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경제성장률이 1%포인트 떨어지면, 한국의 경제성장률은 0.35%포인트 정도 떨어진다."
이창용 국제통화기금(IMF) 아시아·태평양 담당 국장이 12일 서울 강남구 한국고등교육재단에서 발표한 내용이다. 이 국장은 이날 "아시아 경제의 주요 과제 : 중국을 중심으로"라는 주제로 특별 강연을 했다.
이 국장은 중국 경제가 늪에 빠지면 한국이 다른 나라에 비해 더 큰 피해를 입는다고 설명했다.
'중국 경제가 가라앉으면, 소비재보다 자본재 시장이 더 위축될 가능성이 크다. 그런데 한국은 자본재 수출 비중이 높다. 따라서 상대적으로 더 큰 피해를 본다.'
그 다음 질문. 그러면 중국 경제는 앞으로 어떻게 될까.
이 국장은 중국 경제의 경착륙 가능성이 낮다고 보는 편이다. 갑작스레 무너질 것 같지는 않다는 말이다.
다만 서서히 성장률이 떨어지는 건 필연이다. 이에 대해 이 국장은 중국 경제의 성장률 둔화를 자연스러운 과정으로 받아들여야 한다고 말했다. IMF는 중국의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6.6%로 밝혔다.
오히려 무리하게 성장률 지표에 집착하는 경우가 위험하다고 했다. 만약 중국 경제가 경착륙한다면, 이 경우라고 했다.
이 국장은 "올해 중국 성장률을 6.5% 이상으로 만들기 위해 인위적인 경기 부양책을 쓰면 중장기적 리스크가 커질 수 있다"며 "오히려 6.0∼6.5% 성장률을 유지하는 게 적정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중국이 성장률을 유지하기 위해 부채를 늘려 계속 돈을 부으면 비효율성 때문에 잠재 성장률이 낮아질 것"이라면서 "그로 인해 금융 위기가 올 수도 있다"고 했다.
문제는 결국 부채라는 말이다. 이 국장은 중국 민간 기업의 부채 규모는 심각한 편이 아니라고 했다. 그러나 국영 기업의 부채는 지속적으로 늘어나고 있어서 위험하다고 했다. 또 은행 대출은 비교적 잘 관리가 되고 있다고 봤다.
그러나 '그림자 금융'은 실태조차 제대로 파악되지 않는다. 이 대목에선 문제가 생길 수 있다. '그림자 금융'이란, 은행과 비슷하지만 은행이 아닌 금융기관의 활동이다. 중국 지방 정부가 설립한 금융기관들은 은행처럼 대출을 하지만, 건전성 규제를 제대로 받지 않는다. 여기에 숨은 부실이 많을 수 있다.
결국 부채 비율이 높은 중국 국영 기업에 대한 구조 조정이 필요하다는 게 그의 제안이다. 그걸 계속 피하면, 중국 경제의 침체는 분명하다. 문제는 중국의 국영 기업은 엄격한 효율 논리로만 작동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일종의 사회안전망 역할도 겸한다. 따라서 구조 조정에 따른 사회적 부담이 크다.
구조 조정을 해야 하는데, 하면 충격이 크고, 그걸 완화하기 위해 경기 부양책을 쓰면 위기가 올 수 있다. 이게 이 국장의 메시지인 셈이다.
이 국장은 서울대학교 경제학부 교수 출신으로 금융위원회 부위원장과 아시아개발은행(ADB) 수석 이코노미스트를 거쳤다. 2014년부터 IMF 아시아·태평양 담당 국장을 맡고 있다. 1997년 한국의 외환 위기 당시 구조 조정을 주도했던 자리에, 한국인이 취임한 것이어서 주목을 받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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