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란은행(BOE)이 기준 금리를 대폭 인하하며 '돈 풀기'에 나섰다. 지난 6월 영국의 유럽연합 탈퇴(브렉시트) 결정 이후 예고됐던 조치다. 당초 예상보다 금리 인하 폭이 컸다.
하지만 시장의 반응은 미지근한 편이다. 예고된 조치여서 효과가 이미 반영돼 있다는 점, 다른 나라 중앙은행이 뒤따라 기준 금리를 낮출 조짐은 없다는 점 등이 이유다.
4일(현지 시각) 영란은행은 기준 금리를 0.5%에서 0.25%로 0.25%포인트 인하했다. 0.25%는 영국 통화정책 역사상 최저치다. 국채 매입 규모도 기존 3750억 파운드에서 4350억 파운드로 확대했다. 100억 파운드의 회사채 매입 방침도 새로 확정했다. 향후 추가 금리 인하 가능성까지 열어뒀다.
영국, 독일 증권시장이 각각 1.5%, 0.5% 올랐다. 미국 다우지수는 오히려 하락했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과 나스닥 지수 역시 상승세가 미미했다. 한국의 코스피는 5일 오전 소폭 상승했다.
영국 역사상 최저 수준의 기준 금리라는 상징성에 비해서는 시장 반응이 신통치 않다. 유럽과 미국, 일본의 다음 통화 정책 회의 일정이 멀었다는 점, 그리고 이들 나라 중앙은행이 영국의 뒤를 따를 가능성이 낮다는 점이 주요 이유다.
최근 일본 중앙은행(BOJ, 일본은행)의 결정이 이런 판단에 영향을 미쳤다. 일본은행은 지난달 금융정책회의에서 기준 금리와 연간 자산매입 규모를 동결했다. 상장지수펀드(ETF, 특정 주가에 따라 수익률이 정해지는 펀드) 매입을 늘리는 수준에서 그치기로 했다.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강력한 양적 완화를 주문해 왔던 걸 고려하면, 일본은행이 상당히 강한 신호를 보낸 셈이다. 벤 버냉키 전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의장이 최근 일본을 방문해서 '헬리콥터 머니' 정책(시장에 직접 돈을 공급하기)을 권했을 때도, 일본은행 측은 이를 검토하지 않는다고 밝혔었다.
브렉시트 결정 이후, 각국 중앙은행이 이미 돈을 풀었다. 시장이 받은 충격을 극복하기 위한 조치였다. 하지만 그 규모에 비해 효과는 적었다. 오히려 위험 자산만 가격이 오르는 부작용이 있었다. 선진국 중앙은행이 추가적인 금리 인하를 하지는 않으리라는 증권가의 전망은 그 때문이다.
언론 역시 잇따른 양적 완화에 대해 비판적이다. 영국 <가디언>은 이날 "BOE는 지난 2012년부터 3년 간 총 다섯 차례에 걸쳐 3750억 파운드 규모의 양적 완화를 단행했지만, 상위 10%만 많은 혜택을 누리고 민간의 형편은 나아지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양적 완화가 자산 가치 상승만 불렀다는 게다. 이런 효과가 투자 확대, 일자리 증가, 노동자 급여 인상 등으로 이어지지 않으면, 양극화만 심해진다. 임금에 비해 물가 상승 폭이 큰 탓이다.
<블룸버그> 역시 "구조개혁 없이 기준 금리만 낮추면, 시민들의 소득이 오르기가 어렵다. 그래서 경기가 나빠진다"고 비판했다. 이 매체는 "지금 필요한 건 중앙은행의 유동성 공급이 아닌, 재정 정책과 구조 개혁"이라고 밝혔다. 문제는 '생산성'이라고도 했다. 이를 위해 교육을 개혁하고 인력을 재정비해야 한다는 주문도 곁들였다.
전체댓글 0