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릴 열도의 4개 섬(일본명 '북방 영토') 반환은 개헌과 더불어 아베 신조 일본 총리의 숙원이다. 그는 지난 5월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히로시마 방문이라는 성과를 거둔 데 이어 쿠릴 열도 문제를 해결해 외교적 업적으로 삼으려 한다.
일본과 러시아는 훗카이도 서북쪽 쿠릴 열도의 4개 섬(에토로후, 구나시리, 시코탄, 하보마이)을 둘러싸고 수십 년 째 영유권 분쟁을 벌이고 있다.
이 지역은 1945년 2차 세계대전 직후 구 소련에 귀속된 이래 70년 째 러시아가 실효 지배 중이다. 이에 대해 일본은 1855년 제정 러시아와 체결한 통상 및 국경에 관한 양자 조약을 근거로 반환을 요청하고 있다.
반면 러시아는 쿠릴 열도가 2차 세계대전 종전 후 전승국과 패전국 간의 배상 문제를 규정한 국제법적 합의(1951년 샌프란시스코 강화조약 등)에 따라 합법적으로 러시아에 귀속됐다며 일본의 주장을 일축해 왔다.
일본 정부는 적어도 2개 섬(하보마이, 시코탄)에 대한 반환을 요구하며 러시아와 협상을 벌였으나 이 역시 진전을 보지 못했다.
아베 총리가 2일부터 이틀간의 일정으로 동방경제포럼(EEF)이 열리는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 방문길에 오르면서 공전을 거듭해 온 쿠릴 열도 문제가 해결 될 수 있을지 주목받고 있다.
아베 총리와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의 정상회담에선 2개 섬을 우선 반환하는 문제가 주요 의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일본 언론들은 러시아가 쿠릴 열도의 섬을 반환하면 일본 정부는 현재 이 지역에 살고 있는 러시아인 1만7000명의 거주권을 허용할 방침이라고 보도했다.
푸틴 대통령이 아베 총리의 쿠릴 열도 반환 요청에 즉각적으로 화답할지는 미지수이지만 진전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다.
러시아는 쿠릴 열도 협상을 지렛대로 일본과의 경제협력을 강화함으로써 서방의 경제 제재와 유가 하락으로 입은 경제적 타격이 회복되기를 바라고 있다.
푸틴 대통령은 2일 블룸버그 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우리는 영토를 거래하지 않는다"면서도 "일본과 이 문제에 대한 해결책을 찾기를 원하며 높은 수준의 신뢰에 도달할 경우 타협점을 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타협 가능성을 열어뒀다.
아베 총리는 러시아 국영 전력회사에 대한 3700억 원 규모의 투자, 러시아 극동경제특구 운영 지원 등의 경제협력안을 제안할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과 러시아는 올해 12월로 예정된 푸틴 대통령의 일본 방문까지 영토와 경제 협력 문제를 둘러싸고 지속적인 접촉을 해 나갈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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