관이 없다는 의견도 적지 않았다.
우정사업본부 관계자는 "지난해부터 택배 배송 서비스 시간을 주 5일에서 주 6일(토요일 포함)로 늘리면서 택배 물량이 늘어난 것 같다"고 설명했다.
한국통합물류협회 배명순 사무국장은 "김영란법이 택배 물량 증가에 어느 정도 영향을 미쳤는지는 추측만 가능할 뿐 확실하게 단정할 수 있는 자료는 없다"고 선을 그었다.
그는 "전자 상거래와 홈쇼핑 물량이 꾸준히 증가하는 추세"라며 "실수요자들이 구매하는 물량이 있을 것이기 때문에 택배 물량 증가를 김영란법과 연결짓는 것은 무리"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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