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시의 한 모텔에서 레지오넬라증 환자가 발생하고 시설 내 여러 곳에서 허용범위 이상의 레지오넬라균이 검출돼 보건당국이 사실상 폐쇄조치를 내렸다.
레지오넬라증 환자 발생 자체가 드문 일은 아니지만, 건물 곳곳에서 균이 발견되면서 투숙객 입실 중지 조처를 한 것이다. 레지오넬라로 영업시설 전체를 폐쇄 조치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질병관리본부(KCDC)는 지난달 25일 인천시 소재 모텔에 장기 투숙하던 A(47)씨가 레지오넬라증 환자로 신고됐다고 28일 밝혔다. 이 환자는 투숙 후 몸살 증상과 기침, 가래가 시작되고 호흡곤란 등 폐렴 증상이 발생해 인천의 한 의료기관에서 입원치료를 받았고 지난 8일 퇴원했다.
KCDC가 해당 모텔에 대해 환경검사를 한 결과 모텔의 물 저장 탱크, 수도꼭지, 샤워기, 각층 객실의 냉·온수에서 레지오넬라균이 확인됐다.
이에 따라 인천광역시는 지난 25일 해당 모텔에 레지오넬라균이 허용범위 미만으로 떨어질 때까지 투숙객 입실을 중지할 것을 조치하고 급수시스템을 점검하고 소독을 하도록 했다.
KCDC는 "숙박시설에서 이번처럼 곳곳에서 레지오넬라균이 퍼진 것은 드문 사례"라며 "광범위하게 오염된 만큼 추가 환자 발생을 막기 위해 폐쇄조치를 한 것"이라고 전했다.
레지오넬라는 대형시설이나 다중이용시설의 냉방기 냉각수, 목욕탕 등의 오염된 물에 존재하던 균이 에어컨, 샤워기, 호흡기 치료기기 등을 통해 비말(날리는 침) 형태로 호흡기를 거쳐 감염된다.
권태, 두통, 근육통, 허약감, 고열, 오한 등의 증상이 나타나며 마른기침, 복통, 설사 등이 흔히 동반되기도 한다.
가정용 배관시설이나 식료품점 분무기, 온천 등에서 발생하는 에어로졸도 감염원이 된다. 다만 아직 사람 간 전파된다는 보고는 없다.
냉각수를 이용해 냉방을 하는 시설이라면 어떤 곳도 안전하지 않지만, 면역이 약한 노약자들이 특히 취약해 병원이 주요 감염 장소다. 이외에도 요양시설, 역, 터미널 등에서 환자 발생이 많다.
레지오넬라증이 냉방기기를 통해 감염되는 경우가 많지만, 냉각수가 아닌 냉매를 이용하는 가정용 냉방기기를 통한 감염 가능성은 크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해당 시설이 환자 신고 후 한 달 만에 폐쇄조치가 된 것은 애초에는 병원을 오염장소로 봤기 때문이다. 병원에 아무런 문제가 없자 모텔에 대해 검사했고 여기서 다양한 환경이 레지오넬라균에 오염된 것을 발견했다.
이 모텔 투숙객 중 유사증상이 확인된 사람은 1명으로 보건당국은 조만간 감염 여부 진단을 위한 검사를 시행할 계획이다.
레지오넬라증 환자는 매년 수십 명씩 발견되지만, 올해는 특히 예년보다 환자 발생이 급증했다.
25일까지 나온 레지오넬라증 환자수는 75명으로 작년 전체 환자수인 45명을 훌쩍 뛰어넘었다. 환자수는 2011년 28명, 2012년 25명, 2013년 21명, 2014년 30명 발생했다.
KCDC는 레지오넬라증 발생을 막기 위해 각 지자체에 대형시설, 병원 및 요양시설 등 다중이용시설의 냉각수·수계시설 관리와 숙박업소의 급수시스템 점검·소독 관리를 철저히 해 달라고 당부했다.
전체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