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늘 아픈 사람이 이렇게 나와서 제대로 치료를 해달라고, 그리고 조사를 해달라고... 이런 이야기를 해야 하는지 모르겠어요. 분통이 터져요."
자신의 코에 산소호흡기를 낀 윤미애 씨는 결국, 말을 잇지 못했다. 그의 옆에는 간이 산소호흡장치가 세워져 있었다. 늘 지니고 다녀야 하는 기구다. 가습기 살균제 사용으로 폐가 굳어지는 증상을 겪고 있는 윤 씨다.
가습기 살균제 청문회 1일차인 29일, 피해자 가족들이 국회를 찾았다. 가습기살균제 피해자와가족모임, 환경보건시민센터 등 주최로 옥시 3,4단계 피해자 기자회견이 열렸다.
이날 기자회견에는 폐 이식 후 후유증으로 입원과 퇴원을 반복하는 안은주 씨, 남편이 사망한 김태윤 씨, 부인이 사망한 최주완 씨 등이 참석했다. 이들은 옥시 제품을 사용했지만 정부의 역학조사 결과 '관련성 낮음'의 3~4단계 판정을 받았다. 그들 중에는 윤미애 씨도 포함돼 있었다.
보상금 대상에서 제외된 윤 씨 가족
윤미애 씨는 자신이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일 수 있다는 생각은 하지 못했다. 2005년 희귀병을 앓던 큰 아이를 간병하면서 병원에서 사용했던 가습기 살균제, 현재 문제가 되는 옥시 제품이었다. 하지만 윤 씨는 2014년 몸 상태가 급격히 나빠지면서 찾은 병원에서 폐 조직이 굳어져 심각한 호흡곤란이 오는 폐 섬유화증이라는 진단을 받았다. 윤 씨는 현재 폐 이식을 기다리고 있다.
윤 씨뿐만 아니다. 가습기 살균제를 사용했던 큰 아이는 태어난 지 1년 2개월 만에 사망했다. 이후 태어난 둘째와 셋째도 비염, 천식 등을 앓았다. 윤 씨는 가습기 살균제를 사용했기 때문에 발생한 일이라고 판단한다. 병원 주치의도 그런 가능성이 높다고 진단했다.
하지만 정부에서는 이들 모두에게 가습기 살균제와의 '관련성이 낮음'을 나타내는 3~4단계 판정을 내렸다. 이렇게 될 경우, 옥시에서 발표한 보상 대상에 윤 씨 가족은 포함되지 않는다.
옥시는 정부가 조사한 피해등급 1·2 등급 판정을 받은 옥시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들에게 배상금을 지급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 내용대로라면 1등급 '가습기 살균제로 인한 피해가 거의 확실'하다고 판명 난 경우, 2등급 '가습기 살균제 피해 가능성 높다'고 판명 난 경우에만 보상금을 받을 수 있다.
"정부의 잘못된 판단을 옥시가 이용하고 있다"
이날 기자회견에 참석한 최예용 환경보건시민센터 소장은 "정부의 잘못된 판정으로 절반 넘는 옥시 피해자들은 3,4등급 판정을 받았다"며 "이 때문에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로 인정도 받지 못할 뿐더러 아무런 지원도 받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최 소장은 윤미애 씨 가족을 예로 들며 "사망한 윤 씨의 큰 아이는 4등급을, 그 뒤에 태어난 둘째와 셋째 아이는 각각 3등급과 4등급을 받았고, 윤 씨는 3등급을 받았다"며 "사람이 죽고 폐가 망가져 산소호흡기를 늘 달고 다녀야 하는데도 이들 사례가 가습기 살균제와 상관이 없다는 게 정부의 판단"이라고 말했다.
최 소장은 "더구나 이러한 정부의 잘못된 판단을 지금 옥시는 이용하고 있다"며 "옥시는 지금도 피해자 접수를 받지도, 피해자를 파악하지도 않고 있다. 이 문제는 청문회 때 지적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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