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율 급변동의 후폭풍으로 키코(KIKO. 중소기업들이 주로 가입한 은행권 환헤징 상품) 논란이 커지고 있다.
'키코 때문에 힘들다'는 중소기업들의 아우성이 높아진지 오래됐지만 실제로 파산한 회사가 발생한 게 직접적인 도화선. 지난 17일에는 연매출액 6000억원대의 국내 3대 LCD생산기업 태산엘시디가 환율급등으로 자기자본의 129.1%에 달하는 806억원의 키코 거래 평가손실이 발생해 회생절차에 들어갔다.
이에 대해 청와대는 "정부가 개입할 일이 아니다"고 거리를 두고 있으나 민주당은 실질적 대책을 주문하며 정부의 무관심을 비판하고 있다.
"개인 책임" vs. "국가 개입 필요"
청와대 박병원 경제수석은 이날 오전 <MBC 라디오> '손석희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키코는 개인 간의 거래기 때문에 정부가 이래라 저래라 얘기할 성질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박 수석은 "키코는 수출입 과정에서 발생하는 환율 리스크를 단순히 헷지하는 상품이 아니라 한걸음 더 나아가 환투자 상품"이라고 지적했다. 환율변동에 따라 큰 이익을 볼수도 있고 손실을 볼 수도 있는 구조로 만들어진 투자상품으로 투자자가 책임을 져야한다는 이야기다.
그는 "키코는 환율변동에 따라 큰 이익을 볼 수도 있는 만큼 손실 위험성도 크다"며 "게다가 일부 기업들은 환 헷지에 필요한 금액만이 아니라 그보다 2~3배 더 많이 가입한 경우도 있다"고 지적했다.
박 수석은 "그런 거래를 하면서 상품의 구조나 리스크를 충분히 이해하지 않고 가입하고, 손실이 났으니 (정부에) 보상을 해 달라는 건데, 기본적으로 은행과 기업간의 문제인 만큼 정부가 개입할 성격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박 수석은 "키코 상품 내용의 사전 고지 여부를 놓고 고객과 은행 사이에 소송이 몇건 진행 중이라고 하는데, 은행 차원에서는 거래 고객이 피해를 입은 만큼 자금을 융통해 주던지 할 수 있겠지만 정부가 나서기 보다는 은행과 고객의 문제"라고 단언했다.
하지만 이 문제로 최근 토론회를 개최하기도 한 민주당 송영길 의원은 "키코의 경우 환율이 기준가격 이하로 떨어질 경우 계약이 해지되어 은행의 피해는 없어지는 반면, 기준가격 이상 올라갈 경우 기업이 무한대로 책임져야 하는 방식으로 이루어져 환율상승과 함께 피해도 늘어나고 있다"고 지적했다.
송 의원은 "강만수 장관조차 지난 7월 긴급현안질의 '이것을 정상적인 상품이라고 볼 수 없는 아주, 제가 알기로는 다른 나라에도 없고, 이것은 어떤 점에서는 기상천외한 그런 상품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다'고 답변했다"면서 "6월말 현재 519개사 1조 5000억원 정도(환율 1046원 기준)의 피해가 미국의 금융위기로 인한 환율급등으로 인해 기업의 키코 피해액이 눈덩이처럼 부풀어 줄도산 위기에 처했다"고 지적했다.
당연히 당시보다 100원 정도 환율이 높아진 현재의 피해액은 더 심각할 것으로 보인다. 송 의원은 중소기업들의 각종 환율옵션상품 피해액을 5조 원 정도로 추산했다.
송 의원은 미국의 페니매와 프레디맥에 대한 지원, 한국 정부의 미분양 아파트 매입 등의 예를 들어 "기업이 예측하지 못한 상황으로 어려운 처지에 빠진 경우 국가의 지원이 필요하다"면서 "이는 기업의 도산이 대량 실업으로 이어지고 중산층과 서민의 민생경제의 악순환으로 연결되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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